[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제 8회] 2003년 12월 26일자, <뉴스 A/S> 기사입니다. 사망 502명, 부상 940명, 실종 6명,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참극,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부실시공과 뇌물비리로 얼룩진 백화점의 붕괴는 우리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7년 6개월 복역한 삼풍 이준 회장 출소 후 사망, 아들 이한상 사장 만기 출소 해외에서 선교사 활동, 그러나 불법 증·개축을 모른 척 해준 담당공무원, 준공 검사도 나기 전에 영업 허가를 내준 구청장 등 눈 감아주기 행정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불러왔지만, ⊙ 김권영 / 서초구청 문화공보과장  : 뭐가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어! 우리가 취재 거부할 권리도 있는 거지! 아직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삼풍관련 공무원들, 보름이 넘는 시간을 암흑 속에 버텨 끝내 구출된 생존자들, 그리고 수천 명의 유족들, 그들에게 삼풍 사고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가 잇따라 내놨던 건축관련 법들과 부실방지 대책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8년이 지나도 아물지 않은 상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에프터 서비스 해드립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Ⅱ ⊙ 이상호 기자  : 지난 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후속 보도 제1편이 나갔는데요. 방송 이후에 정말 많은 분들이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들이 징계를 개탄하는 내용의 글을 저희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려주셨습니다. 반면에 서초구청 측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돈을 받고 불법사실을 묵인해줬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삼풍백화점을 무너뜨렸느냐, 이미 잊혀진 8년 전의 사건을 다시 꺼내서 왜 시끄럽게 구느냐는 것이죠. 과연 그럴까요? 8년 전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그렇게 쉽사리 잊혀질 수 있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먼저 삼풍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노경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어둠속 사실 후, 매몰 11일 만에 햇볕을 본 최명석씨, 최씨는 사고 뒤 한 동안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 최명석 (28) / 삼풍사고 생존자  : 한 순간에 이렇게 사라진 거 아니에요. 자기 가진 꿈들이나... 최씨는 지금 구조 당시 취직을 약속했던 LG건설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도 안전문제를 최우선으로 삼는다고 말합니다. - 다들 안전, 안전 하지만 실제로 또 돈이 걸리면 안전은 뒷전이 돼요. 최씨 외에 나머지 생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사고발생 이후 무려 17일 만에 구조돼 인간의지의 승리를 보여준 박승현씨, 박씨는 한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는데요. 환청과 불면증 등 아직도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양대 시민의 속, 한쪽 구석에 서 있는 삼풍 위령탑, 이곳에서는 오늘도 식구를 잃은 가족들의 흐느낌이 끊이지 않습니다. ⊙ 유가족  : 새끼가 너무나 그냥... 너무나 아깝고... 그냥 할 말이라고는 미안하다 그 말 밖에... 어째서 니가 먼저니, 내가 먼저지... 왜 니가 먼저지... 이름 앞에 서서 중얼거리기도 하고...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하나 둘 모여 마음놓고 울 수 있는 곳은 그나마 예닐곱 평 남짓한 이곳 위령탑 밖에 없습니다. - 어떤 때는 화장실에 가서 울어도 보고... 일주일에 한번씩 엄마들이 모여 가지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다가... 새끼 이름 한번씩 닦아주고 청소해주고... 유가족들은 먼저 간 가족들을 기억할 수 있는 추모비가 사고현장에 세워지기를 한결 같이 바라고 있습니다. ⊙ 유가족  : 묘가 없으니까, 화장을 해버렸으니까... 좀 도와주세요... 우리 추모비요... 현장에 추모비 설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신강균 기자  : 이상호 기자, 사고가 나고 나서 서울시하고 정부 당국이 삼풍백화점 자리에 위령탑을 분명히 세우겠다 라고 했었는데 왜 굉장히 멀리 떨어진 양재동 시민의 숲에 버려져 있는 거예요? ⊙ 이상호 기자  : 그러게 말입니다. 그게 원래는 말씀하셨다시피 사고현장에다 추모비를 세우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서울시가 추모비를 세우려면 새로운 땅 주인과 협상이 필요하다 라는 이유로 우선 시민의 숲 구석에다가 먼저 만들어준 겁니다. ⊙ 신강균 기자  : 협상하면 될 것 아니겠습니까? 협상을 위해서 무슨 노력을 많이 했나요? 서울시에서? ⊙ 이상호 기자  : 서울시는 그저 새로운 땅 임자에다가 책임과 모든 내용을 넘긴 상태입니다. ⊙ 신강균 기자  : 유가족들 눈물이 마를 날이 없겠군요. 여지껏 말이죠. 그럼 지금 삼풍 사고가 났던 백화점 자리, 현장 지금 어떻게 돼 있습니까? ⊙ 이상호 기자  : 지금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에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는데요. 백화점 터에 어떻게 이런 빌딩이 들어서게 됐는지, 또 추모비 건립은 가능이나 한 건지 직접 확인하시죠 사고 현장복구와 사상자 보상에만 8년이 걸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삼풍 건설로부터 백화점 터를 넘겨받은 서울시는 땅을 전격적으로 상업시설로 용도 변경해 줍니다. 땅을 팔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습니다. ⊙ 서울시 관계자  : 추모비도 중요하지만 그 당시에는 유가족들에 대한 물질적인 지급이 더 급했기 때문에... 그래서 사실 상업지역으로 만들어서 판 것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삼풍백화점 땅에는 용적률 1000%짜리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장에는 37평 짜리 주상복합건물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 (주) 대상 관계자  : 77% 정도 공사 진행됐고...   - 완공은 언제쯤? 완공은 내년 6월 입주거든요. 사고현장에 이젠 고층건물까지 들어선다는 말에 한 때 인근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는데요. 일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행정소송까지 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 삼풍아파트 관리 소장  : 그거 패소했죠. 재해지역 선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용도 변경이 가능했다. - 재해 구역으로 선포됐는데 어떻게 상업지역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이제 와서 건물이 다 올라섰는데 이제 와서 그거 논하면 뭐할 거예요.   대상 측 역시 삼풍백화점 터에 고층건물을 지어야하는 뒷맛이 썩 개운치만은 않은 기색입니다. ⊙ (주) 대상 관계자  : 최근에 가장 큰 사고지역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고 해서 그 부분에 부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모두 끝난 건 아닙니다. 사고현장에 추모비 건립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요구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 유가족  : 모든 사람들이 잠시 이 현장에 와서 이 현장은... 참 이런 가슴 아픈 게 있구나... 누구나 한번쯤은 고인을 생각해주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자고... 사고 당시 서울시는 추모비 건립 문제에 적극적이었지만 막상 백화점 터를 대상에 팔고 나자 이번엔 모든 문제를 대상 측에 떠넘기고 맙니다. ⊙ 서울시 공무원  : 삼풍 유족회 추모비 건립 그거 말씀하셨나요? - 그런 조항이 있는지? 있긴 있는데... 이거는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란 얘깁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상 측은 아직 협상 여지는 남아 있지만 현실적으로 추모비 건립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입니다. ⊙ (주) 대상 관계자  : 이 땅은 저희들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 시청으로부터 매각을 통해서 받은 땅입니다. 여기에 (추모)비를 세운다는 유족들의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그건 상당히 어려운 입장입니다. 더더군다나 입주가 되면 입주자의 의견도 안 물어보고 우리가 한다 안 한다 하는 것은 상당히 저희 사업에도 많은 영향을 줄뿐더러... 유가족들은 무엇보다도 서울시의 무책임한 자세를 탓하고 있었는데요. 추모비 문제도 그렇지만 피해자들이 만든 삼풍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약속도 서울시가 아직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 신강균 기자  : 아니, 시나 당국에서 용도변경을 해 가지고 땅을 팔 때 애초에 유가족들하고 했던 약속을 지키려면 이러이러한 전제조건을 수용하겠느냐 라고 해서 땅을 매매하고 그리고 유가족들한테 약속했던 일을 이행하고 그래야되는 것 아닙니까? ⊙ 이상호 기자  : 서울시 측은 그와 관련해서 그 당시 땅이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구매자에게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었다 라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결국은 유가족들과 했던 약속은 내팽개친 셈이 돼 버린 겁니다. ⊙ 전유성 / 시청자 대사  : 우리 같은 서민이 보기에는 의무사항이다, 권장사항이다 이거 참 헷갈리는 얘기거든요. 그냥 하기로 했으면 해줘야되는 건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대체, 권장사항은 뭐고 의무사항은 뭔가 하는 생각이 사실 좀 들고, ⊙ 신강균 기자  : 그랬다면 그때 당시 언론이 발표할 때 이건 우리가 꼭 해주는 게 아니고 권장 한번 해보겠다, 이 정도 했으면 될텐데 그때는 당장의 비난이 무서워서 립서비스 했다가 지금은 책임지지 않는군요.   ⊙ 전유성 / 시청자 대사  : 그러니까 지난 번 서초구청 공무원도 그렇고 그 기억력을 되살려서 사고를 예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꾸만 덮어두려고만 하는 거죠.   ⊙ 신강균 기자  : 좌우간 그 삼풍 사고 이후에 정부도 안전대책을 철저히 하겠다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는데 대책이나마 제대로 시행이 됩니까? ⊙ 이상호 기자  : 사실은 삼풍 사고 이후에 적어도 우리나라 건축 문화는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저 시공과정을 감시하는 전문 감리업체들이 등장을 했고요. 또 시공 이후에 건물의 안전진단을 점검하는  민간업체들이 새롭게 생겨났습니다. 그렇다면 삼풍사고 전과 비교해서 과연 실제적으로 얼마나 나아졌는지 저희가 직접 현장 확인해봤습니다. 90년 대 중반 문민정부는 성수대교에 이어 삼풍백화점의 붕괴로 사고 공화국, 붕괴 공무원이라는 오명을 얻었는데요. ⊙ 뉴스데스크 / 95.7.3  : 정부는 건축물에 대형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그 관련 책임자에게 최고 무기징역까지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정부는 건설관련 법령을 대폭 정비하고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각종 제도를 발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실시공 업자를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고, 부실시공을 감시하기 위한 감리제도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건설현장은 안전보다는 돈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삼풍사고 이후 설계와 시공, 감리를 전문업체에 맡기자는 이른바 건설사업 관리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게 그 예입니다. ⊙  이택근 사장 / ?건설사업 관리? 업체  : 우리나라에서 지금 감리회사가 많습니다. 근데 감리회사라는 것 자체가 준공무원이나 다름없어야 돼요. 그 사람네들이 시공사에 놀아나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근데 대부분이 감리가 자기 역할을 다 못하는 겁니다. 왜 못 하느냐, 용역비를 누구한테 받습니까? 사업주가 주는 걸로 돼 있어요. 감리, 그 친구들 자기 멋대로 잘못 뭐 하나 지적하면 다음 감리 못해요. 백화점 등 다중 이용시설물의 안전점검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사람들로 붐비는 대형 할인점입니다. '연중무휴'로 영업을 하는 만큼 주로 밤 시간대를 이용해 안전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 안전점검 밤에 하나요? ⊙ 유통업체 안전점검 직원  : 낮에 할 것은 낮에도 하고... - 사람이 많은데도 낮에 합니까? 그럼요... 예를 들면 소방점검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런 건 낮에 할 건 낮에 하고 야간에 할 건 야간에 하고... 그건 시간이나 장소나 협정에 따라서 틀려요. 그러나 대형유통업체의 노조들은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안전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자칫 대형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김형근 위원장 / 서비스 노동조합연맹 : 안전관리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죠. 유통업체의 무휴제 영업이나 특히 할인점들의 무휴24시간 영업은 그 영업을 하는 시간에는 안전시설을 관리할 수 있는 조건들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방치되고 이런 것들이 계속 방치됐을 때에는 또 다른 제2의 삼풍 사고가 내재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화점이나 호텔 등 대형 건축물들의 불법 증·개축, 또는 용도변경 실태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99년부터 2003년 8월까지 5년 동안 적발된 서울시내 다중이용시설물 현황인데요. 99년에 두 건이던 적발건수가 올 들어 반년 만에 5건으로 늘었습니다. 삼풍 사고가 있었던 서초구의 한 호텔은 99년에 이어 2001년과 2002년에도 무단 증축으로 매년 적발되기도 했는데요. 무단 증축한 곳을 확인해보니 유흥시설로 들어가는 계단과 입구 등이었습니다. 서초구 측은 '모든 시정이 완료됐다'고 서울시에 보고했지만 사실은 시정되지 않은 채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 A 호텔 관계자  : 용도변경, 설계변경 해서 도면을 첨부했으니까요. 서초구청 건축과 가서 확인해 보시면 돼요. 이곳은 서초구에 있는 또 다른 호텔입니다. 불법용도 변경이 문제가 된 곳이었지만 이곳 역시 시정이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 B호텔 관계자  : 저희는 용도 변경을 다 했어요. - 용도변경은 언제 이루어졌나요? 2001년도인가 2002년에도 했죠. 먼저 불법으로 증·개축을 한 다음 적발이 되면 잘못을 시정하는 게 아니라 용도를 변경해서 재차 허가를 받는 수법, 이야말로 삼풍백화점에서 숱하게 이루어진 편법이었죠. 8년 전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삼풍의 기억을 불온시 하며 만감을 강요하는 사이에 곳곳에서 또 다른 태풍의 싹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삼풍을 잊는 순간 또 다른 삼풍이 우리를 엄습해올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신강균 기자  : 삼풍 사고 이후에 그럴듯한 이름의 갖가지 제도가 시행이 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아직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군요? ⊙ 이상호 기자  : 네, 그렇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제도보다도 무엇보다도 관련 공무원, 그 다음에 건물 주, 건축 주 이런 사람들의 의식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 전유성 / 시청자 대사  : 유태인이 학살당한 아우스비츠 수용소에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이런 말이 써 있다고 하는데 정말 꼭 필요한 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상호 기자  : 한번 쓴 기사는 끝까지 책임을 지자 하는 게 저희 뉴스 A/S의 사실 정신인데요. 모든 언론사가 자신들이 뿌려내 온 기사를 A/S할 때까지 저희 뉴스 A/S 서비스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겁니다. 내년 초에 저희 뉴스 A/S에서는 새로운 병역비리의 온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산업체 병역특례 제도를 그 시행 이후를 A/S 해드릴 예정인데요. 병역특례와 관련된 주변의 비리나 문제점을 제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이상호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