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신설, 한나라당이 반대하는데는 깊은 뜻이 있다"입니다.      2005-06-30 23:01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du0280@dailyseop.com)    정부 내에 방위사업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한나라당의 거센 항의 속에서 통과됐다. 나처럼 방위사업청 신설이 갖고 있는 중차대한 의미와, 이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각고의 노력과 땀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에게는 감개무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윤광웅 장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한나라당이 왜 갑자기 방위사업청 신설 반대로 선회했는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민노당까지 해임 건의안에 반대하겠다고 당론을 정한 이상 한나라당이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더라도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은 아이큐 두자리만 되면 알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전선을 명확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방위사업청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반대였다. 한나라당은 윤광웅 장관 해임건의안이 안될 것 같으니까 우연히 방향선회를 한 것인지는 모르나, 실제로 한나라당은 방향을 잘 잡은 셈이었다. 방위사업청 신설은 국방개혁의 핵심적 과제였고, 개혁 반대 하면 한나라당 전매특허 아닌가.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 스스로 윤 장관이 과연 국방개혁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확신은 서지 않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국방개혁을 위해 윤 장관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그렇게 공감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의 신설은 윤 장관 유임에 못지 않는 국방개혁의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방위사업청이 신설되면 무기 구매의 결정자가 군인에게서 민간인에게로 넘어간다. 이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무기 구매는 국방부 획득실이 주관하고 있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무기 구매는 국가안보란 미명 아래 철저하게 국방부 안에서만 일어나는 은밀한 거래였다. 국방부 획득실에 근무하는 장교들이나 장성들은 지독할 정도로 국방부 획득실에서만 근무한다는 특성을 지녔다. 이들이 진급하기 위해 일선 대대장이나 연대장으로 나가는 일도 있지만 진급을 위한 연한만 채우면 바로 획득실로 복귀했다. 자, 이렇게 철저한 비밀주의의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나. 첫째, 미국 위주의 무기 구매라고 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미관계사를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나, 국가안보 차원에서는 무기를 한 국가에만 의존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역군인들은 한미연합사 근무를 통하거나 장교시절 미국 유학을 통해 철저한 친미파로 길들여지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무기를 구매한다는 사고 자체를 할 수가 없다는 한계를 노정했었다. 둘째, 부정부패를 낳았다. 누구라고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겠으나, 무기 구매의 은밀성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무기 구매 스캔들은 많았다. 특히 무기 구매 브로커들-스스로는 로비스트라고 하지만-과 정권과의 유착관계가 스캔들로 비화한 적도 많았다. 셋째, 방위산업체와 군, 그리고 미국 군산복합체와 거대한 유착관계를 낳았다. 방위산업체는 무기를 납품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업체다. 무기 구매의 금액은 일반 상품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 무기 구매를 결정하는 국방부 획득실의 군 장성이나 장교들에게 로비를 하기 위해서는 방위산업체 사장이나 임원을 국방부 획득실 출신의 퇴역 장성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꼭 획득실 출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퇴역 장성들을 고용하는 게 백배 낫다는 것은 안봐도 비디오다. 학연 등으로 얽혀 있는 퇴역 장성들이 아니면 밀실에 꼭꼭 숨어 있는 국방부 획득실에 로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장성진급에 돈으로 뇌물을 쓰지 않게 된 이유가 바로 장성만 되면 퇴역 후 방위산업체에 취직해 돈을 억만금 벌 수 있기 때문이란 우스개 아닌 우스개 소리까지 나돌았겠는가. 반면에 방위사업청은 민간인과 군인들이 50대 50의 비율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역할은 확실하게 분담돼 있다. 군에 필요한 무기가 뭔지 파악하는 것은 군인들이 한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소요 제기라고 하는데, 방위사업청에서 군인의 역할은 소요 제기에서 끝난다. 구매 결정은 민간인들이 한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게 개혁의 핵심이다. 민간인들은 무기 구매시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어떻게 하면 값을 깎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하면 무기 구매 이후 애프터 서비스에 돈을 적게 들일 수 있겠는가(아는 사람은 알지만 지금까지 무기값은 싸게 해주고 이후 소요되는 부품이나 탄약값은 엄청나게 비싸게 책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우리 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바가지를 씌우는 일을 어떻게 피해나갈 수 있겠는가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은 곧 무기구매 대금의 절약을 가져오며, 그것은 곧 세금의 효율적인 배분으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군과 방위산업체의 유착고리를 끊음으로써, 부패를 근절할 수 있다. 자, 일부 장성들은 방위사업청 신설을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것도 엄청나게 커다란 기득권, 철밥통이기 때문이다. 예비역 장성들이 지난 대선 이회창 당시 후보에게 몰려갔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그 인맥들이 지금도 살아남아 일부 현역 군 장성들의 로비를 받고 있다는 것은 국회 주변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 로비는 한나라당에 집중되고 있다.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왜 한나라당이 방위사업청 신설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인지도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방위사업청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 데일리서프라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