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7일 내가 다섯살.. 당시 한국에는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 조치에 반대하여 6/10 항쟁이라 불리는 대학생들의 반대 데모가 있었고, 그 와중에서 체포 당해 고문으로 사망했던 '턱 치니까 억하고 죽었다'던 '맷집 약한' 박종철 열사와 그리고 우리학교 선배로서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던.. 당시 보도로서는 자욱한 연기속 오발된 최루탄이라던, 하지만 당시 목격자의 증언으로는.. "정면으로 겨냥된 최루탄 초탄"에 맞아 두개골 파열로 사망하셨던 이한열 선배가 있었다. 87년.. 현대 한국에는 그런 사건도 있었다. ---+---+---+---+---+---+---+--- 아침에 부랴부랴 학교에 등교했더니,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이한열 열사 추모 기념 이상호 기자님과의 만남"이라고 써있었다. 시간은 저녁 6시.. 장소는 외솔관 110호. 외솔관 110호는.. 저번에 범죄심리학으로 유명한 외국의 모 교수가 강연회 하러 왔을때, 10분 일찍 갔는데도 자리가 없어 포기했던 곳이었다. 이번에는 늦지 말아야지 싶어서 수업이 끝나자 마자 부랴부랴 저녁밥을 먹고 110호를 들어섰다. 하지만 사람은 한 30명은 될까.. 텅 빈 강의실이 왠지 서늘하다. 아는 누나의 소개로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로 좋아하게 된 MBC 이상호 기자님. 고발뉴스(http://www.leesangho.com)의 운영자이며 카메라 출동, 시사매거진2580 등에서 삼성 X파일, MBC 예능국 비리, PD 수뢰사건, 구찌 핸드백 비리, 그 외에도 여러가지 비리사건 고발로 인해..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MBC 의정부 지국에 '파견'나가계신 분이시다. "한열이 형이 2학년이었을때.. 재수해서 1학년에 들어왔었어요. 그땐 나이 차이도 없는 2학년한테 존댓말 쓰기 애매했는데, 형도 재수해서 들어왔다 그러더라" "형.. 참 멋쟁이었는데, 연대 경영학과 당시 같아서는 그냥 조용히 졸업만 해도 직장 골라갔거든. 운동.. 지금이랑 똑같아. 당시에도 참 바보같은 이미지였어. 그런거 하지 않았어도 상관 없었는데.." "학생들 호헌조치때 수업 거부 하자구.. 처음엔 한 300명 모여서 광장에서 항의하다 끝날때는 나랑 한열이 형이랑 한 친구랑 셋이만 그 넓은 광장에 남았어. 막걸리 들고 뒷동산 올라가니까..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막 눈물이 나더라구. 서로 부둥켜 안았지." 87년 그 여름에, 그 현장에 참여했던 사람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한열 선배와 같은 곳에 있었다는 사실은 조금 놀라웠다. 나한테는 역사인 사건을, 누군가는 자신의 삶의 기억에서 불러내고 있었다. "6월 9일.. 학교에서 데모 하고 있었는데, 난 그때 그날까지만 하고 그만 하고 싶었어. 맨날 신촌 삼거리까지 갔다가 최루탄 먹구 그냥 도망치구.. 몇명 참여도 안했는데도 어찌 그리 잡혀 들어가던 친구들은 많은지. 나도 훈방조치 하구 나오고 그랬었어." "근데 어딘가 참여하는데 제일 중요하고 강한 것은 사람 손이고 체온이야. 그날.. 9일날 데모하려구 나오는데 형이 내 손을 잡고서는 그렇게 말하더라." "앞줄.. 위험하니까. 자기 뒤에 서서 따라오라구. 그렇게 손을 잡구 자기 등 뒤로 날 돌려 세워주는데 어찌나 든든한지. 그렇게 나는 형 등만 보고 걸어나갔어." "정문으로 걸어가는데.. 저 바깥에 전경들이 최루탄 총을 겨누고 서있는게 보이더라.. 겁이 났는데 형도 걷고 나도 걷고..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갔어." "문을 나서자 마자.. 빠빠방 하고 총을 쏘는데, 연기가 터지자 마자 바로 학교 안으로 도망갔지. 근데 뒤를 돌아보니까.. 누군가 쓰러져 있더라." "..형이라고 생각해보지도 못했어. 얼굴이 부어있어서.. 친구 몇명이랑 들고 들어오는데도 그때까지 형인줄 몰랐어." 잠깐 고개를 돌려 훌쩍이고 나서는, 다시 침착하게 말을 이어간다. 나도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침착하게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만약 형이 내 앞에 서있지 않았다면.. 거기 쓰러진 사람은 나였을지도 모르지. 그 형이 대열의 앞줄에 있었고.. 난 2열에 서있던거야. 앞에 서신 분에게 빚을 진거지." "사실.. 처음에는 각오가 굳었어. 치열하게 살자.. 형의 유지를 지키자.. 대단했는데.." 갑자기 한손을 들어 주먹을 쥔다. "주먹 쥐면.. 이 주먹도 끝까지 안풀릴수가 없잖아. 나도 그때 그 친구들도 서서히 주먹에 힘이 풀리듯이 긴장이 풀려가더라. 치열하게 살지도 못했고 정의롭게 살지도 못했어." "하지만.. 엠비씨 실수였지(웃음). 기자로 입사하고 나서 안좋은 현실들이 보이는데.. 보도를 하고 났더니 똘아이 취급을 하기 시작하더라구." "그런데 참 신기한게 그럴때마다.. 맘 속에서 형이 떠올라. 형이 힘이 되준거 같아. 형 살아있었음 아마 지금쯤 대기업 부장쯤 되서 잘 살고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랑 같이." 숙연해진다는 기분..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기가 참 쉽지 않은 느낌인데.. 강의실 전체가 숙연해졌다. 그래도 기자님은.. 2열에 서계셨고. 지금은 앞열에 서신 분인데.. 저는 단지 바깥에서 방관하는 사람입니다. 하고 속으로 곱씹어 보았을 뿐이다. 그 외에도..  취재 할때의 이야기, 그동안의 보도에 대한 개인 생각, 지금 사회 현실에 대한 이야기. 일반인은 잘 모르는 언론계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몇가지 기억나는 말 들은 이랬다. "비판 의식을 가지면.. 결국은 행복해진다." "비판이라는건 머리로 하는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해야 남는다." "시장경제.. 경쟁.. 이 사회가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은 결국 '교환'해서 뭔가 주고 받을때는 참 쑥스럽고 멋쩍은데, 서로 서로 '증여'하면 참 편하고 감사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한테는 희망이 있는거다." 하지만.. 말해주신것 이상으로 남고 봤던 것이 많았다. 마음에 남은 사람을 지켜나가는 각오. 옳다고 믿은 것을 옳게끔 해나가는 '똘아이'스러운 뚝심. 초심을 지켜나가자는 스스로의 다짐이 또 다시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밖의 이야기도 중요했구 사회 현실이나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도 값있었지만 블로그에는 여기까지.. 감동을 느낄수 있었던 만큼만 적어보고자 한다. (출처 = http://quizith.spaces.live.com/Blog/cns!F14D9B13CA61F699!304.en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