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간부 보도국에 전화왔다” MBC노조 ‘삼성 보도 누락’ 입장 발표    MBC의 삼성전자 휴대폰 후속 보도가 누락된 것과 관련, 삼성전자 고위 간부의 ‘친정로비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박성제)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가 25일자 노보를 통해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MBC 보도국 간부 출신 삼성전자 임원이 수차례 전화” 민실위는 보고서에서 후속보도가 나가기로 한 4일 오후 “편집회의는 삼성전자의 사과문 발표를 리포트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사는 몇 시간 뒤 단신으로 바뀌었고, 이후 뉴스 진행과정에서 결국 누락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MBC 보도국 부국장 출신인 모 삼성전자 간부가 MBC에 몇 차례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민실위는 “MBC 보도국 출신인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이 보도국 간부들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 기사에 이어 속보까지 MBC가 방송하면 내 입장이 어려워진다”는 취지의 전화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 보도국은 로비설에 대해 일축했다. 민실위에 따르면 MBC 보도국 책임자는 “본 기사가 이미 잘 나간 상황에서 속보는 꼭 나가야 할 기사라고 판단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모자라 누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실위도 “단신속보가 꼭 나가야 하는 기사인가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을 수 있고, 판단을 존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민실위는 “그러나 기사 누락 과정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MBC 보도국 고위 간부를 지낸 대기업 임원이 건 여러 통의 전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실위는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고 어떤 외부의 압력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보다 신중하고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적어도 삼성전자 입장에서 보면, MBC 출신 인사를 데려간 효용성을 (본 기사에서는 실패했지만, 적어도 속보에 관한 한) 확인했다는 착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일 ‘집중취재’를 통해 삼성전자가 휴대폰 A/S 과정에서 재생 부품을 사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4일 애니콜 홈페이지에 “해당 고객에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공지했고 MBC는 이날 〈저녁뉴스〉에서 앵커 단신으로 보도했다. “6·10 항쟁 기념식 중계 누락…공영방송으로서 민망해” 한편 민실위는 보고서에서 6·10 항쟁 기념식 중계 누락, MBC의 노동 관련 보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지적했다. 민실위는 지난 10일 6․10 항쟁 20주년 기념식 중계가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MBC에서 누락된 것을 두고 “공영방송으로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KBS, SBS, YTN 등이 기념식을 생방송으로 중계했으나, MBC는 〈환상의 짝꿍〉을 내보냈다. 민실위는 “MBC 보도국은 그 동안 KBS에 비해 이른바 ‘달력 기획’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일정을 챙기고 의미를 짚는 언론의 기본 역할에 취약점을 보여 왔다”며 “MBC 뉴스가 챙겨야 할 주요 이슈와 장기 기획, 계기성 기획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신, 그날그날의 뉴스 편집과 개별 아이템의 완성도에 상대적으로 과한 역량을 쏟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했다. 민실위는 또 “편집회의가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이 같은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C와 KBS의 노동 관련 보도 “접근법부터 달라” 지난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에 대한 국회의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집회에 관한 보도 태도도 지적됐다. 이 사건을 다룬 MBC와 KBS의 보도는 시작부터 달랐다. MBC “2시간 마비” 오늘 서울 여의도에서 화물 트럭 기사들이 차도를 점거한 채 기습 시위를 벌여 이 일대 교통이 2시간 동안이나 마비됐습니다. KBS “노동3권 보장하라” 특수 고용직 보호법안의 국회 처리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MBC와 KBS 보도 접근법의 현격한 차이에 대해 민실위는 “KBS는 노동문제를 담당하는 기자가 전날부터 미리 일정을 챙겨 준비된 기사를 썼고, MBC는 사건기자가 오후 5시가 넘은 시각에 지시를 받고 갑자기 기사를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불법시위→교통체증→시민짜증”이라는 “익숙한 공식”에 대해 “MBC 보도는 사회문제의 구조적 접근, 갈등 조정자로서 언론의 역할 같은 어려운 길보다는,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 같은 눈에 잘 띄고 쉬운 접근법을 주로 택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보도국은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노동문제 담당을 사회에디터 소속에서 경제에디터 소속으로 옮겼다. “노동 문제를 파업과 시위, 집회 같은 사건적 시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고용과 경제정책, 사회적 갈등 조정과 같은 보다 폭넓고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자는 취지”였다. 민실위는 “그러나 현재 그 같은 조직개편의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 하고 있다”며 “노동 문제에 대한 MBC 보도의 접근방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도국장을 비롯한 편집회의의 인식의 전환과 함께, 조직개편의 취지가 충분히 구현될 수 있도록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인력조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7-06-25 11:40:39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