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외이사 김동민씨! 당신이 틀렸소” 김동민 칼럼 에 대한 반론 2004-11-04 10:27 라는 김동민의 컬럼을 보면서 참으로 서글퍼지는 심정을 가눌 길 없다. 김동민의 말처럼 ‘운동의 동지들도 많고, 좋은 프로그램도 꽤 있는’ MBC를 자칭 MBC맨이 비판하는 모양을 보면서, 100번 잘하다가도 1번만 잘못하면 ‘MBC에 대한 자신의 애정편력이 무너져버리는’ 엄격한 잣대를 가진 양반이구나 하는 약간의 감동과 함께 그 인간적 고뇌를 헤아리고 싶어졌다. 적어도 첫째 둘째 문단을 읽었을 때의 감상이다. 하지만 김동민의 이후 내용을 보면서 ‘엄격한 잣대’니 ‘인간적 고뇌’니 하는 나의 감상은 감상으로 끝났고, ‘언론학 교수 맞나?’ ‘SBS 사외이사 맞나?’하는 실망감만 가득 찬다. 그래서 김동민이 “‘물은 생명이다’ 관련 방송에서 보듯이 기자가 태영의 건설현장을 샅샅이 헤집고, 알바들을 고용하여 수년치 SBS 보도를 이 잡듯 뒤진 결과로 만든 프로그램이 사실을 왜곡한 억지 투성이었다니 ‘사실은…’은 결국 윤 회장을 도와준 꼴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왜곡사례’는 좀 더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할 부분이 있고, 또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어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분명한 ‘사실왜곡’의 영역인 인터뷰냐 아니냐의 문제와 김동민의 방송법 위반 행위에 국한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가 사실왜곡 먼저, 이 글을 왜 썼을까? 참으로 궁금했다. 자신과 전화 통화한 내용이 ‘신강균의 사실은’(이후 ‘사실은’)에서 도둑질하듯이 ‘이용’해서인지, 인터뷰라고 밝히지도 않고 인터뷰한 것처럼 시청자들을 속여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주장을 ‘거두절미’한 채 보도해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SBS 사외이사가 SBS와 지배주주 태영을 비판하는 <사실은>과 인터뷰해서 SBS 사측으로부터 날아 올 비난이 두려워서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동민이 ‘분노’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래 대목에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SBS와 태영의 비리를 추적하는 ‘사실은…’의 이상호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만나자고 했다. 날짜를 꼽아보다가 전화로 몇 가지 물어보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나는 이것을 인터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자가 물어보면 인터뷰지 그것도 모르냐고 하지 말라. 그건 조선 동아 기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특정 사안과 관련한 인터뷰라고 밝히는 건 기자의 기본 예의다. 나는 여러 물음에 20여분 동안 배터리가 열을 받은 후에도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 오로지 취재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배려였다.... 김동민은 “기자가 물어보면 인터뷰지 그것도 모르냐고 하지 말라. 그건 조선 동아 기자들이나 하는 짓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자가 물어보면 인터뷰지 그것도 모르냐’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선 동아 기자들이나 하는 짓’으로 논리비약을 한다고 김동민의 주장이 설득력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취재기자가 할 일이 없어 김동민에게 전화를 걸어 김동민 말대로 ‘20여분간 배터리가 열을 받은 후’까지 이야기를 했을까. 또 김동민의 주장처럼 ‘만나자고 했다. 날짜를 꼽아보다가 전화로...했다’는 주장을 보더라도 ‘인터뷰’외 다른 해석은 설득력이 없다. ‘취재의 도움을 주기 위한 배려’라는 주장은 김동민의 입장이고, 기자의 입장에서는 ‘취재에 응한 것 즉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사실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김동민은 자신의 글에서 그 당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했기에 김동민에게 따로 확인할 필요는 없었고, 김동민이 언급한 '사실은…' 기자 이상호에게 확인취재를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 이 내용을 방송에 반영하겠다고 다시 통보까지 해 주었다”고 답한다. 인터뷰가 아니라면 방송에 반영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 안된다고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한데 이때는 아무 말 않고 있다가 방송이 나간 뒤에 ‘인터뷰라고 말도 안 해 놓고...’하면서 특정 기자를 ‘부도덕한 놈’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적어도 ‘인터뷰냐 아니냐’에 한해서 ‘‘사실은…’의 심각한 사실 왜곡’이 아니라 ‘김동민의 심각한 사실 왜곡’임을 미루어 짐작한다. 이 대목에서 김동민의 ‘해명’ 또는 ‘변명’을 기대한다. 이사와 시청자위원도 구분 못해 그리고 언론학 박사 학위에 SBS 사외이사까지 맡고 있는 분이 어떻게 이리도 방송에 대해서 ‘문외한’처럼 행세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 있다. ....“사외이사로서 나의 역할은...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민언련 모니터 보고서가 나오면 주지를 시키고 반영하도록 독려하기도...개인적으로 주의 깊게 살펴본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공익적 프로그램의 신설을 건의하기도 했다.... 방송은 소유/경영/편성의 영역이 있고, 언론개혁 방송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들 3요소가 각각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누누이 주장해 왔다. 심지어 김동민이 소속해 있는 SBS 이사회 회장 윤세영마저 올 초 ‘소유와 경영의 분리 선언’을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초 SBS 노동조합이 사측과 합의한 14개 개혁과제를 보라. ‘사외이사 노조추천 및 윤회장 아들 윤석민의 SBS진입금지’로 대표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본부장중간평가제 및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등으로 대표되는 경영과 편성의 분리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김동민은 전혀 이해를 못하는 듯 하다. 자신은 ‘프로그램 감시자’로서 ‘이사’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소유의 영역인 ‘사외이사’가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상인가. 그러면서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가 나오면 주지시키고 반영하도록 독려’, ‘개인적으로 주의 깊게 살펴 본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 ‘공익적 프로그램의 신설을 건의’하는 것이 사외이사가 할 일인가. 이사의 역할과 시청자위원의 역할도 구분하지 못하는 김동민이 SBS 이사라는 사실 자체가 SBS 이사회의 수준을 드러내는 일이다. SBS 이사회의 일상적인 범법행위 또한 이것은 ‘소유’가 ‘편성’을 간섭하는 행위로 방송독립을 염원하는 SBS노동조합에게 돌 맞을 일이다. 제작과정에서 ‘소유’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기자와 PD가 90%가량 되는 SBS노조의 조사결과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요, SBS노동조합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사외이사 노조추천’이 왜 필요한 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또한 김동민의 주장대로라면, 김동민과 SBS 이사회는 일상적으로 범법행위를 저질러 온 것이다.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1항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2항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3항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를 전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또한 4항에 따라 노사가 합의해서 제정한 ‘방송편성규약’의 ‘내·외부의 간섭이나 개입 금지’를 위반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동민에게 한 마디 하고자 한다. “SBS 사외이사 김동민씨! 당신은 범법자요. 그리고 당신 덕에 SBS 이사회까지 졸지에 범법집단이 돼버렸소.” (주: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