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과 SBS의 <물은 생명이다> 사업 문화방송과 서울방송의 싸움이 갈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 물론 싸움 자체는 문화방송의 완승이다. 태생부터 큰 문제를 안고 있을 뿐더러 여러모로 구린 데가 많은 서울방송이 뭘 믿고 싸움을 걸었는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방적인 싸움일지라도 그 동안 의혹만 무성하고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서울방송의 문제가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어서 문화방송의 보도를 보는 재미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이 싸움을 보기 위해 우리가 먼저 확인할 것은 세가지이다. 첫째, 서울방송은 서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방송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울방송은 지역 제휴사들을 거느리고 전국방송으로 행세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잘못이다. 둘째, 서울방송은 태생부터 엄청난 특혜의혹을 안고 출발했다. 거대한 뒷거래가 없이 노태우가 태영이라는 중소 건설업체에게 서울방송을 주었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세째, 태영은 서울방송의 대주주로서 최근에는 서울방송을 태영 회장의 아들에게 물려주려다가 큰 사회적 저항에 부딪혔다. 태영은 서울방송을 단순히 사유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제 태영이 서울방송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자. 서울방송은 '물은 생명이다'는 제목의 환경보호 캠페인성 프로그램을 방송해 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서울방송은 'SBS대국민약속'이라는 부제까지 붙이고 있다. 맑은 물을 되찾겠다는 약속이다. 얼마나 좋은 약속인가? 2002년 11월부터 '근대화와 물'이라는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대단히 기뻐하기도 했다. 서울방송에서 내걸고 있듯이 정말 '물은 생명'이며, 물을 되살리는 것은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내가 기뻐하지 않을 도리가 있었겠는가? 서울방송의 선정성과 편파성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걸 보고는 나름대로 애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은 아무래도 잘못된 것이었던 모양이다. 2004년 10월 22일 밤에 방송된 신강균의 '사실은'에서는 서울방송의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의 이면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것은 사실상 태영의 하수처리장 사업이었다. 태영은 서울방송을 이용해서 땅 짚고 헤엄치기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서울방송의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은 태영의 사업을 위한 바람잡이일 뿐이었다. 이윤에 눈이 먼 기업이 방송을 장악했을 때, 방송은 그 기업의 도구로 타락할 수 있다. 서울방송의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서울방송은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을 벌이면서 경기도 남양주시의 왕숙천을 여러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 개울은 광릉에서 흐르기 시작해서 남양주를 가로질러 한강으로 들어간다. 지금은 시멘트 직강화로 심하게 망가졌지만, 내 어릴 적 추억이 어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량리에 살던 나는 친구들과 어려서 여러 차례 왕숙천에 놀러갔다. 물놀이도 하고 천렵도 하고 개구리 뒷다리를 뜯는 못된 짓도 했다. 그런 곳이 시나브로 더러워지더니 이제는 시멘트 직강화가 되고 중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곳이 되어 버렸다. 서울방송은 왕숙천이 더러워져서 하수처리장 공사가 시급하다는 방송을 했다. 이런 보도에 따라 여론이 나빠지자 남양주시는 하수처리장 공사를 서둘렀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오히려 필요한 보도를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보도를 태영과 연관시키는 순간 사정은 돌변한다. 서울방송의 보도 이후에 진건하수처리장이 건설되었다. 8만톤 규모에 530억원이 들었다. 건설은 태영이 맡았다. 그런데 이 시설이 건설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울방송은 왕숙천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았으며 하수처리장의 증설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남양주시는 다시 2만톤을 증설하기로 했다. 비용은 300억원이다. 역시 태영이 맡았다. 이것을 단순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봐야 할까? 하수처리장을 건설한다고 해서 하천의 수질이 곧 바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수처리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하수관로가 제대로 정비되어야 한다. 모든 하수가 하수처리장으로 제대로 흘러들어간다는 전제 위에서 하수처리장이 건설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수처리장을 아무리 크게 지어도 하천의 수질은 결코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하수처리장이 없거나 작아서 하천의 수질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보도는 올바른 보도가 아니다. 서울방송의 경우에는 단순히 올바르지 않은 보도에 머물지 않고 대주주인 태영이 막대한 돈을 챙기도록 하는 구실을 했다. 서울방송이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을 시작하고 태영의 몸집은 크게 커졌다고 한다. 이런 성장을 주도한 것은 하수 관련 계열사로서 모두 11개의 회사를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태영의 환경관련 시설이 모두 70개는 넘는다고 한다. 태영이 바야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환경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모양이다. 나아가 120억원 규모의 양주시 신천 샛강정비사업을 수의계약하고, 268억원 규모의 의정부시 지하차도 건설사업을 수의계약했다. 1억원이 넘는 공사는 수의계약할 수 없다. 그런데 양주시에서는 '혼잡공정'이라는 터무니없는 논리로 법망을 피했고, 의정부시에서는 관련 공무원이 세명이나 구속되었지만 공사는 아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태영이 이렇게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은 모두 서울방송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태영 회장은 서울방송을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최대한 알뜰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도 위험한 일이다. 나아가 '사실은'은 태영 회장이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의 우려와 관심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참으로 가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를 지적하는 척하면서 실제로 문제의 시정에는 관심이 없고 방송을 이용해 쉽게 돈벌이를 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영과 서울방송은 명백한 감사대상이다. 사실 태영이 서울방송에서 손을 떼도록 해야 옳을 것이다. 학살자이자 도적놈인 노태우와 연루된 의혹으로 가득 찬 특혜의 결과를 언제까지 내버려 둘 것인가? 나아가 태영과 수의계약을 맺은 자치체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감사를 실행해야 한다. 태영이 챙긴 돈은 모두 국민의 혈세이다. 서울방송을 내세운 태영의 위협에 굴복해서 혈세를 태영에게 바쳤다면, 이것도 역시 엄벌을 받아야 할 큰 죄가 아닐 수 없다. (주: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로 계신 홍성태님께서 진보누리에 올리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