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種 국산한약재 (2000.6)
작성자 이상호 작성일 2006/12/19 09:35:22
조회 5956

(주: 2000. 6 시사매거진 2580 보돕니다. 보도 이후 한의사협회측은 본 취재팀에게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였다며 감사패를 전달해온 바 있습니다.)

⊙  이상호 기자  :
중국산 농산물에 이어 중국산 약재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엄청난 양이 국산한약재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설 땅을 잃은 국산한약재 중 상당수는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한약재 재배농가의 피해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한의학이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는 뼈있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입 한약재의 불법유통 실태와 정부의 한약정책을 고발합니다.
영상취재 김상진 / 영상편집 함상호 / AD 변영애

매년 수천 톤의 외국산 약재가 들어오는 부산항, 보세창고마다 온갖 외국산 약재가 산더미처럼 넘쳐나고 있습니다.

- 이게 뭐예요?
- 감초입니다.
- 감초... 어디로 가는 거예요?
- 금산.
- 요새 많이 들어와요?
- 네, 많이 들어옵니다.
- 일거리 많아서 좋으시겠네요.
- 너무 힘이 들어요.

보세창고를 떠난 엄청난 양의 수입약재는 어디로 팔려나갈까. 경기도 남양주의 한 컨테이너 야적장입니다. 수상한 물관이 보관돼 있다는 제보에 따라 관리인의 동의를 얻고 컨테이너를 열어봤습니다. 국산으로 표기된 한약재 당귀였습니다. 취재팀은 당귀의 원산지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총리실 산하 한의학 연구소 등 세 군데 검사기관에서 모두 중국산 판정을 내렸습니다.

⊙  고병섭 / 한국 한의학연구소 박사  :
DNA 분석한 결과 의뢰하신 샘플의 밴드가 저희들이 갖고 있는 중국 표준표본의 밴드하고 일치하기 때문에 저희들이 중국산으로 판정하였습니다.

확인결과 식품용 수입당귀 9톤 가운데 3톤 가량은 이미 산지를 거쳐 국산한약재로 둔갑해 팔려나간 상태였습니다.

⊙  박○○ / 피해 도매업자  :
이것은 다 맞아 떨어져요. 국산으로 해 가지고... 국산으로 생산자  증명서 다 떼어서 왔잖아요.
- 중국산인 것 아셨을 때 속아서 구입한 거 아셨을 때 어떠셨나요?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걸 팔았는지 말할 수 없이 화가 났습니다.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인삼공사입니다. 최근 한약재가 들어가는 음료를 새로 개발했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이곳 한약재 보관창고에도 중국산 약재가 가득했습니다. 이중에서 최근 국산으로 납품된 한약재 백작약의 원산지를 둘러싸고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  국산이라고 납품된 작약이거든요. 어떻습니까?
⊙  이영종 / 한국 본초학 회장  :
옆의 국산 작약과 비교해 볼 때 크기가 더 굵고 빛깔이 좀 어두운 것으로 보아서 국산으로 보기는 어렵고 중국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한약재 공급상  :
그 분이 암만 저명한 약의학의 권위자라고 해도 그분의 실수라고 밖에 생각을 못하겠어요 우리는 자신이 있으니까...

결론은 판정불가였습니다.

- 백작약, 상엽 이런 것들을 가져왔거든요.
⊙  김수정 /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  :
현재는 당귀까지는 식별이 가능한데요. 상엽이나 작약은 아직 (식별방법 개발이) 안 돼 있어요. 지금 연구 중입니다.  

외국산 약재의 수입물량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입니다. 위원회를 열어서 국내 수요를 감안해 그때그때 필요한 한약재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 8불이라도 들여오겠다는 사람은 줘야지 왜 안 줘.  

위원들 사이에 강론이 오갑니다. 그러나 실제 한약재 수급조절권한은 일부 유통업자에게 주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물량이 달리는 국산한약재는 매점매석하고 또 모자라는 것은 수입약재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  한약재 수출입 관계자  :
무역업체는 식품을 수입해 가지고 식품 도매업체에 팔았단 말이에요. 그 도매업체가 지방을 통해서 다시 국산이랑 섞어서 와 버리면 알 수가 없는 거죠.   - 그런 식으로 유통되는 게 상당히 있겠네요?
태반이 있다고 봐야죠.

심지어 2580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원산지를 속여 판 한약상 60여 명 중에는 한약관련 단체의 현직 회장을 포함해 유명 한약상들이 대거 포함돼 충격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수입약재가 대량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제약회사입니다. 생약성분의 의약품이나 건강음료에 수입약재가 들어가고 있지만 대부분 원산지 표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중국산, 한국산 이렇게 구분이 안 돼 있어도 안 여쭤보고 그냥 사가요?
⊙  약사 :
전혀 안 물어보는데요. 대충 국산 한약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의 물어보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나마 일반식품용 드링크제는 원산지 표시 규정이라도 있지만 의약품의 경우 표시규정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  이승엽 / 전북 생약농협협동조합장  :
제약회사가요. 국산품을 안 쓰고 중국에서 액기스를 갖다가 우리나라에다, 예를 들어서... 물만 타서 쓰는데 그것이 중국산이란 표시가 안 돼 있고 그래 노니까 그것을 갖다 국민들이 모르고 먹는 국민들만 불쌍해요. 보건복지부에서 그것을 있잖아요.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문제는 식품용 수입약재의 경우 농약이나 중금속 등 유해물질에 대한 철저한 성분검사를 거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약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뉴스데스크 / 2000.4.9  :
중국에서 인삼과 장뇌 같은 한약재와 농산물을 몰래 들여와서 국산인 것처럼 속여 판 일당이 적발됐습니다. 특히 이들이 팔아온 인삼에서는 살충제 성분까지 검출됐습니다.

중국산 약재의 유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의 다름 아닌 한약재 재배농가입니다. 재배를 포기하다시피 한 목단 밭엔 잡초만 가득합니다.

- 왜 이렇게 잡초 속에다 방치해 두셨어요?
⊙  박용근 / 전남 영암군 덕진면  :
지금 이걸 재배해서 소득이 돼야 되는데 소득이 안 되니까 이렇게 잡초 속에 묻혀놨죠.
- 왜, 지금...
지금 중국산이 굉장히 낮은 가격으로 우리가 생산해봐야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그런 가격으로 지금 유통되고 있으니까.

- 한약재가 없네요?
- 이게 바로 우리 농가, 농심의 현실입니다. 현장이고요.

기관지염에 특효가 있어 지난 90년까지 일본에 수백 톤이 수출되던 패모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효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종근만이 소량 남아 있을 뿐입니다.

- 이게 지금 남은 패모 전부입니다.
⊙  박일량 / 영암 생약영농조합장  :
네, 이게 남은 패모가 전부입니다. 천 여 근 밖에 안 남았어요.
- 이게 없어지면은?
영원히 없어지는 겁니다. 우리 국내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겁니다.

⊙  김신중 / 전남 생약농협협동조합장 :
지금 저희가 약초재배를 한 27년 간 지금 해오고 있습니다마는 지금처럼 약초지배를 하면서 위기를 느낄 때가 없습니다. 지금 중국하고 개방된 지가 불과 한 5년 된 마당에 벌써 약초재배농가가 3분의1로 줄었습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몇 몇 한의사들이 국산한약재를 되살려보자고 모였습니다. 운동본부 측은 낮은 가격으로 국내시장을 점령한 중국산 약재가 이제는 국내 한약재 시장가격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  김주영 / '우리 한약재 살리기 운동본부' 사무총장  :
이 수입 오미자가 원래 가격이 2천 원에서 2천 5백 원 사이에 수입이 되고 있었는데요. 올해 3, 4, 5월 달에 이 오미자 가격이 만원까지 올라갔었습니다. 중국 측에서 횡포를 부리기 시작한 겁니다.

한의약계도 위기감이 팽배해있습니다.

⊙  김정열 / 서울시 한의사협회 회장  :
우리 한의학에서는 한약과 한의를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의가 발전하려면은 한약도 또한 발전해줘야 됩니다. 그것이 수입약재가 아닌 국산한약재로 그것이 한약재란 것이 전제가 돼야 된다는 거죠. 그런데 만약 국산 한약재가 사라져 간다면 한의학 발전에도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생각이 된단 말이죠.

전주에 숙군 약초시험장입니다. 이곳에서 멸종위기의 국산 약초들은 근근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열제의 원료로 쓰이는 백미, 이 약초는 몸에 한기를 제거해주는데 특효약인 초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이런 국산 한약재들은 최근 중국의 저가 한약재의 공세에 밀려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처럼 4∼5년 동안 중국산 한약재에 밀려서 자취를 감춘 국산 주요 한약재는 30여종이나 됩니다. 지난 13일, 가슴에 묻어뒀던 농민들의 분노가 한데 터져 나왔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한약재의 수입규제를 전면 철폐하기로 한 방침을 전해듣고 뛰쳐나온 것입니다.

- 올 연말이면 모든 품목의 한약재가 의약품이든 식품이든 상관없이 무한정 수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과연 농민을 위한 정책이란 말인가.

농민들의 원성은 정부,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제개혁위원회에 쏠려 있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내년부터 관세화를 전제로 한약재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규제위는 한약재를 식품이 아니라 의약품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던 당초 합의로 뒤집었습니다. 여기엔 유통업자들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김홍신 / 국회의원  :  
이익집단의 로비, 그 다음에 힘없는 농민들보다는 우선 관대한 힘의 논리에서 이렇게 굴복하는 거, 이런 거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대책을 강구해야 됩니다.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는 한약재 수입규제철폐와 자신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  전 홍 / 규제개혁위원회 심의관  :
그건 전혀 잘못 아셨어요.
- 규제위에서 하시는 게 아닙니까?
규제위가 결정한 바 없습니다. 그건 관여도 안 했습니다.

국산 한약재 시장이 붕괴되고 있는 사이 중국은 세계 약재시장을 중국산으로 표준화하기 위해서 올해부터 중국약재 생산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곽준수 / 진안숙군약초 시험장 박사  :
세계 시장에서 우리 한국산 한약재에 들어설 발판을 잃는 거가 되죠. 지금 상대부분 그 사람들은 그걸 추진을 하고 있고 그거에 대응해서 우리 약초 생산기반을 빨리 하루속히 좀 재건을 할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 않아 국내 시장에서 국산 한약재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빈자리는 중국산이 메우게 될 것입니다. 8천억 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한약재 시장, 비단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우리 한의학의 존립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합니다. 농산물과 수산물에 이어 한약재마저 중국산에 자리를 내주고 농사를 접게 된 농민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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