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111회, 2003년 9월 19일]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 방송발전기금 무엇이 문제인가? ⊙ 신강균 기자  : 방송위원회가 방송발전기금을 직원들의 개인 연금으로 유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도대체 어떤 돈이길래 직원들의 복지 비용으로 쓴 게 말썽이 됐는지 궁금한데요, 오늘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에서는 방송발전을 위해 매년 방송사들로부터 천억 원 이상씩을 걷는 방송발전기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상호 기자, 방송발전기금, 원래 방송의 발전을 위해서 쓰여져야 되는 것 아닙니까? ⊙ 이상호 기자  : 그렇죠. 말씀하신 대로 방송문화발전을 위해서 쓰여져야 할 방송발전기금이 방송위원회의 직원들, 그것도 개인연금을 보조하는데 쓰였다 하는 사실은 일반 국민들에게 상당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얘기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방송위원회가 기금을 유용했다고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는 미묘하고 복잡한 배경이 깔려 있었는데요, 바로 이 때문에 지금 국회와 방송위원회가 팽팽히 맞서고 있었습니다. - 방송 위원회가 직원들이 부담해야 할 개인연금 보험료를... 지난 15일 도하 언론은 일제히 방송발전기금이 부당하게 유용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이 문제는 국회 문광 위원인 민주당의 김성호 의원이 제기한 것입니다. ⊙ 김성호 / 민주당 국회의원  : 방송발전기금을 관리해야 될 위원회에서 그 본래 목적과 상관없이 직원들의 개인적인 연금을 대신 내줬다는 것은 저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이 될 수 없는 행위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위원회는 사실 별도의 운영 예산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방송위원회는 현재 방송발전기금의 약20%를 직원 월급 등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개인연금은 회사가 직원들의 의료보험을 보조하는 것처럼 노사합의에 따라 지급해온 것뿐이라고 합니다. ⊙ 차중호 / 방송위 노조사무처장  : 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편법으로 지원한다거나 유용했다거나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거고요. 저희는 명확하게 예산에 반영이 돼 있는 부분이고 저희 회사는 아시겠지만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통해서 국무회의 승인도 받고 최종 국회 승인 받은 이후에 적법하게 적법한 절차에 의거해서 진행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즉 방송 발전 기금 중 일부를 방송위원회의 운영예산으로 쓰는 것은 국회와 정부가 승인한 사항이고, 이에 따라 그동안 정상적으로 결산도 이루어져 왔다는 것입니다. ⊙ 신강균 기자  : 방송위원회는 엄연히 방송법에 의한 법적 기구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예산도 당연히 국고에서 지원돼야 할 텐데 공익자금인 방송발전기금에서 직원들의 월급 등이 나간다고 하면 문제일텐데 더군다나 이것을 국회나 정부가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치를 했다, 그 배경이 참 궁금한데 말이죠.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방송발전기금을 순수하게 방송발전을 위해서만 쓰도록 못 박아둔 말 그대로 공익 자금이죠. 그런데 이번 사건은 이 돈을 방송위원회가 직원들 월급을 포함한 운영 예산으로 쓰다 보니까 생기게 된 일입니다. 지난 2000년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종합 유선방송과 위성방송까지를 그 심의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방송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위원회의 위상과 직원들의 신분 문제 등 민감한 사항들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 강대인 / 前 방송위원회 위원장  : 그 기존 노조의 반발이라는 게 어떻든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게 되면 당시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웠던 부분들이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어정쩡한 어떤 형태로 실제로 국가 행정기관이면서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무처 직원들의 신분은 민간인으로 가는 그런 게 돼 버린 거죠. 그러다 보니 문제가 된 게 바로 방송위원회의 운영예산이었습니다. 방송위원회의 성격 상 민간 성격이 커서 딱히 국고를 지원하기가 곤란하게 된 것입니다. 고육지책이 바로 방송발전기금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연간 1,600억 원 가량으로 모아지는 방송발전기금은 방송사들이 방송발전과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해 조성하는 돈입니다. 이 중 방송위원회가 현재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는 돈은 220여 억 원 규모로 전체 기금 사용 액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방송위원회 관계자  : 공무원이 아니다 보니까 국고에서 줄 명분이 없다. 법을 만들때도 이것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방송법과 기금이라고 명시를 하자, 국고를 명시하자 논란이 많았는데 합의를 못 봤어요. 대신에 내용상으론 기금을 쓰고 기금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암묵적으로 되어 있었죠. ⊙ 신강균 기자  : 방송발전기금이 사실상 국고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 되겠군요? 그렇다면 국가예산은 그 집행을 성실히 잘 감독을 해야될텐데 방송발전기금, 어떻습니까?  방송발전을 위한 현장에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이 부분이 정말 엉망이라면서요?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이번 개인연금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일반 국민들 사이에 과연 방송발전기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방송발전기금의 사용 상황입니다. 사용현황을 점검해봤더니 안타깝게도 우려한 대로 한마디로 엉망이었습니다. 10만평이 넘는 규모의 남한강 연수원, 수십 억 원 대의 방송발전기금이 들어간 이곳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소유로 지금은 한 업체가 위탁 관리하고 있습니다. 방송과 관련된 단체는 안 보이고 방송과는 관련이 없는 몇 몇 단체들이 연수를 받고 있었습니다. - 광고나 언론 쪽에서 주로 연수를 오는 게 아니네요? ⊙ 남한강 연구원 직원  : 그분들은 여름, 봄에 많이 오고 전에 공사가 (직접영업을) 할 때에는 유치가 이쪽으로 많이 됐었죠. 현재는 많이 줄었어요. 그게 논란이 많더라고요. 방송발전기금으로 구입한 건물은 이밖에도 방송회관과 프레스센터 등이 있습니다. 역시 한국방송광고공사 소유로 돼 있는 프레스센터의 경우 매년 수십억원의 운영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방송발전기금에 의해 충당되고 현실입니다. ⊙ 프레스센터 관계자  : 건물 자체가 언론 공익시설이다 보니까. 여기 입주하고 있는 언론 16개 단체들이 그 단체들이 주로 (무료임대를 하고) 위에 국제회의장 기자회견장 공익시설이다 보니까 구조적으로 여기 이제 건물주가 광고공사다 보니까 광고공사에서 임대료를 못 받고 그러다 보니까 (적자가 나는 거죠) 방송 발전기금이 광고단체를 포함해 각종 기관과 단체의 운영비로 지원한 돈은 지난해 100억 원이 넘는 113억 원입니다. ⊙ 조진완 / 기획예산처 평가위원  : 방송발전기금은 방송에 관련된 사업에 기금이 지출이 되야되는데 그런 것들은 지양돼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방송발전기금은 기획예산처 평가보고서에서 사업자 선정의 타당성이나 투명성 부분에서 아주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사업운영의 효율성도 아주 낮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송발전기금이 방만하게 쓰이고 있는 동안 정작 기금을 낸 중소규모의 방송사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 김영철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국장  : 방송발전기금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왜냐 하면은 방송위원회가 2000년 이후에 설립된 이후에 방송발전기금을 방송사업자에게 준 적이 없거든요.   실제 방송발전기금은 주요 사업 분야인 시청자 단체나 장애인의 방송시청 등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는 불과 18억 원 정도만이 쓰여져 전체 기금의 2%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시청자 단체 담당자  : 사실 시청자 단체들이 해내야 할 것이 감시기능하고 정책을 제안하고 형성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해야된다면 그 한 축인 감시기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발전기금이 지원해 주어야하는데... 이렇듯 방송발전 기금의 운영에 대한 불만 어린 목소리가 높아지고 감사원 기획예산처 등의 지적이 일자 전체 발전기금의 운영권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지난해 방송발전기금을 제대로 쓰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사업계획을 수립했습니다. ⊙ 김도환 / 방송위 노조위원장  : 지원 일몰제를 채택을 해서 지금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단체 같은 경우에는 점차적으로 줄여 가는 방향으로...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 새롭게 발족한 제2기 방송위원회도 개선 의지 밝힌 바가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방송발전을 위하고 그리고 시청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방송사들이 한 두 푼 거두어준 국민의 돈, 눈 먹 돈처럼 쓰여지고 있는데 기가 막히군요? ⊙ 이상호 기자  : 총리실 산하에 한국조세연구원이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최근 나온 보고서를 보면요, 방송위원회가 제대로 된 방송정책을 수립하고 또 관리를 하기 위한 국가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운영비에 대해서 국고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렇게 지적을 했습니다. 흔들리고 있는 방송정책, 그 중심에 서 있어야 할 방송위원회의 위상 정립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