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5일, 미디어비평 110회 보도]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 지역신문의 희한한 상 신문사가 지방자치단체장들로부터 신청금을 받고 일 잘한다고 그들에게 상을 주는 것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장, 구청장들이 참가비로 낸 돈은 자치 단체의 예산으로 국민의 돈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상, 어딘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에서는 경인일보가 주최한 올해로 세 번째로 시행되고 있는 경인 우수 단체장 상의 실체와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상호 기자, 이 상이 도대체 어떤 상입니까? ⊙ 이상호 기자  : 말씀하신 대로 우수자치단체장 상입니다. 말로는 우수단체장을 뽑는다고 하고 있지만 수백만 원 대의 참가비를 낸 사람들에 한 해서 골고루 상을 나눠주는 그야말로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시상식장에 가보니까 이건 시상식장이 아니라 사진 촬영 대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주나 마나 한 상을 준 신문사 측도, 또 받으나마나한 상을 받는 단체장들도 속내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2일 제주도에서는 전국의 기초단체장들과 행정자치부장관이 함께하는 지방자치 단체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경기, 인천지역의 경우 아예 참석자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는데요, 41개 자치단체장 중 여섯 명만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 한국 공공자치 연구원 관계자  : 단체장님 있지 않습니까? 단체장님들이 신청을 하셨는데 갑자기 지방 일 계시거나 그런 부분으로 사유가 되신 거죠. 갑자기 일도 생기신 거구요. 제주도에서 세미나가 열리고 있던 같은 시각, 인천의 한 행사장입니다. 경인일보가 주최하는 인천지역 우수단체장 시상식에 단체장 8명이 모두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우수 지자체장으로 선정되자 대동하고 온 응원 부대의 환호가 이어지고 식장은 이내 축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같은 시각 수원의 한 행사장에서도 역시 경인일보가 주관하는 경기지역 우수단체장 시상식이 치러지고 있었는데요, 행사장밖엔 지자체 로고가 박힌 대형버스가 즐비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 어디 차예요? - 평택시 차요. - 공무용 차량 아닙니까? - 예. - 어떤 분들 모셔 왔어요? - 직원들하고요. - 용인시에서 오셨어요? - 네. - 오늘 몇 분이나 오셨어요? - 의회에서 오고 많이 왔는데 두 차가 왔는데... 인천보다 더 많은 분야의 상이 주어지는 경기 지역의 시상식 장은 동원된 응원 부대로 장내가 입지의 여지가 없을 정도입니다. ⊙ 우제찬 / 경인일보 사장  : 오늘 제주도에서 시장 군수님들이 세미나가 있는데 시상식입니다 하고 참석을 못 하셨습니다. 경인일보 시장이 괘씸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상이 끝나자 본 행사보다 더 요란하고 또 오랫동안 식후 행사가 펼쳐집니다. 이른바 기념사진 찍기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 여기 앉으세요. - 소감에 대해서... - 가만 있어, 머리 괜찮은가... 이 상을 받기 위해서는 적게는 100만원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기까지 참가비를 내야 하는데요, 단체장 개인의 비용이 아닌 지자체 예산에서 충당했기 때문에 결국 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사용된 것입니다. - 참가비 부담이나 크지 않으셨어요? ⊙ 임충빈 / 양주군수  : 참가비 부담은 크지 않았다. - 군비로 지출하셨습니까? 개인비용으로 지출하셨어요? 지출관계는 제가 잘 모르겠고, 어떤 뭐 많지 않은 금액인 줄 알고 있습니다.   ⊙ 이우현 / 용인시의회의장  : 의회에서 우리 신청을 해 가지고, - 신청비? 아, 신청비요. - 혼자만 내셨나요? 아니, 우리 의회에서 공통경비로 했습니다. 수 천만 원에 달하는 전체 행사예산은 모두 수상자들이 낸 참가비로 충당됐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경기, 인천지방의 지자체 장들이 지자체 장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방 분권을 다루는 제주도 세미나에 가지 않은 이유가 이 지역 신문사가 개최하는 시상식 때문이었다, 이런 얘기죠?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리고 신청금이 수백만 원씩 드는 것도 납득이 잘 안 되고, 또 그 돈을 시민의 세금으로 돈을 내서 상을 타고 하는 이런 부분이 상당히 의아스럽게 느껴지는데 심사과정도 권위 있는 사람이 심사하거나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까? ⊙ 이상호 기자  : 사실 심사 과정이 또 문제입니다. 경인 일보 측은 아까 말씀하셨듯이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참가비를 받는 게 외부 협찬을 받는 것보다 더 투명하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말씀하신 것처럼 심사 결과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심사 기준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라고 하는 지적입니다. 경인일보는 경인지역 지자체 장을 상대로 행정서비스, 지방 경영 부문 등 모두 14개 분야에 걸쳐 평가를 했는데요. 신청한 단체장은 인천이 10명, 경기가 19명입니다. 14개 분야의 심사위원은 모두 6명으로 이중 실제 전문가는 법학, 경제, 행정학 분야 등 4명 분으로 환경이나 문화 예술과 같은 분야의 심사위원은 아예 없었습니다. - 환경분야에 관한 이를테면 전문가는 따로 별도로 위촉을 하셨나요? ⊙ 경인일보 간부  : 그 부분은 저희가 생각을 못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신청한 단체장들은 거의 대부분이 상을 받았습니다. 결국 상을 나눠주기 위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 A 지방자치단체 간부  : 전 구청이 동일한 사업하는 거 많아요. 똑같은 거예요. 거의, 근데 그걸 평가해서 우수 구로 찍어준 거 자체가 좀 웃기더라고요. 첨 봤어, 난 이게 뭐 하는 건지... 자치 단체 막말로 나눠 먹기 식이면 정말 예를 들어줄라면 하나씩 어떤 상이라도 개근상이라도 참여상이라도 줘야 될 거 아니야... ⊙ 정석구 / 구리 YMCA 총무  : 거의 모든 자치단체나 의회가 내고 다 하나씩은 받아오는 겁니다. 절반도 응모를 하지 않은 이런 것에서, 이게 언론이 공기로서의 자기 역할에 대한 생각서로하고 하는 행위인지... 심지어 남의 공적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꾸며서 상을 받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구리지역 시민단체들은 최근 이무성 구리시장의 비리의혹과 자질을 문제삼으며 주민 소환제 도입을 촉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인일보가 현 구리 시장에게 준 상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 정석구 / 구리 YMCA 총무  : 구리시라고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받는다면 꼭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전임 시장이 20억 조성에 기여한 부분이 훨씬 크시거든요. 현 시장의 공적 사실이 되질 않습니다. ⊙ 경인일보 간부  : 교육인적 부분에서 초등학교 급식을 많이 해준다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담당자들이 열심히 일한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평가를 해서 대표 시상을 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취재팀은 이무성 구리시장을 직접 만나서 공적 내용의 사실 여부 등을 물었지만 이렇다할 답변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 이무성 구리 시장  : 무슨 경비를 내요? - 참가비요. 안 했다니까, 왜 이렇게 자꾸 물어요. - 가만히 계셨는데 경인일보에서 그냥 자동으로? 당연하지. 아니, 그럼 돈을 주고 뒷거래해서 상 탔다는 얘기예요?  날보고? - 참가비를 내셨다고. 무슨 참가비를 내요. - 그 말씀 좀 확인을 해 주시면 좋은데, 내가 안 했다는데 왜 자꾸 물어봐요. - 수상 소감 한 말씀해 주세요. 끝으로. 없어요. 미안해요. - 수상 소감 한 말씀 해 주세요. ⊙ 경인일보 간부  : 우수 기초 단체장은 도덕성을 기준으로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도덕성은 개개인의 인품에 따라서 왔다갔다하는 거지 그 양반의 업무능력을 평가를 하고 단체장한테 주는 거지만 사실 일선 시·군에 업적을 되돌려 주는 거라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들은 경인일보의 우수 단체장 시상을 일찌감치 반대해왔습니다. ⊙ 이주현 / 경기지역 민언련 사무처장  : 한 언론사가 나서서 이러한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이것이 어떤 국민의 세금으로 이것이 부담된다는 것 자체가 일반 시민들, 일반 국민들에게 이게 설득력이 있겠는가,   시상식 다음 날인 지난 3일, 경인일보는 참다운 자치 리더가 빛났다며 호들갑스런 기사를 1면에 실었습니다. 여럿이 경합해서 선정된 것도 아닌데 최고의 시장 군수라고 치켜세웁니다. ⊙ 경인일보 간부  : 경쟁성을 유발하거나 그런 뜻은 없습니다. - 경쟁성이 없다, 단순한 격려 차원으로 봐 달라, 격려 차원도 많이 있다는 것을 , - 여기 어제 손학규 지사가 와서 한 말입니다만 여기 상을 받은 분들은 A급 시장이다, 군수다 라고 이미 경쟁 속에서 우열이 매겨져 있는 상태거든요. 이 상을 통해서... 그렇다고 하면 혼자 신청을 한 사람이 자격 여부를 떠나서 상을 받았을 때 이미 A급 시장후보가 돼 버린 상황 아닙니까?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시상식 직후부터 계속 하단이나 전면으로 실리고 있는 신문광고들은 한술 더 뜹니다. 풍요의 명 지휘자, 또는 도약, 번영의 대표주자 등 최고의 찬사가 동원됩니다. 열악한 경영 환경으로 치열한 광고 수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지역 신문들에게 창사 기념일이나 이러한 시상식은 광고 수주를 위한 좋은 기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 경인일보 광고 관계자  : 경기도에 있는 언론사 중에서 굉장히 열악하죠. 환경이... 우리가 무슨 영업광고 내면 여기 왜 광고 줬냐, 우리도 줘라, 그러니까 9월 1일이 창간이다. 이런 광고는 창간 광고로 다른 데 안 줬으니 곤란하니까 우수단체장은 경인일보 뿐이 없으니까 그걸로 하면 어떻겠냐, 실제로 경인일보는 시상식 이전에도 분야별 시상자가 발표된 지난 달 18일부터 닷새 동안 수상자 인터뷰를 집중 게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광고를 요구했습니다. ⊙ D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    경인일보는 자기네가 저한테 분명히 광고 이런 것 없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8개 군구에 전화를 다 했더라고요. ⊙ E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 신문사에서 얘기하길 한번 상을 받으면 다음 선거에도 홍보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고, 본인의 인지도도 많이 올라가지 않냐, 집요하게 인제 우릴 설득 내지는 계속 요구를 하는 거죠.   ⊙ 경인일보 광고 관계자  : 회사에 대한 매출 차원에서 그게 인제 출입기자가 될 정도면 개인적으로 어떤 단체장이나 기관장이나 실무책임자들은 개인적으로 가까워지게 되어 있거든요. 뭐 아니 뭐 상 받으니까 협조 좀 해주십시오. 이거 뭐 저도 여기 있으니까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는데... ⊙ 신강균 기자  : 결국 내막이 드러나게 되면 결국 비난을 받을 게 뻔한 저런 이상한 상을 만들고 시상식을 개최하는 저런 데는 경기도 최대 신문이라고 하는 경인일보로서도 말하기 어려운 아주 어려운 문제가 있었군요?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렇더라도 언론사로서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 이런 게 있을 텐데... ⊙ 이상호 기자  : 지금 전국적으로 경인일보 말고도 말입니다. 각종 단체들이 이런 상을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지금 조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상의 의미가 이미 퇴색해버린 지 오래죠. 눈앞의 돈벌이를 위해서 무분별하게 지자체 장을 격려하기보다는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기능을 회복할 때만이 언론이 살아날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에 귀를 기울여야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