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에 오른 한 여배우의 병상일지 이상호 기자에게는 특종기자, 소송기자, 고발기자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탐사보도 기자라는 명칭에는 그 동안 그가 보여준 일련의 보도들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잘못된 것을 조사하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기자의 본질이라 여기는 그는 수많은 소송을 감내하면서도 여전히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 역시 그의 그런 규칙에서 다르지 않았다. 침뜸이 돈 없이도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효과적인 의료 수단이라는 확신 아래, 그는 국가나 의학계 차원의 검증과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기록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한 여배우가 암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실낱 같은 희망 속에서 시작된 그녀와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 병상 치료는 처음에는 반신반의로 시작되었다. 당초 공개를 전제로 쓰여 진 병상일지는 여배우가 숨짐으로써 철회되었고 땅 속에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구당 선생에 대한 공격거리를 찾던 한의사 단체의 좋은 무기로 활용된 김영균 씨의 책과, 시사프로그램 보도 덕분에 그는 ‘사기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더 이상 거짓된 진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세상 속으로 나온 그녀의 병상일지. 그에 대한 진실의 기록을 담은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의 저자, 이상호 기자를 만나봤다. 이상호 기자는 당시 병상일지를 쓰기 위해 매일 아침 6시면 어김없이 배우 장진영을 만나러 갔다. 그 일은 90일 동안 계속되었다. “90일 동안, 매 순간 두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장진영 씨와 함께 중병을 앓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현실의 부조리를 탐사하여 고발하는 취재기자입니다.” 대안이 없이는 현실 비판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그는 대안모색은 고발과 함께 기자가 병행해야 할 중요한 숙제라 말한다. “2005년 보도한 삼성X파일은 자본독재에 처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고발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본독재와 싸워 이길 대안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해왔습니다.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나 행동도 생산성과 경쟁력이라는 시장의 가치 앞에서 힘을 잃고 맙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심부름을 해가며 들여다본 ‘사회적 나눔’ 역시 뜻은 좋지만, 1%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침뜸을 알게 된다. “거대 자본을 소유한 대기업 회장과 힘을 가진 권력자들까지, 백 원 어치 쑥뜸에서 희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돈이 이기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침뜸 취재를 하게 되었고, 2년 전에는 침뜸의 정치경제학적 의미를 짚어본 <침뜸과의 대화>라는 책을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번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는 자본(의료자본)과의 싸움에서 사람이 주인이 되는 삶을 모색하기 위해 적은 현장 르포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그에게는 대단한 열정이 있었으나, 장진영 씨는 끝내 사망하고 만다.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를 출간한 이유가 있었다. “2008년 12월 25일 장진영 씨에 대한 침뜸 치료가 종료됐습니다. 치료가 끝나기 3일전, 서울대 병원 측은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다던 장진영 씨가 이제 수술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 내용은 남편 김영균 씨가 쓴 책에도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90일간의 침뜸 치료는 분명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가 담고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의 이야깁니다. 때문에 출판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장진영 씨측도 모두 동의한 상태였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장진영씨가 완전한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침뜸 치료가 끝나고 9개월 뒤, 그러나 장진영 씨는 숨지고 만다. 그녀가 숨진 상황에서 책을 낼 수는 없었다. 책도 함께 땅에 묻혔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장진영씨의 남편 김영균씨가 돌연 책을 낸 것이다. “순애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침뜸과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지독한 오류를 담고 있는 흉기였습니다. 혹시 순애보에 누라도 끼칠까 봐,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대신, 잘못된 부분에 대한 정정요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김영균씨는 잘못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정작 정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구당 선생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한의사협회가 잘못된 책의 내용을 인용해, 구당을 살인자로 매도하는 광고를 싣기 시작했습니다. 김영균 씨 역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잘못된 내용을 계속 언론에 흘렸습니다. 결국 공중파인 SBS <뉴스추적>에 까지 인터뷰를 했고, SBS는 허위 내용이 담긴 인터뷰에 의존해 악의적 보도를 감행한 것입니다.” 더 이상 침묵은 장진영 씨에게나, 구당에게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줄 것이라는 판단에 출판을 결정하게 됐다. 더불어 사람들에게 밝히고 싶은 진실과 함께 잘못된 보도와 현 상황들에 대한 분노도 숨기지 않았다. “그 동안 국회의원 천명이 침뜸 치료를 받았고, 현 18대 국회의원만 해도 2/3가 직접 치료를 받거나, 남에게 청탁을 했다고 합니다. 자기들만 좋은걸 알고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헌법기관장들과 고위공직자, 삼성 사장단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이 뜸의 효과를 알고 앞 다퉈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정작 필요한 환자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집에서 뜸을 뜰 수 있도록 뜸을 장려하고 자율화하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뜸자율화법이 해를 넘겨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한약 판매량이 줄어들까 우려해서인지, 한의사들의 반대가 대단합니다. 그런 가운데, SBS <뉴스추적>의 악의적 오보가 나온 것이어서, 그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솔직해 졌으면 합니다.” 이렇듯, 세상에 나오게 된 그의 육성은 진실을 왜곡한 일련의 사건들에도 할 말을 대신하고 있다. “김영균 씨는 아마추어 작가입니다. 그렇다고 오류에 대한 책임이 면해질 수는 없죠. 선의로 자신의 아내를 도운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SBS <뉴스추적>은 직업인들이 만드는 방송입니다. 같은 잘못이라도 책임이 더 큽니다. 김영균 씨가 스스로 잘못된 내용이라 밝혔던 내용들을, 검증도 없이 더구나 반론기회 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허위 보도했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모르겠으나, 단순한 사과 이상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치료 당시 장진영 씨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90일간 그가 치료현장에 나타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장진영 씨의 친구와 매니저, 회사 사람과 가족들이 늘 장진영 씨와 동행했었는데, 그토록 여자친구를 사랑했다면, 돈 한 푼 받지 않고 애인을 위해 봉사한 구당에게 한번이라도 인사를 왔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섭섭함과 동시에 울분이 터져 나왔다. 늘 그녀 곁에서 치료를 지켜보았던 가족, 친구들도 그와 선생께 미안함을 전했다. 오로지 그녀의 병을 치료하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오히려 그들은 사기꾼으로 몰렸고, 그와 구당 선생에게 남은 건 상처뿐이었다. “그분은 죄가 없습니다. 기자의 청탁에 응한 게 전부입니다. 돈 없이도 손쉽게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침뜸을 알려보겠다는 철부지 기자의 청에 응한 게 죄라면 죄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의료인중, 병원이 포기한 말기 암 환자를 치료해주겠다고 맡아서, 치료내용을 모조리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자신이 없다면, 또한 침뜸을 알리겠다는 이타적 사명감이 없다면 못할 일입니다. 구당은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중환자를 치료하며, 80년 일궈온 의학적 자산 건 모험을 한 것입니다. 침사가 왜 뜸을 뜨냐며 고발해온 한의사단체 때문에, 구당은 한국에서 영업의 기회마저 박탈당한 사람입니다. 97세 노인이 마케팅을 위해 그 같은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한의사단체를 보며, 안타까움을 넘어 인간적 비애를 느낍니다.” 그는, 침뜸이 분명 그녀의 병을 호전시켰다고 믿고 있었다. “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임상자료에 따르면, 침뜸은 항암 치료 시, 각종 부작용을 줄여주고 항암치료에 도움을 줍니다. 다만, 그들은 위험성 때문에 암환자에 대한 시술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죠. 2010년 구당 선생이 아틀랜타 현지 병원에서 미국인 암환자를 상대로 한 시술에서도, 14명중 12명이 암의 고통이 줄어들고 치료효과가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장진영 씨는 항암제 치료가 시작된 처음 1주일 동안은 침뜸 치료 없이 버텨봤기 때문에, 침뜸 시술 후 좋아진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구토, 어지러움, 무기력 등 항암치료의 부작용이 사라진 것은 침뜸의 효과가 분명합니다. 다만, 암의 증상이 호전된 것도 침뜸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보다 정밀한 임상을 필요로 하겠지요.” 이어서 그는 많은 말기 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뜸이 하루 빨리 합법화되기 위한 호소를 잊지 않았다. “한의사협회의 입장, 이해합니다. 한약 소비량이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한의원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국민들이 집에서 돈 안 드는 뜸을 뜨겠다고 하면, 한의원 영업에 더욱 어려움이 있을 거라 우려하는 거, 이해합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입니다. 한의학 시장은 전체 의료시장의 4-5%에 불과합니다. 그 좁은 시장을 한약 판매위주로 하다 보니 한의학 시장은 피로 물든 그야말로 레드오션이 되었죠. 저는 미개척 블루오션으로 눈을 돌리기를 권합니다. 그게 침뜸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대체적 의료서비스에 응답하면서, 한의학 시장을 전체 시장의 10% 이상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의보 수가의 현실적 조정도 이끌어 낼 수 있겠지요.” 이런 노력 덕분일까? 침뜸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전반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의료원은 환자가 자신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환자권리장전을 최근 공표했습니다. 인권과 복지가 화두로 등장한 오늘날, 환자들은 대체의학을 포함한 다양한 의료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병원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병원과 의사들이 단지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는 의료 수단을 무시하고 강제로 금하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합니다. 구당 선생의 말대로, 의사들이 어서 침뜸을 배워야 합니다.” 이제 아흔 여섯이 된 구당 선생이지만, 그는 여전히 침뜸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며칠 전(2월 9일) 구당 선생이 제가 머물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습니다. 함께 UC버클리에서 ‘침뜸의 항암효과와 화상치료의 가능성’에 대해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그는 좌절했으나,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싸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집니다. 자본만사의 미친 세상 속에서, 어렵게 발견한 대안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도 어찌 되지 않는 세상이 있다.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요.” 앞으로 구당 선생과 침뜸의 미래에 대해 넌지시 물었다. “구당 선생은 현재 국내 30곳 정도의 무료 침뜸 클리닉을 운영하며, 한해 15만 명에게 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구당을 따라 침뜸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비록 사법처리를 받더라도 병든 이웃을 위한 봉사를 포기할 수 없다며 스승의 뒤를 의연히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이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의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암환자에 대한 침뜸 임상이 이뤄졌던 애틀란타에서는 침뜸을 가르치는 통합의과대학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고, 미국 침구협회에서도 뜸 교육에 대한 구체적 일정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구당은 해외에서 침뜸의 권위를 먼저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것을 외국에서 수입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대한민국 의료계가 하루빨리 진실에 눈을 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