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비평 2009-1 그래도 당신은 고발하기를 -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한 보고서 - 목차 Ⅰ. 들어가며 1. 왜 이상호 기자인가 2. 연구 방법 Ⅱ. 본론 1. 그가 고발 기자인 이유 1) 하남 국제 환경 박람회 2) 연예인 노예 계약 3) 병역 특례 4) X-FILE 2. 내부 고발자 이상호   1) MBC 내의 문제 고발 - PR비 관행 폭로 - 핸드백 사건 - 5.18과 부끄러운 언론인 2) 데이비드 쇼와 이상호 3) 소금 창고 기금 3. 다른 매체에서 보는 이상호   1) 옹호 2) 비난 3) 부러움 4. 이상호 닷컴 1) ‘고발 뉴스’ 2) ‘상호 기사’ 3) ‘상호 생각’ 4) ‘자유 게시판’ Ⅲ. 마치며 1. 그는 왜 2. 그는 요즘 1) 여전히 MBC 기자 2) 정치학 박사 이상호   3) 구당 김남수 선생 취재 3. 과제를 마치며 참고문헌    Ⅰ. 들어가며 1. 왜 이상호 기자인가 이상호 기자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2007년 가을이었다. 나는 김연광 월간조선 전 편집장이 강의하는 <취재와 보도실습>이라는 과목을 들었다. 그는 X-File 사건 개요 조사를 첫 과제로 내 주었다. 아마도 처음 만나 자신의 강의를 듣게 될 학생들에게 자신의 언론관을 잘 보여줄 사건이라는 기대였으리라. 자료 조사를 하면서 계속 등장하는 이름이 있었으니 ‘이상호’ MBC 기자였다. 어떤 연유로 MBC기자와 월간조선 편집장이 함께 구속되어 운명의 행로를 함께 할 수 있나. 언론의 이데올로기 대립에 회의적이던 나는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에 눈을 번쩍 떴다. 그것을 계기로 나는 이상호 기자가 별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상위 몇 퍼센트에 속하는 집단 중에서 그의 고발 기사의 반경에 들지 않았던 성역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신출귀몰했다. 다만 X 파일 사건 이후로 그는 그렇다할 ‘소란’을 피우지 않고 있었다. 그는 왜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는 걸까. 변화는 불가능하다 여기고 포기한 걸까. 아니면 아직 새로운 폭풍의 전야인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는 고발을 위해 고발을 하는 선정주의 저널리스트에 불과했던 걸까. 그래서 지친 걸까. 이런 저런 추측을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이 한국 땅에 몇 없는 정직한 저널리스트 하나 잃는 것이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안전 앞에서도 맞는 말이면 할 수 있는 겁 없는 저널리스트 하나 잃는 것은 정말 손해였다. 그래서 그의 기사들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그는 무엇을 위해 기사를 써 왔는가. 그는 취재를 얼마나 열심히 해서 기사를 써 왔는가. 나는 ‘이상호’가 진짜 우리가 아껴야 할 정직한 기자인지 알고 싶었다. 2. 연구 방법 다양한 매체의 기사들을 통해 그가 소송에 휘말렸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간단히 개요를 정리해본다. 또 그가 MBC 내부의 문제를 고발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사를 중점적으로 살펴 ‘내부 고발자’로서의 이상호 기자를 평가한다. 특별히 이상호와 데이비드 쇼의 비교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언론인이 자신이 속한 언론사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살펴보려 한다. 무엇보다 이상호 기자로 인해 표현 윤리와 언론 자유에 대한 논란이 거세진 만큼 언론인들의 시선도 많이 집중되었는데, 이들이 이상호 기자에 대해 가졌던 태도도 분석해보려 한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12월호에 따르면 언론인 및 언론학자 385명을 대상으로 2006년 언론계 뉴스와 인물을 이메일로 조사한 결과 이상호 MBC 기자의 1심 무죄 판결을 5위(147명)로 뽑았다.) 덧붙여 그가 개설한 홈페이지의 기능을 살펴보고, 그가 홈페이지를 통해 하고 있는 여러 활동의 목적을 생각해보려 한다. 무엇보다 X파일 보도 이후 현재까지 그가 제작하고 있는 기사들의 성격을 분석해 MBC 기자로서의 그의 현재 행보를 주목한다. 최근 그가 홈페이지를 통해 침구사 김남수 씨의 활동 자격 정지를 요구한 한의사 협회와의 싸움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그의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아보려 한다.    Ⅱ. 본론 1. 그가 고발 기자인 이유 그는 스스로도 자신이 ‘고발 전문 기자’임을 자처한다. 그러나 그가 어떤 기자인지는 결국 기사가 말한다. 1) 하남 국제 환경 박람회 1999년, 이상호 기자는 MBC 뉴스의 카메라 출동이라는 코너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자는 취지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하남시 국제 환경박람회의 실상을 보도했다. 환경의식을 높이기 위한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1회용품들. 실제 예정되어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아진 음식점 문제들을 짚었다. 무엇보다 불투명한 재정 거래 내역과 사라져버린 협찬금. 불공정한 사기 계약 등 불법행위를 보도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하남 시청 관계자와 환경부도 비판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박람회 사업권을 따냈던 사내 계열사의 반대와 간부의 로비 등 우여곡절 끝에서야 겨우 전파를 타게 됐다. 그러나 그 결과 역시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허무한 것이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기자생활 못하겠다며 낙담하지는 않았다. 다음은 그가 이 보도를 하며 느꼈던 심정을 2005년에서야 밝힌 글의 일부이다. “하남 환경박람회는 오랜 야당생활 끝에 권력을 잡은 디제이 주변 가신들이 모처럼 생긴 권력으로 목돈을 챙기려다 생긴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박람회를 통한 무자료 협찬금이야 말로 챙기기 좋은 눈먼 돈이었던 것이다. (중략) 반응은 엄청났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가 공동으로 조사특위를 구성했는가하면, 환경부와 감사원 감사도 이어졌다. 하남시에서는 시민들이 처음으로 지자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기도 했다. 박람회는 단한 번 행사를 끝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하지만 곧 시련이 시작되었다. 주최 측과 정치인들의 비리혐의가 확실한데도 어떤 이유에선지 검찰은 수사에 나서주지 않았다. 그 사이 주최 측으로 부터 언론중재와 민. 형사 소송이 제기되었다. 등허리가 휠 듯 고통스런 검찰조사가 연일 이어졌고, 사내에선 불편한 시선들을 마주해야했다. 몇 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지는 수준에서 사태는 마무리되었고 비리구조는 더 견고하게 내려앉았다. 고발 이후는 항상 그랬다. 그래도.. 아니 그렇기에..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2) 연예인 노예 계약 2001년 6월, 그는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연예 기획사들이 연예인들과의 불공정한 계약을 통해 이익을 독점하는 산업구조를 비판했다. 이른바 연예인 노예계약 고발은 연예사업의 한탕주의 풍속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획사들은 자신들이 연예인들에게 쓰는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이 기자는 어린 학생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리한 일정이라든지 10년 단위의 장기계약, 또 가수 한 명에게 보장되는 낮은 인세(앨범 한 장당 20원) 등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짚어 충격을 주었다. 취재 중, 연예계 특성 상 아무도 이에 대한 증언을 해주려 하지 않았지만 대중가수 이은미가 취재원이 되어 ‘노비문서’라는 언급을 해 주었고 자기 노래에 대한 권한이 거의 없는 가수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여러 기획사에서 이은미가 출연하면 우리는 그 방송사에 우리 가수를 보낼 수 없다며 일어났다. 그 이후로 우리는 이은미를 한동안 방송계에서 볼 수 없었다. 그들은 특별히 MBC 출연도 거부했다. 이른바 연제협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연예인들도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며 모였다. 김건모는 “열심히 하려는 저희 가수들을 더 북돋아 주지 못할망정 노예란 말로 몰아세운 그 점이 저희를 이 자리에 모이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2580>의 후속보도에 의하면, 기자회견에서 만난 한 연예인은 “이유도 모르고 모였다. 부끄럽다. 정말 노예라는 걸 증명해준 셈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또 다른 연예인은 상당수가 2580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고, 대부분 회견장에 나와서야 2580 기사 원고를 돌려봤다고 귀띔했다고 전한다. 이 기자가 보호해주고 싶었던 연예인들조차 자의든 타의든 그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또 한솥밥을 먹는 MBC 예능국이지만 출연거부 앞에서 힘겨운 그 제작진들에게서도 이 기자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5년 뒤 이들에게 감사패를 받기까지 그는 이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살아야 했다.     3) 병역 특례 이상호 기자는 지난 2004년 2월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병역특례 이대로 좋은가’ 방송을 내보냈다. 산업체 병역특례가 각종 비리와 문제의 진원지라고 주장하고 그 실태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그리고 싸이에 대한 병역특례의혹을 최초로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상당수 특권층 자제들이 현역 입대 대신 병역특례 산업체를 이용했다고 한다. 병무청에서 한사람이 400~500군데 산업체를 관리하는 상황이어서 철저한 감독조차 이뤄지지 못했고 이로 인해 산업병역특례제도는 문제투성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싸이의 아버지가 그 산업체의 주주였던 점, KAIST 박사 과정의 학생들에게 주는 특권, 아버지 회사의 하청업체에서 출근도 하지 않고 월급을 타 갔던 사례 등을 취재해 보도했다.  군 복무가 한 사람의 인생에 주는 영향을 생각해 봤을 때, 이 보도를 통해 서민층이 느꼈을 박탈감은 아주 큰 것이었다. 이 때문에 방송 당시 문제제기에 공감을 표하며 여론은 들끓었으나 이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4) X-FILE 이상호 기자는 2004년 말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 현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 테이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뒤, 2005년 1월 재미동포에게서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이 기자가 입수한 자료는 95분 분량의 도청 테이프로, 1997년 대통령선거 당시 삼성그룹의 이학수 부사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 만나, 특정 후보에게 대선 자금(떡값)을 지원하기로 공모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16일 MBC 보도국 간부회의에서는 이 기자가 취재한 내용, 곧 X파일에 대해 보도 불가 결정을 내렸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지켜야 한다는 신중론과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인 7월 21일 조선일보가 김영삼 정부 때 안기부의 비밀조직이 정계·재계·언론계 인사들의 대화를 불법 도청한 사실을 먼저 보도했다. 바로 다음 날, MBC가 뉴스데스크를 통해 X파일 등장인물 실명과 대화 내용을 보도하면서 X파일의 여파는 확대되었다.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일상적으로 행해진 광범위한 불법 도청 문제와 삼성그룹에 대한 소극적 수사라는 두 가지 논란 속에서 X 파일 사건은 진행되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보도한 이상호 기자와 월간 조선 김연광 편집장만을 수사했다. X파일 테이프에 등장한 당사자를 조사했으나 ‘안 줬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란다.   그는 2006년 7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판결이 시나 소설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고 느꼈다 했지만 같은 해 11월 2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2007년 1월, 상고 이유서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른바 X파일은 '삼성그룹이 수백 억 원대의 뇌물을 정치권과 검찰 등에 살포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한 모의'를 담고 있습니다. 이 모의는 상당 부분 실제 이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이 모의를 '민주공화제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쿠데타적 범죄행각'으로 보고 '시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 싶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X파일의 모의 내용이 '국가질서에 직접 영향을 미칠 만한 일도 아니고, 그저 부끄럽고 추잡한 수준의 개인적 프라이버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알 필요가 없는 사안'으로 봤습니다. 사실을 보는 관점이 다르니까 사소한 부분까지 견해가 엇갈립니다. 이를테면 저는 X파일 내용을 현재진행형으로 본 반면, 2심 재판부에겐 이미 지난 '과거의 일'에 불과한 모양입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일견 법리 공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역사의식의 경합입니다. 공동체의식의 경합입니다. 대법관님들의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합니다. 바쁘신 대법관님들께서는 이제 그만 읽으셔도 됩니다. 여기까지가 제 법률적 상고 이유거든요. (중략) 부담 갖지 마십시오. 저 역시 큰 기대 않겠습니다. 다만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한번쯤 찾아봐주십시오. 상식의 손수건을 말입니다. 구겨진 채로 지금 어느 두꺼운 법전 밑에 깔려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2. 내부 고발자 이상호   이상호 기자는 MBC에 많은 특종을 안겨다 주었고, 그로 인해 MBC가 정의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있어 큰 기여를 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이상호 기자가 검찰에 조사를 받을 당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당신은 죄가 없다’며 힘을 실어주었다. 탄압에 맞서는 언론인의 이미지 제고에도 한 몫 한 셈이다. 그런데 이 기자는 이들에게도 외면을 당할 때가 있었으니 그는 언론인도 MBC도 성역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잘나가던 기자였지만 소위 ‘선배 등에 칼을 꽂는 후배’가 되었고 ‘회사의 순탄한 경영을 생각하지 않는 골치 덩어리’가 되었다. 1) MBC 내의 문제 고발 - PR비 관행 폭로 연예부 담당기자였던 그는 PR비라는 명목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겨온 PD들을 고발했다. 그들은 현금, 향응으로도 모자라 연예 기획사의 주식까지 촌지로 받았다. 그가 생각할 때 PR비 관행은 정당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좋은 음악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주는 봉사를 해야 할 공중파 음악방송 PD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제공한 기획사의 가수들만을 출연시켰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MBC 내에서 한솥밥을 먹는 MBC PD도 이 고발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견제해야 하는 권력의 범주 안에서 자신이 속한 MBC도 제외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아는 대로 행동했던’ 사람이었다. “당시 음반판매량이 3만 여장에 불과했던 무명가수가 한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에 그처럼 자주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나머지 공중파 채널 두 곳의 가요 프로를 조사해본 뒤에는 석연치 않은 의혹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방송사의 경우 4개월 남짓한 PR기간 동안 무려 8번을 출연시켰습니다. 남들은 단 한 번도 출연이 어렵다는 가요 프로에 무명의 신인 가수가 격주 꼴로 출연한 셈입니다. 또 다른 방송사의 경우 가요 프로에는 한 달에 한번 꼴인 네 차례 출연하는데 그쳤지만, 대신 각종 오락프로에 무려 11차례나 집중적으로 출연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2002년 12월 <시사매거진 2580> 보도 내용 중 일부 - - 핸드백 사건 또 이상호 기자는 X 파일의 제보를 받고 미국으로 가기 직전, 이전에 자신이 몸담고 있던 탐사보도팀에서 고발했던 회사 사장에게서 탐사보도팀 선배와 함께 명품 핸드백을 받은 이야기를 기어코 홈페이지에 쓰고야 말았다. 죄 없는 이가 돌로 치라는 숙명적인 모순을 가진 고발기자. X 파일을 통해 고발을 해야 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죄책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는 <기자와 아내>라는 제목의 글에서 술대접을 받는 자리에서 ‘창녀’라는 단어가 자의식에서 꿈틀거림에도 불구하고 전면 투쟁을 하는 노곤한 고발기자의 처지를 자위해버렸다고 고백한다. 그는 핸드백을 받아 들고 와 아내에게 건네었던 시간들을 담담히 적어내려 가고 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우편으로 돌려보낸 작은 승리감을 맛본 그는 얼마간의 양심의 회복으로 X 파일을 들고 와 싸웠다. 만약 핸드백 사건이 그의 양심에 티끌로 남아 있었다면 그의 경향성으로 미루어봤을 때 결코 X 파일은 이토록 끈질기게 보도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 핸드백 사건 고백으로 인해 함께 자리했던 보도국장은 사퇴했고 앵커는 물러났으며 당시 프로그램이었던 <사실은>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다. 그가 사내에서 후배들에게는 튀는 선배가 되었을지는 모르나 선배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후배가 되는 순간이었고 그가 고독의 길을 걷게 되는 순간이었다. - 5.18과 부끄러운 언론인 “민주회복을 열망하던 광주시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압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MBC의 화면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중략) 2차 대전 후 프랑스의 드골 정권에서는 나치정권에 부역 했던 언론인들을 지식인 매춘부라고 규정짓고 강력하게 처벌했거든요. 동조 찬양뿐 아니라 관망, 방조한 책임까지 물었습니다. 저희 미디어 속으로 코너에서도 자체적으로 언론의 과거사를 헤집고 반성하는 풍토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대합니다.” 그는 미디어 비평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980년대 군부 독재를 방조하다 못해 찬양했던 언론, 특히 자사 MBC의 행로를 먼저 되돌아보고 있다. MBC 전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직접적인 질문들을 하고 있는데 자사의 과거사를 반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가 굳이 이런 반성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권력의 폭력을 비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기능이 회복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반성하지 않는 언론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고 신뢰가 땅에 떨어진 언론은 권력의 하수인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당시 전두환 장군과 이진희 MBC 사장과의 대화 (1980년 8월 11일 방송) 이진희 : 안녕하십니까?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동안 국보위가 발족된 이후 괄목할 만한 사회개혁 성과로 해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나 봅니다. 그동안 국보위를 만드시고 노고가 크신 전 장군께서는 새 시대를 영도해야할 역사적 책무를 좋든 싫든 맡으셔야 될 위치에 있지 않나 봅니다. # 이상호 기자와 이진희 전 사장과의 인터뷰 녹취 문 (당시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보시나요?) 답> 난 정당하고 그런 건 아냐. 역사에 맡기란 말이야. 문 (후학이 묻고 질문해야 역사로 남는 거 아닌가?) 답> 여유 있게 하라고 문  (언제쯤이면 되겠습니까?) 답> 언제는 그런 말 안하고 이상호 기자는 2004년 4월 <사실은>에서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라”라는 주제로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국세청, 적십자사, 군 부재자 투표 부정행위, 철도청 등에서 내부 고발자가 아니면 결코 알 수 없을 비리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곳의 내부 고발자들은 그 이후에 인사 보복 조치를 당하거나, 동료들과 함께 밥도 먹을 수 없는 조직 내 왕따가 되었다. 심한 경우에는 자살을 감행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한 취재원이 “내부 고발자가 그 음지에다 대고서 곰팡이가 있다고 화살표까지 대주는데 그 곳에 햇살을 쏘아줄 수 있는 것은 언론 뿐”이라는 언급을 했다고 밝히면서 언론의 책임을 다시 보여주기도 한다. 내부 고발자들과 언론의 숙명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그의 철학이 묻어나오는 방송이었다. 2) 소금 창고 기금 2002년 12월에 아름다운 재단에서 공익과 대의를 실천하는 사람, 용기 있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생계유지를 돕고 법률소송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소금창고’기금을 기획, 조성했다. 이에 이상호 기자는 2003년 1월, “내부 고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또, 그들에게 경제적인 보탬이 되고 싶다.”며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를 발간해 인세의 30%를 이 소금창고 기금의 종자돈으로 기부했다. 아마 내부 고발로 인해 가장 고생을 많이 했던 자신이 동병상련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하는 마음에서였으리라. 새삼 기독교인이면서 기자인 그에게 ‘소금’이라는 단어가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부 고발자를 입으로만 두둔하지 않고 물질로도 돕는 그의 추진력이 놀랍다. 그는 “입으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으로 사랑하자”는 성경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행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셈이다.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데, 그는 진정 내부 고발자에 마음을 준 사람인 것 같다. 3) 데이비드 쇼와 이상호 다음은 이상호 기자가 X파일 보도로 한국 기자 상 특별상을 받고 밝힌 수상소감이다. 처음 언론사에 입문하던 마음을 지키는 것, 생계를 뒤흔들 수 있는 경영진에게 소신대로 말하는 것, 입장이 다를 때 정직하게 말하는 것 모두 쉬운 일은 아니라 한다. 하지만 그는 그 양심을 지키지 못할 때 언론인 자신의 존재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기자 사회 내에서도 독립적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언론은 흔히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취재한다는 말을 듣는다. 만약 그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취재를 하면 동료들의 비판을 받거나 비웃음을 산다. 하지만 하고 있는 일이 옳다고 생각되면 용기를 갖고 밀어붙일 줄 아는 기자가 돼야한다. 그리고 그 무리들과 다른 시각으로 보도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또 만약 경영진이나 당신의 부장이 틀렸을 경우, 그들에게 올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당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사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어떤 이슈에 대해 당신의 시각이 다르다고 밝히지 않는다면, 당신의 ‘정직성(integrity)’은 깨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사 입문 당시 가졌던 기자로서의 마음가짐도 잃는 것이다.“   데이비드 쇼는 LA Times의 미디어 전문 기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68년에 LA Times에 입사했고 7년만인 1974년에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당시 Editor였던 윌리엄 F. 토마스는 언론이 가장 잘 다루지 못하는 주제는 언론 자신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담당하는 전문기자로 데이비드 쇼를 임명한 것이다. Times의 Staff Writer인 John Thurber가 2005년 8월에 Shaw를 추모하며 그의 사망 후 3일 만에 쓴 기사에 의하면, UC 버클리 언론학과장 Ben이 “그는 그의 기사를 보는 일반 대중들에게 놀랍도록 뉴스 미디어를 잘 이해시켜줄 수 있는 교육자”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또 Philadelphia Inquirer의 Editor였던 Jim Naughton은 “백악관의 비판은 정치적인 것이지만 Shaw의 비판은 당신이 개선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그의 LA Times 동료였던 Tom Rosenstiel은 "우리는 언론이 투명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투명한 유리창을 밖에서부터 깨끗하게 닦은 the first guy가 바로 David Shaw"라고 했다. David Shaw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대중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 이런 평가들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LA Times가 자사를 겨눌지도 모를 Shaw의 비판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철저한 독립을 보장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Shaw의 기사는 인쇄되기 전까지 데스크의 편집을 당하지 않기로 약속됐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Integrity로 널리 존경받고 있던 ‘은퇴’한 편집자 George Cotliar만이 그의 기사를 검토했고 뉴스의 편집과 경영의 분리문제에 관한 Shaw의 기사는 그렇게 게재될 수 있었다. 그의 14 페이지에 달하는 기사는 그렇게 ‘신문이 왜 다른 사업과 달라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David Shaw는 LA Times의 내부 고발자였던 셈이다. 그것도 철저히 신변과 지위, 경제력, 심지어 명예까지 보장받는 내부 고발자였다. 자기반성이 가능한 언론만이 진정한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알고 있던 현명한 Editor 덕에 Shaw는 그렇게 미디어 분야를 성찰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며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상호 기자와 David Shaw는 기자로서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이 사회에서 ‘반성’과 ‘고발’을 수행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같다. 자신의 조직에서 받고 있는 대우가 다른 진짜 이유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언론사의 철학과 대중을 대하는 겸손함의 정도의 차이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다른 언론인들이 보는 이상호 (X 파일 사건을 중심으로) 기자 사회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다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이상호 기자였다. 그가 X 파일을 들고 왔을 때 언론계 내에서 역시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에 대한 평가도 다양했는데 그것들을 살펴봄으로써 기자 사회 안에서 그가 어떤 존재였는지 파악해보려 한다. 1) 비난 중앙일보는 기사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해 다른 매체들과는 달리 X파일에 대한 검찰의 판결이 ‘불법행위를 처단’하는 많은 성과들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상호 기자가 파일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금품 거래를 했고 방송금지 가처분도 무시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검찰은 사상 초유의 국가정보기관의 불법 도청 행위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통해 유.무형의 많은 성과를 거뒀다. 국가정보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역사적. 사법적 단죄를 내렸고, 이를 통해 정보기관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사생활과 통신비밀'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키는 기회를 제공했다. (중략) 검찰은 MBC의 경우 "취득 과정에서 금품을 약속했고, 법원의 방송금지 가처분을 무시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중앙일보 사설은 이상호 기자가 헌법 정신을 위배한 언론인이란 비판을 간접적으로 하고 있다. 알 권리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라는 것이다. 이들은 X 파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사생활을 모두 보호받아야 할 개인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녹취내용과 국정원의 불법도청 관습 중에서 후자를 선택해 집중 조명하고 있다. “검찰이 이른바 '안기부 X파일'내용을 보도한 MBC 기자 등에게 법적 책임을 물은 것도 주목된다. 일부에서 국민의 알 권리 등을 내세워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불법도청으로 얻은 결과물이란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보도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는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 규정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2) 옹호 김광원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자신의 박사 논문에서 이상호 X 파일 공개 여부에 대한 각 신문의 찬반지수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언론사 소유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옹호함으로써 이상호 기자를 간접적으로 옹호했다. 다음은 한국기자협회의 민왕기 기자가 이 논문에 대해 쓴 기사의 일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보도 성향이 언론사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사원 주주 신문의 X파일 공개찬성 지수가 75.5%, 재단 소유 신문의 찬성지수가 47%, 족벌 경영 신문의 찬성지수가 35%로 나타났기 때문. 김광원 박사는 이와 관련해 “가족 경영 신문들은 X파일 사건의 보도태도에서 공개에 대한 반대지수가 높게 나왔고 이는 국민의 알권리 등 언론의 역할보다는 오히려 사기업으로서의 가치와 이해관계에 치중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람직한 언론사 지배구조는 가족경영보다는 국민·사원 주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언론 노조 역시 이상호 기자에게 1심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강한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재판부에 X 파일이 과연 공공성이 전혀 없는 사사로운 대화였는지 묻고 있다. 재판부가 언론 본연의 의무를 부인했다며 이상호 기자 개인을 지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함께 싸울 것을 성명서에서 밝히고 있다. “언론노조는 이날 ‘X파일 내용이 단지 부끄럽고 추잡한 대화인가?’라는 성명에서 “만약 8년 전에 이뤄진 구체적인 군부 쿠데타 계획과 음모가 담긴 도청파일을 기자가 취재를 통해 입수했다면 이를 보도하지 말아야하는가”라고 말하며 이상호 기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성토했다. 언론노조는 또 “비리와 음모가 있다면 위험과 불이익이 있다 해도 보도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의무”라며 “이것이 언론의 존재이유를 부인한 재판부와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와 X 파일을 함께 보도했던 조선일보 이진동 기자도 1년 뒤 수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칼럼을 썼다. X 파일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 뒤 정죄 받은 것은 파일의 ‘입수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파일에서 밝혀진 부정과 부패의 진실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고발자인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편집장에게 내린 구형에 대한 불공평성을 지적하고 있다. “자백한 실무자들은 수감돼 있는 반면 ‘지배적 위치’에 있던 국정원장들은 ‘자유’ 상태이다. 김 전 차장은 수감보다 어쩌면 더 가혹할 수 있는 ‘딸이 자살하는 정신적 형벌’까지 받았다. 또 도청의 결과물인 ‘X파일’ 내용을 보도한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과 MBC 이상호 기자는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의 구형을 받고 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두 전 원장을 수감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X파일에 들어있던 ‘권력형 범죄’는 사라져 버리고, 고발자만 처벌되는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다. 아이러니 아닌가. 제대로 된 역사적 단죄라면 최소한의 ‘형평성’과 ‘사회 정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연대도 연합뉴스를 통해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상호 기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려놓고 선고유예를 내린 법원의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본권을 진정으로 위하기 때문에 그런 판결을 내린 것이라면 차라리 떳떳하게 무거운 벌을 내리라는 것이다. 이들은 권력의 언론 유린을 비난하며 이상호 기자의 명예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신비밀 보호법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한국의 검찰과 법원은 힘없는 시민의 통신 비밀을 재벌과 국가의 양대 권력으로부터 제대로 지켜주고자 얼마나 노력했던가? 국가와 재벌이 자행해 온 온갖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의 행위가 유죄임을 선언한 적 있으며, 그럼으로써 우리를 보호코자 최선을 다한 적 있었던가? 이 기자에게 징역 6개월, 자격정지 1년을 결정해놓고 사정을 '참작'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것은 이상호 기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정말 그렇게 통비법이 중요하다면 차라리 이 기자를 중형에 처하라. 늘 말하는 '법의 엄정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이번 재판부 결정은 단순히 이 기자에게 뿐만 아니라, 민주언론/언론민주를 상식으로 믿는 우리 시민 모두와 한국사회 전체를 모독하는 것임을 법원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상식에 어긋난 법원칙이라면, 이제 시민의 힘으로 바꾸어야 함을 이번 판결이 또다시 말해준다.” 3) 부러움 기자의 본분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fact를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연합뉴스의 이충원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이상호 기자를 둘러싼 공방에 대한 심경을 또 하나의 기자로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호 기자와 PD저널리즘에 대해 비판을 하는 여론이 형성되어 갈 때쯤 그것이 오히려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그는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공무원처럼 되어가는 기자들 속에서 이상호 같은 기자가 미움 받는 것이 어쩌면 이 구조 속에서 당연한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충원 기자는 이상호 기자를 ‘성역에 머리를 박으며 피를 흘리고 있는 돈키호테’로 묘사한다. 기자들에게 국민의 뜻이 참으로 어렵다는 글의 마지막 언급을 통해 기자로서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안온한 기자생활 속에서 이상호 기자에게 고백하기 싫은 옅은 열등감을 느끼고 있음을 감지하는 것은 나뿐일까. "아, 2000년대 들어 AP통신이 송고한 노근리 기사와 신동아에서 보도한 수지 김 사건 말고 기자들이 쓴 의미 있는 기사는 과연 몇 건이나 있었나요? 때로는 돈키호테 같이, 때로는 무리하게 전진한 PD들이 저널리즘의 본령에 접근했다고 과신했나 봅니다. 기자들이, 이 사회가 애국심을 버무려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성역 황우석 교수를 확인 취재하겠다고 감히 생각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아마도 무리함이 지나쳤나 봅니다. 이상호 기자 또한 돈키호테입니다. 뭔가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려고 하죠. 그의 모습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기자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기자들은 경찰과 검찰의 모습을 닮다 보니까 공무원 생리 중 좋지 않은 부분까지 닮은 게 사실입니다. '기자 공무원'('공무원 기자'가 더 적당할까요?)들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튀는' 이들을 아주 싫어합니다. 그들이 보기엔 이상호나 시사교양 PD나 세상 물정 모르기는 마찬가지죠. - 이충원 기자의 블로그 글 중 일부 - 4. 이상호 닷컴 그는 현재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www.leesangho.com) 2003년에는 한국 언론재단에서 주는 언론인 홈페이지 ‘대상’을 받았다. 그는 이 홈페이지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라는 책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MBC 기자로 일하면서 지겹도록 글을 써야 하고, 사람을 만나야 하고, 고민하고 논쟁해야 하는 그가 왜 굳이 시간과 자비를 들여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했을까. 1) 고발뉴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고발뉴스>라는 코너를 두고 있다. 이상호 기자 스스로 각 신문, 방송, 시민단체에서 문제 제기한 뉴스들을 모니터링하고 직접 수집해 게시한다. 이제는 뉴스의 내용과 통로가 훨씬 더 다양해졌지만 그런 흐름 가운데서 고발 뉴스에 대한 관심과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했던 그가 고안한 것이다. 그 스스로도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인이 고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에 위로받고 힘을 낼 수 있는 토양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기사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어느 언론사, 단체에 소속된 기사인지 관계없이 게재하고 있다. 올해 2월 이후로 한동안 기사가 올라오지 않던 이 코너에는 5월 20일, 구사(灸士) 자격 없이 뜸 시술을 한 침사(鍼士)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연합뉴스 기사가 업데이트되었다. 이것을 고발뉴스로 분류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2) ‘상호 기사 보기’ 그는 <상호기사보기>라는 코너 소개에서 ‘기자와 네티즌의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문제가 시정되면 기사에 최종적으로 종료라고 표시된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기사를 통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을 발견한다. 2002년부터 136개의 기사를 이 코너에 게재한 그이지만 ‘종료’ 표시가 된 것은 2009년 5월 이 시점까지 단 2개이다.   ‘기자’를 자신의 사명으로 아는 그의 믿음은 좋지만 과연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조소와 조롱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그가 몸을 던지지 않았어도 그 두 개의 사건인 연예인 계약 문제와 지하철 9호선 국회통과 문제는 시간이 흘러 저절로 해결되었을까. 3) ‘상호 생각’ 그는 MBC 기자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그에게는 분명 기사 이외에 다른 글을 쓸 자유가 있다. fact라는 긴장되는 옷을 입지 않고 소통할 자유도 있다. 그는 이 코너에서 감성적으로 일기 쓰듯이 글을 쓴다. 이 곳에서 가수 싸이의 병역비리 취재 후기나 삼성 김영철 변호사를 지지하는 글, X 파일 법정 진술, MBC 보수화를 경계하는 글 등을 볼 수 있다. 특별히 이 코너에서 서세원을 취재하기 위해 뉴욕에 가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졌던 시점에 쓴 글이 눈에 띈다. 이 코너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투사인 줄로 알았던 그의 연약한 면모를 엿볼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다. 글에서라도 그의 진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시름시름 앓다 죽지 않고, 오늘도 힘을 내 살아갈 수 있게 한다면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내적 번민도 많고 회의감도 시시때때로 찾아오지만 그래도 난 결국 돌아와 이 길을 갈 수밖에 없구나.’ 하는 것을 그로 하여금 되새기게 하는 지난 발자국이 되어주는 코너가 이곳인 것 같다.   4) ‘자유 게시판’ 이곳은 회원전용 토론방이다. 최근 한의사 협회를 비판하며 김남수 옹을 지지했던 이상호 기자에게 한의사들이 글을 올리기도 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기자는 ‘선생님, 여기 제 답변 갑니다.’라는 제목으로 답글을 달고 있다.   “여기까지가 한의사 집단에 대한 저의 애정이 허용하는 수준의 답변입니다. 죄송하지만 더 이상의 질문은 사양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조언이 더 필요하시면 협회장에게 드라마 <신의>제작에 천문학적 예산 투자하지 마시고, 민심 파악을 위해 여론조사나 공청회, 리서치, 법제 연구 등에 돈 좀 쓰라고 조언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드라마 공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좀 아는데요.. 국민들 드라마 곧이곧대로 안 믿거든요. 그냥 소비하는 것입니다. 허준 드라마 보며 한의원가서 보약 짓던 시대의 국민들이 아닙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는 이 공간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원천봉쇄하지 않는다. 다만 위와 같은 ‘애정 어린’ 답변을 덧붙일 뿐이다. 이 기자의 의견과 반대되는 글에 한 회원이 ‘이런 글은 지워 버리라’는 댓글을 달자 이상호 기자는 ‘지우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시라. 님의 글도 지켜드리겠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모든 의견이 싸우도록 내버려 두어도 결국에는 진리가 승리하고 말 것이라는 밀턴의 이상적인 믿음을 이상호 기자에게서도 발견한다. 회원전용 게시판인 이곳에 기자를 지망하는 중 고등학생, 대학생이 쓴 팬레터도 눈에 띈다. 그에게 지지를 보내는 어린 기자 꿈나무의 눈빛이 그의 기자생활의 ‘죽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Ⅲ. 마치며 1. 그는 왜 “형은 지금껏 내 인생을 지배한 가장 큰 그림자였어. 벗어날 수 없는 그림자. 해질 무렵이면 더욱 길게 마음속에 드리워지는 소리 없는 외침이었어. 그렇게 형은, 나 뿐 아니라 80년대를 살아남은 우리 모두의 멍에였지. (중략) '나의 삶이 안온하다'는 것은 첫 줄에 서있는 누군가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형은 내게 말하지. 그리고 그 헌신의 완성은 내 등 뒤에 숨어있을지 모를 누군가에게 손 내밀 때 이뤄진다는 것도 이젠 알게 됐어. 지금도 시대의 앞줄에서 스러져가는 많은 사람들. 농민운동가 이경해 열사, 노동운동가 배달호 열사, 그리고 미군부대 앞의 미선이 효순이에 이르기 까지. 얼굴은 서로 다르고 마지막 길도 제각기 달랐지만 그들 모두 형의 또 다른 모습이었지. 하나둘 그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우린 형을 보낸 그날처럼 다시 뒷줄에 선 채 할 말을 잃었네.” 이상호 기자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이다. 1학년 때 과대표를 맡고 있던 그에게는 2학년에 재학 중인 친한 선배가 있었다. 선배와 이상호는 민주화 운동을 하자며 수업을 거부하는데 앞장섰다. 그들은 여대생의 축제를 간다며 하나 둘 난 모르겠다고 빠져나갔던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며 서로 어깨를 토닥이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친구였다. 그 선배의 이름은 이한열이다. 그가 최루탄을 맞던 날, 이상호는 이한열의 등 바로 뒤에 있었다. 이상호는 최루탄이 날라 오자 정신없이 뛰었다. 그러나 그는 이후로 더 이상 그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일 수도, 공동체에 별 관심 없는 이기적인 사람들에 대한 넋두리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상호 기자는 자신이 맞았을 지도 모를 그 최루탄으로 세상을 달리 한 선배를 자신의 인생에서 떨쳐내고 잊을 만큼 잔인하지는 못한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다들 이제 잊고 살고 있는데, ‘그 땐 우리가 순진했었지’, ‘그 땐 우리가 방법을 하나밖에 몰랐지’라며 괜찮다고 말하는데, 이상호 기자는 자신을 다잡을 때마다 ‘백양로’로 돌아가야겠다는 글을 종종 쓰곤 한다. 이상호, 그의 양심으로는 온 몸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온 최루탄을 막아준 형을 잊을 수 없나보다. 그는 현재 이한열을 사랑하며 살아가기에도 바쁜 현장기자인가보다. 적당히 기자로서 인정받고 어느 궤도에 올랐을 때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들이 있을 것이다. 정치권으로의 초대, 데스크로의 초대 등 여대생인 내가 모르는 수많은 유혹들도 그의 주위에서 손짓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직까지 아는 만큼으로 미루어봤을 때는 그는 그들에게서 이한열이 보여준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뒷줄에 서 있는 이를 위해 진정 죽을 준비가 되었는지를 묻고 그 자리가 이 곳인지 묻는 그의 자리는 기자를 준비하던 그 시간 이후부터 2009년 5월 지금까지는, 여전히 현장 기자다.   2. 그는 요즘 1) 여전히 MBC 기자 2005년 X 파일 사건 이후 MBC 내에서 이상호 기자는 라디오 뉴스로 부서를 옮겨 일해야 했다. 그 이후에 TV 뉴스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외신을 종합하는 국제부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용케도 버텼다. 그가 자주 말하듯이 화가 나서 그만 두고 엎어버리기에는 “MBC는 우리나라 언론에 있어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2007년 3월을 기점으로 그는 다시 통일외교, 정치부 기자로 다시 돌아온다. 그는 일 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가 통일외교를 맡자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와 남북정상 회담, 김정일 건강 악화, 그리고 현재 북한의 로켓 발사까지 그의 기사에 온 국민이 기댈 수밖에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도 일을 벌이는 사람이다.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특집으로 기획하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에는 그의 지난 행적을 기획 보도했다. 무엇보다 그가 여전히 고발을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직 구청공무원의 비리, 금융감독원의 나태한 근무 실태, 삼성전자 재생부품으로 취한 폭리, 통계청 감사의 엉터리 탁상공론, 등 누가 시켜주든 시켜주지 않든 만년 사회부 기자로 고발을 하고 있다. 이것은 그의 기질이기도 할 것이고, 지난 삶의 행적에서 빚진 인생의 선배들에 대한 유일한 대답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연예부 기자로 거의 좌천되다시피 했을 때도 연예인 노예계약을 보도했던 것이 아닌가. 그의 피 속에는 도덕성에 대한 결벽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 2) 정치학 박사 이상호 이상호 기자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았지만 논문을 쓸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X 파일 이후 시간이 남게 되어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논문 '미국의 공공외교와 한미관계, 1953-1990'에서 "미국은 공공외교를 통해 그들의 입장과 외교정책을 우리가 잘 받아들이게끔 우리의 인식을 바꿔갔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미 감정에서 일방적으로 욕하기보다 미국의 정교한 외교정책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장기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그가 박사학위를 따게 된 이유가 궁금했는데 인터뷰에서 혹시 학자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이 공부를 했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안보사회에서의 기자는 ‘정신 차리지 않으면 죄’였지만 지식사회에서의 기자는 ‘모르면 죄’이기 때문이라고 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쟤는 무식해서 고발만 한다'는 얘기 안 들으려고 공부했다. 일정 강좌를 통해 학생들과 호흡하고 싶은 맘은 있지만 나는 기자가 좋다. 언론계나 지식사회에서 '시장'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관점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 중 (이를테면) 경쟁 논리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경쟁력이 없으면 안 된다. 경쟁의 패배자이기 때문에 경쟁 자체를 부인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좌파는 무능하다"고 했던 덫을 기억하지 않는가. 안보프레임이 주도했던 시대엔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었지만 시장프레임이 주도하는 지식사회에 접어들어 기자는 모르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없을뿐더러, 심지어 나쁜 기사를 쓰게 될 위험성마저 있다.” 3) 구당 김남수 선생 이상호 기자는 X파일 사건으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뒤, 한동안은 국제부, 지방을 전전하며 MBC 뉴스보도에 충실하며 ‘비교적’ 잠잠히 지내왔다. 하지만 침과 뜸으로 영화배우 장진영 씨의 암 투병을 돕는 것으로 유명해졌던 김남수 옹(94)을 취재해 왔던 그는 김남수 옹의 의료 활동을 막는 국회의원들과 한의사들을 홈페이지를 통해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가 아무리 취재를 열심히 해도 MBC에서 훗날 보도를 허락해 줄 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몇 년째 꾸준히 취재해오고 있다. 그의 기사로 언젠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그의 믿음이 부딪힐 벽이 이번에도 역시 매우 견고해 보인다. 그래도 그는 낙숫물이 돌을 뚫을 수 있다고 삶을 통해 말해왔다. 다음은 그가 홈페이지에 2009년 5월에 쓴 글의 일부이다. “한의사님들은 저를 잘못 봤습니다. 뇌물을 받을 거면 삼성X파일은 왜 보도했겠습니까. 죽음이 두려웠으면 왜 수도 없이 나랏님의 심기를 건드렸겠습니까. (중략) 며칠 전 국회에서 침 뜸 대중화를 위한 개혁 법안이 결국 미 상정되고 말았습니다. 국민들은 아무도 이를 알지 못하십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자식이 부모님께 뜸을 떠드리고 내 아내와 내 자식을 보살펴도 현재의 의료법은 여러분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침 뜸 보다는 보약 팔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의 한의사님들만을 봉으로 만들어주는 끔찍한 나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자님들은 한의사님들의 집단행동과 보복이 두려워 국민들께 이러한 사실을 고해바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국민의 건강과 생명만큼 또 언론이 추구해야할 중대한 가치가 무엇이 있단 말입니까. 고발뉴스는 계속될 것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삼성X파일 보도는 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저는 일어설 것입니다. 긴 취재는 끝이 났고, 첫 기사의 출고 버튼은 막 눌러졌습니다. 국민여러분, 시대의 의인 구당을 버리시렵니까!“ 3. 과제를 마치며 처음 과제를 시작하며 가졌던 목표는 “이상호 기자가 우리 언론과 사회에 있어 진정 빛과 소금인지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 그것도 자존심과 정의감이 중요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내가 한 달 남짓 조사하고, 생각하고, 고민해서 평가를 한다는 것은 두렵고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결론을 말해본다면, ‘이상호는 아직까지 잘 해내고 있다’라는 것이다. 좀 더 감정적으로 힘을 주어 말해본다면, ‘그가 끝까지 첫 마음을 지켜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다.’ 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착하게 사는 억울한 사람들도 생각 좀 하라며 편법을 쓰는 소위 엘리트들을 다그치는 그의 뱃심과 용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MBC를 아끼지만 과신하지 않는 그의 독립성과, 선배 중에 선배 기자가 되어 가는데 노조로 언론 자유를 외치는 그의 무모함과 젊음도 좋다. 게다가 종종 혐오스럽다 비하 받을 때도 있는 언론인의 ‘감성’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고 드러내어 주어 고맙기까지 하다. 기자가 되기 전 가수와 탤런트를 꿈꾸고 도전했던 그를 생각하니 즐거워진다.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기를’ 꿈꾸는 이상주의자이지만 호탕하게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현실주의자, 이상호. 개인적으로는 특기는 반성이요, 천성은 내부 고발자인 그가 훗날 자신이 사랑하는 언론이나, 교회의 개혁을 이끌어내는 소금까지도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보고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