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사상> 대한민국은 X-FILE로 가득차 있다 (2005년 12월 31일 인터뷰 by 지승호) 지난 해 한국 사회를 가장 충격 속에 몰아 갔던 사건은 X-FILE 사건과 황우석 사건일 것이다. 정치계와 검찰을 한 재벌그룹과 언론사가 관리하려 들었던 증거를 담은 테이프의 내용을 공개한 소위 X-FILE 사건은 목숨을 거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취재를 한 후 보도했던 기자의 의도와는 달리 불법도청만이 이슈가 됨으로서 자본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해준 사건이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4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고발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됐고, 뇌물공여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다. 반면 도청 사건의 관련자들을 대거 사법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05 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오후에 만난 이상호 기자는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느만큼 공개하고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답답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고발은 사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40여건의 고소, 고발을 당한 베테랑 고발 기자로서도 이번 사건의 파장을 견뎌내고, 지속적으로 싸워나가기에는 힘겨운 일들이 많은 듯 했다. 인터뷰 중 간간이 자신의 팔뚝에 침을 놓고, 뜸을 들인 이상호 기자는 '지난 1년동안 이것이 없었으면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매일 매일 들어오는 제보를 보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 대한민국은 정말 이상한 사회다'라며 침이나 뜸이 열을 떨어뜨려준다는 이야기를 했다. ' 대한민국에 화나는 일이 너무 많다'는 말을 자주 한 이상호 기자는 사람들이 자본위주의 사고를 하게 됨으로써 우리가 잃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안타까움도 많이 드러냈다. 또 이상호 기자는 "천인 공로할 일이 일상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으니까 X-FILE만 X-FILE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X-FILE로 가득차 있습니다. 수많은 열리지 않은 X-FILE들이 곳곳에서 요동치고 있고, 저는 사실 그런 것들 때문에 무척 괴롭습니다. 무슨 업보 같아요"라면서 고발기자로서의 힘든 심경을 토로 했는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는 X-FILE 취재 및 보도활동을 주도한 이상호 기자를 만장일치로 2005년 제 7회 민주시민언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승호(이하 지) - 마음 고생이 심하실 것 같은데,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내십니까? 이상호(이하 이) - 제가 지향하는 삶은 자유주의적 삶입니다. 자유롭기 위해서 기자를 하는지도 모르죠. 자유주의자로서 우리나라에서 평생을 견뎌낸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 같습니까? 별로 없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살 수도 있겠죠. 우리는 자유주의가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안되는 거고, 자유주의가 없기 때문에 똘레랑스도 없는 겁니다. 지 - 정치적인 얘기만 안하면 자유주의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 무슨 발언을 하던 마찬가지예요. 자유주의로 살기가 제일 힘들어요. 정치는 자유주의에서 논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제한적인 영역입니다. 저는 정치적 자유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얘기하는거죠. 그 중의 하나가 정치적인 자유죠. 지 - 고발 기자 하시면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인 자유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왔다고 느끼셨습니까? 절차적인 민주주의는 상당히 완성되었다고 보는 시각들도 많은데요. 이 - 고발기자와 자유? 글쎄요. 너무 큰 이야기랑 작은 얘기를 같이 하니까 대답하기 좀 그런데요. 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제 기자적 삶에 대해서 간단하게 얘기를 해야할 것 같은데요. 저는 처음부터 기자할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 386들이 그렇듯이 그냥 뭔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 기본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은 있었죠. 그리고 저는 87년에 이한열 열사의 죽음에 가장 근접해 있었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시위대를 쫓아다녔지, 운동을 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시위대를 쫓아다녔고, 그런 저항 문화를 좋아했고, 너무나 엄청난 사회부조리를 보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눈만 말뚱말뚱거리면서 '왜 세상이 이럴까?' 라는 회의만 끊임없이 하는 시대의 부적응자였죠. 그때 제일 부러웠던 사람이 신부복 입은 신부님들이었어요. 정의사회구현사제단. 저는 어떤 옷을 입음으로 해서 삶 자체가 용기 있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그런 용기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기자의 옷을 입은 사람도 그랬고, 교직자의 옷을 입은 사람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옷은 너무나 무력한 옷들이구나, 성직자의 옷을 입으면 자기 삶과 자기 소신과 자기 죽음까지도 일치될 수 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에 동경하고, 연민했죠. 그런 경험들, 그리고 그냥 웬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게 좋았어요. 철학 공부도 해보고, 그냥 계속 기웃거리고 탐색하고 그런 시기였죠.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하루도 버틸만한 확실한 그 무엇인가가 없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렇다고 현장에 뛰어들고, 조직운동을 하는 사람들처럼 할 용기도 없었을 뿐더러, 전체 틀 속에서 스스로 규정될만큼 제 자신이 녹녹하게 엮일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던 것 같구요. 정말 혼돈스럽게 지냈어요. 그러다가 대학 졸업할때는 영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영화는 한국인의 언어에 맞지 않는 예술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주의 한다고 하면 무조건 욕이나 뱉어내는 식으로 말이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대학원에 떠밀려 가는 그런 사이에 학내 언론사에 있었습니다. 대학신문에서도 영자신문에 있었어요. 제가 책임질 수 있을만큼만 용기 있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은 비겁한 제 존재 양태를 설명해주는거죠. 제가 시민단체에 있지 않고 언론사에 있고, 언론사 중에서도 MBC에 있는 것처럼요. 영자신문에서 3년동안 편집장까지 하면서 그 대신 거기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100% 용기 있지는 못하지만, 100% 치열하지는 못하지만, 제가 책임질 수 있는 한계선까지는 정해놓고, 그 틀 안에서는 가장 용기 있게 100%로 살고자 했던 것, 그게 어쩌면 서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가장 합당한게 아닌가 싶어요. 영자신문에 있다는 자체로 친구들한테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 해보려고 노력은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MBC 들어온 것도 어떻게 보면 현실체제와의 타협이었지만, MBC에서도 나름대로 크게 비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것 같고, 제가 책임질 수 있고, 감당할 수 있을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지 -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았을때 바로 그 뒤에 계셨다고 하던데요. 이 - 이한열 열사는 제 견고한 균형점을 상당히, 진보라든가 희생이라든가 그런 쪽으로 반보 정도 끌어준 분이죠. 저는 6월 9일까지만 데모하려고 했어요. 6월 10일 국민대행진에는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열이형이 앞 줄에 서고, 제 손을 끌어서 뒷 줄에 세워줬죠. 그때 뼈저리게 느꼈어요. 모든게 그런 것 같아요. 시장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여하튼 외부와 최접점에 있는 곳에는 갈등이 있고, 생채기가 나잖아요. 그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은 안온한거고. 그런데 이한열 열사 같은 경우는 제 눈 앞에서 살갗이 벗겨지고, 피가 나는걸 본거잖아요. 지 - 그런 부채감이 고발기자로서 어려움을 버텨온 바탕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 요즘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왜 이렇게 살아 왔을까' 하고 많이 생각해 봤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게 대단히 컸던 것 같아요. X-file  사태 터지고 나서 학생들 몇 명이 '꼭 좀 대화 모임을 갖고 싶다'고 해서 몰래 가서 얘기한 적이 있어요. 보도 이후에 굉장히 고통스러웠을 땐데, 그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왜 고발기자로 살고 있고, 나는 왜 10년 동안 사고 뭉치로 살고 있는가, 나는 왜 체제 속으로 들어 가지 못하고 있고, 그러면서 나는 왜 고통스러워 할까' 하는. 그때 생각났던 게 이한열이었고, 그 다음이 제 자유 지향의 열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 - X-FILE 보도 나간 이후에 여러 반응이 나오고 나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까? 이 - 다른 건 힘든 건 없었어요. 어차피 더한 희생을 치러야될 문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뻔하잖아요. 이런 일 한두번 해본 것도 아니고. 하도 많이 겪어보니까 보통 예견되는 프로세스가 있죠. 그런데 이것은 그 프로세스의 깊이가 훨씬 더 깊고, 오래 가겠다는 생각은 들었죠. 고발을 하면, 상대방은 아무리 증거를 들이밀어도 아니라고 하고, 민형사 소송이 오고, 여론의 압박이 오고, 조직 내의 왕따가 오고, 그 다음에 가장 무서운 망각이 오고, 그런거거든요. 이런 과정이 통상적으로 경험해왔던 것들보다 훨씬 더 깊고 오래가겠구나, 어쩌면 인생 자체가 달리 설계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제일 어려운건 그거죠. 제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느끼는 것이 세상은 어른들의 세상이고, 보도국은 지혜로운(?) 어른들의 세상이에요. 그래서 항상 낯설죠. 지 - MBC 광고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 된다고 하던데요. 이 - 20% 조금 못됩니다. 지 - 그래서 삼성에 대해 공격적인 취재를 하는 것을 내부에서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요. 이 - 당연히 그렇죠. 지 - 어떻게 취재할 결심을 하셨습니까? 내부에서도 여러가지 압력이 있었을텐데요. 이 - 그런 것은 제가 짧은 시간에 얘기해서 이해시킬 자신이 없어요.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그래서 인터뷰가 두려운거에요. 어떻게 납득시킬까 하는 부분도 어렵구요. 아직도 진행중인 상황입니다. 보도를 못하게 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원하지 않구요. 황우석 사태랑 또 달라요. 그것은 보도가 되어지면, 일단락이 될 수 있는 사안인데, 이것은 절대 일단락이 안돼요. 자본주의가 영속하는한, 한국사회에서 삼성의 소유관계, 소유권력, 소위 말하면 자본의 공세라는 것은 제 문제 의식 자체를 끊임없이 불경시하겠죠. 끝날 수도 없는 싸움인 것 같아요. 제가 훌륭한 정치경제 철학자도 아니고, 저는 복잡한 시기를 거치면서 가장 단순하게 생각할려고 노력했어요. '그것은 잘못된 행위다. 보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뭐냐 하면 지나치게 어른들이 많다는 겁니다.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아요.   지 -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전부 철없는 행위로 치부하는 분들 말이죠.(웃음) 이 - 친일역사 청산 얘기해도 막는 어른들이 너무 많고, 아직 그분들의 세상이죠. 지 - 원래 이런 사안 같은 경우 매체하고 같이 고발하는게 맞지 않습니까? 이상호 기자만 고발한 것을 보면, 이상호 기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MBC와 묵시적인 타협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 그런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그거죠.(웃음) 현상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뉴스의 세계인데, 이미 진행되고 있는 얘기들이거든요. 결국 진정성에 대한 문제기 때문에, 제가 팩트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밤새워 얘기해도 안되는 부분이구요. 결국 이것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진정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읽어줄 마음이 있는가 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제가 자꾸 다른 얘기를 하는거예요. 어차피 저보다 잘난 꼰대들은 제가 논점으로 제시하는 부분에 대해서 반론을 할거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관심도 없을테니까요. 다만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 대한 얘기를 하는게 의미 있지 않을까? 개인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게 필요한 시기인가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지 - X-FILE의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신 겁니까? 이 - 제보를 받았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한거죠.(웃음) 지 - 검찰에서는 어떤 조사를 받으셨습니까? 이 - 저를 잡아넣기 위해서 말도 안되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으로 짜맞추는 수사가 이루어진거죠.   지 - 수사가 불법 대선자금 제공에서 불법 도청으로 맞춰진데에 삼성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십니까? 이 - 아주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지 - 지난번 미국에 취재를 떠나실때 '자본의 심장에 도덕성의 창을 꽂으러 가는 심정'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밝히셨는데요. 지금 현재 결과적으로 또 하나의 큰 장벽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이 - 잘보셨네요. 어차피 예상한 길이고, 지금부터 시작되겠죠. 저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 -  홍석현 전 대사나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이 이루어졌고, 문제를 제기한 이상호 기자님은 불구속 기소가 되었는데요. 그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이 - 기소당했을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검찰이 그래도 좀 고민할 줄 알았는데, 그 시점에서는 절 기소하든, 안하든 국민적으로 별 관심이 없었고, MBC가 가장 밑바닥에 박혀 있을때였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부담없이 기소한거죠. 예상대로 검찰은 참 검찰스럽다고 생각을 했구요.(웃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도 했어요. 제가 기본적으로 기자다보니까, 우리 사회에서 기자는 꼰대니까, 함부로 자기 처지에 대해서 얘기하면 안되고, 기자는 기사로 얘기해야 된다고 하잖아요. 그 말도 참 웃기잖아요. 물론 기사로 얘기하겠지만, 기사라고 하는 객관적인 결과에 숨어서 자기가 편할 수 있었던, 소위 말하는 객관주의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환상이 먹힐 당시에 기자들이 편하게 살려고 하던 얘기죠. 어떻게 기자가 기사 속에서만 안주할 수 있습니까? 기사로 싸우기도 하고, 기사로 문제 제기도 하고, 도발하기도 하고, 그래야죠. 지 - 삼성의 정치권에 대한 비자금 제공, 검찰에 대한 로비 등 많은 국민적인 의혹이 있습니다. "몇몇 기자들의 허술한 취재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인데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하는 검사님들께서 왜 조사를 못하는지 너무 안타깝다"는 말씀도 하셨고, 기자회견에서 '이건희 회장이 소장 검사들의 떡값에 대한 반응까지 일일이 체크하더라'는 얘기도 하셨는데요. 삼성에 대해 검찰이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이를테면 지승호씨가 삼성 비서실에서 나온 사람이면 같이 차 마시면서 얘기하겠어요? 성립이 안되는 거잖아요. 삼성 비서실 가서 조사받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웃음) 다만 저는 최소한 검찰의 일말의 양심과 양식 있는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굴러가기를 기대하고 조사를 받은거죠. 말이 됩니까? 한마디로 돈 받은 집단에서 조사받은 거 아닙니까? 지 - 제보를 하신 분은 구속되지 않았습니까? 시민단체 등의 저항이 없었으면 구속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 - 시민사회가 좀 더 조용했더라면 검찰은 분명히 구속했을 겁니다.   지 -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MBC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이 - 소송은 당사자가 하는거죠. MBC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싸우는거죠. 지 - PD수첩에서도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가 후속보도를 하면서 국면 전환이 된 거 아닙니까? 그것도 일종의 MBC 차원의 대응인 셈인데요. 그런 식으로 삼성과 검찰에 대해 뉴스로 문제 제기를 할 움직임이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 거의 없어요. 지 - 삼성의 광고 압력이나 이런 것 때문에... 이 - 그건 드러나는 이유일 뿐이죠. 분석하면 광고라는 수단과 방편만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조직의 생존 자체가 지금의 산업 사회와 다 연관이 되어 있잖아요. 삼성이라는 조직이 살아가는 사이클이 있고, MBC라고 하는 조직이 살아가는 사이클이 있는데, 시장 속에서는 그 사이클이 같이 이루어져요. 주파수만 차이가 있지. 그 접점에서 광고라고 하는 매개로 연관을 맺고 있지만, 그 보다도 더 큰, 소위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흐름이 있어요. 그 흐름 속에서 같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광고라고 하는 제한적인 영향력을 떠나서 전면적이죠. 삼성과 관련된 모든 인간관계, 인과관계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MBC는 그 사회를 어떻게든 영상으로 표출해야되는 집단이나까 같이 돌아가고 있는거죠. 그걸 분리하기가 어려운 수준에 있다니까요. 지 - 삼성공화국, 이건희 시대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말씀인 것 같군요. 그런데 삼성의 행복이 대한민국 전체의 행복이 아닌 케이스도 조금씩 발생하는 것 같거든요. 이 - 삼성이라고 하는 기업조직과 이건희 일가라고 하는 인적 집단을 구분해서 봐야 되는데, 동일화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있죠. 이건희 회장 측에서는 끊임없이 이건희 = 삼성, 삼성 = 국익, 국익 = 국민의 행복 이라는 등식을 심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각 등식 사이에는 엄청난 과장과 논리 단절이 있죠. 국익과 국민의 행복이 꼭 일치하지는 않거든요. 현대 정치학 개념에 있어서 국익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복잡한 개념 중의 하나거든요. 왕의 이익이 국익인 나라도 있고, 소수 독재자의 이익이 국익인 나라도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국익의 개념이 변천되어온 역사가 있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마법과 주문을 거는 거죠. 이건희 = 국익, 국익 = 나의 행복, 그래서 우리가 황우석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집단에 의한 또 다른 집단에 대한 살육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언론이라는건 뭐냐하면 무원칙하거나 특정인의 이익에 의해 매겨진 등식이 부등하다고 하는 것을 밝혀주는거거든요. 그렇잖아요. 그 등식이 부등하다고 하는 것을 일깨워주고 끊임없이 일반 시민사회의 이해와 일치하는 등식을 매겨주는 것이 언론이 할 일이거든요. 우리는 '짐이 곧! 나라'라고 하는 등식에 저항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로 등식에 부등호를 매겨 온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역사를 수행하는 것이 언론인데, 지금은 신성불가침의 등식이 된거죠. 그들과 나는 같지 않고, 그들의 이익과 내 이익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영원히 자본 시대, 이건희 왕조의 일방적인 신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 - X 파일을 취재해놓고도 통비법 때문에 MBC에서 보도하지 않았는데요. 그러다가 조선일보 보도 이후에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그 과정에서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을텐데요. 이 - 많았죠. 그동안, 지난 1년동안 거의 시분초를 기록해놓은 제 취재 일지가 있어요. 저랑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조직에서 나병 환자처럼 지냈습니다. 그때 혼잣말처럼 제 일상을 적었어요. 딱 1년 됐는데, 1년의 기록을 제 몇마디로 뭐라고 옮길 수가 없어요. 그냥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구나, 나는 왜 적응하지 못하나, 화해하지 못하나 하는 생각만이 계속들었죠. 지 - 그 과정이 참 외로우셨을 것 같은데요. 일부 사람들은 그 녹취록을 인터넷에 공개하라는 압박을 가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가지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었는데요. 이 - 그런 고민을 지금도 해요. 지금도 하고 있는데, 어떻게든 MBC가 풀어야될 몫이라 생각합니다. 원래는 조선일보에 기사가 나기 직전에 그 주에 사직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가 났고, 그래서 MBC 이름으로 나가게 됐는데요. 많은 분들이 어차피 MBC에서 보도가 나기 힘들다면 가지고 나와서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었죠. 그러면 MBC는 포기하는 셈이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MBC의 이름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MBC는 데리고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믿음은 변함이 없어요. MBC는 잃고 가기에는 너무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 - 그럼 후속 보도를 해야한다고 내부에서 요구하실 생각이십니까? 이 - 보도과정을 거치면서 보도국의 많은 사람들, 적지 않은 기자들이 X-FILE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그 전에는 보안 문제도 있고 해서 밑도 끝도 없이 다 얘기하고 다닐 수는 없었으니까요. 많은 기자들이 알게되면서 후속보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적절한 시기가 되면 다시 보도가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지 - "국민들이 그분들이 나누는 얘기를 직접 들으면 대단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구체적이면서 반복적으로, 또 일상적으로 불법행위를 해왔다는 것을 느꼈다"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어떤 내용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셨습니까? 이 - 그 사람들한테는 회사 업무예요. 회사 업무 처리하듯이 진지하고 용의주도하게 챙겨요. 전 그게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이를테면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있고, 양심이라는게 있는데, 그렇게 불법적으로 돈을 주는 대화라면 '이 실장, 우리 돈을 좀 줘야 되지 않겠어' 이런 음모적이라거나 이런 분위기가 있어야 될텐데, 통상적인 업무 처리하듯이 해요. 그래서 '아, 이 테잎은 진짜 극히 일부다, 소위 말하면 이건희 체제라고 하는 아성을 구축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뒷거래와 매수와 금품 수수가 있었을지, 또는 이권 교환이 있었을지, 또는 동종교배가 있었을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것들 때문에 그걸 들으면서 고통스러웠어요. 이게 우리 사회의 DNA구나, 저 사람들이 저렇게 만성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동급부들, 리어커 끌고 시장 바닥에서 구두 파는 사람들은 겁이 나서 그렇게 못할 거예요. 과연 사회 정의라는게 뭔지, 누구 좋자고 우리가 이러고 사는건지, 하물며 그 대한민국 당대 파워엘리트들한테 그렇게 돈질을 일상적으로, 업무적으로 하는데, 그 사람들이 일반 국민들은 얼마나 하잘 것 없이 볼까, 돈으로 거래할 것 없는 그 헐벗은 사람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우습게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기보면 DJ한테도 '그 늙은이'라고 하거든요. 기본적으로 그들 왕국에서 매수가 필요한 자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거명이라도 하지만, 이름도 불리지 못하는 그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시원하게 보도를 막은 사람들과 그들의 음모에 대해서 시원하게 얘기하면 좋은데, 제가 그 환경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그러는게 도움이 안될 것 같아요. 향후에 제가 싸울때 간접적인 조력자가 될 사람들이고, 조직이고, 같이 뭔가 바꿔보겠다고 하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상처를 입으면 안되니까요! . 그렇지만 크게 얘기할 수는 있죠. MBC라고 하는 이름은 고맙지만, 고맙지 않은 사람들이 좀 있긴 하죠.(웃음) 지 - 이보경 차장도 "자본의 심장에 도덕을 수혈할 수 있는 날까지 연대해야"라는 글을 미디어 오늘에 기고했었는데요. 그런게 지금 굉장히 어려운 일 같습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한다고 보십니까? 이 - 사실 제가 이런 얘기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이미 신자유주의가 완성된게 아닌가 하는 그런 좌절이 자꾸 듭니다. 어차피 자본 만사인 세상이 됐는데, 우리가 인간의 얼굴을 잃지 말자고 한다고 씨알이나 먹히겠냐는 생각이 드는거죠.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라는 것이 인간적이거나, 윤리적인 게임은 아닌 것 같거든요. 제가 연대에서 경영학을 했고, 대학원때까지 런던 비즈니스 스쿨이라는데서 경영학 공부를 하면서 마지막까지 기대를 못버리고 잡았던 것이 뭐냐하면 Ethical Resource Management 라는 건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 경영에 있어서 윤리적인 것도 하나의 자원이기 때문에 그것을 잘 관리하면 기업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고,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일군의 학문적인 움직임이 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시장 속의 양태는 어떻게 나타나냐 하면 자본의 반공익적이고, 사악함을 상쇄하기 위한 아편적인 도구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기부행위라든가, 소외 계층에 대한 시혜적 차원이죠. 그들의 99가지 치부를 덮기 위한 한가지 방편, 마법수 같은거죠. 이건희 회장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을때 언론에서 '삼성이 공익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기사가 많이 나오면서 안티테제로서 여론화되었던 것을 기억할 겁니다. 그러니까 기업이 윤리적일 수 있는가, 더 크게 질문하면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기본적으로 인간적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거죠. 존 롤스라고 하는 신자유주의 정치 체제를 구성하는데 대단히 영향을 미친 학자 같은 경우도 그 사람의 논리 자체를 보면 대단히 분배의 문제라든가, 소위 계층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어요. 하지만 그나마도 시장 속에 끌려와서 부역한 논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명확한 단죄 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우리가 자본에 도덕성이 피를 수혈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환부를 잘라내고, 그리고 그 환부에 다시 암적인 세력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방사선 치료하듯이 지속적으로 시민사회가 감시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시장의 지배 질서가 유지되도록 언론은 감시하고, 그리고 그 룰의 벗어난 일탈적 행위가 있는지 없는지 시장속에서 감시하지 않으면, 모든 권력이 그랬듯이 시장 속의 지배자들도 스스로를 단죄하거나, 규제하지 않을 겁니다. 지 - 언론이나 검찰은 삼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것 같은데,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약간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 않습니까? 한마디로 삼성 국감이라는 말도 나왔구요. 올해 국정 감사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런 움직임을 통해서 삼성을 견제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었다고 보십니까? 이 - 그때 당시는 국민여론이 구동해낸 결과라고 생각해요. 대의제하의 정치라는 것은 국민의 여론이 주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삼성 문제에 있어서 최초로 제한적이나마 대의제가 구동이 되었으나, 10리도 못가서 연료가 바닥난 셈이죠. 몇몇 소수 양식 있는 사람들이 굳어버린 엔진을 돌리고, 밀고 당기고 하는 노력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민사회의 윤리적 자산이 현단계에서는 바닥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 - 국감에 대해 '삼성 죽이기'라는 비판도 많았고, 이상호 기자님의 취재 활동에 대해서도 '잘나가는 기업 죽이려는 좌파적 시각'이라는 공격들이 있었는데요. 이 - 그 공격 누가 했나요? 중앙일보가 한 거 아닙니까? 그런 공격에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왜 우리가 삼성 공화국이라고 부르느냐 하면, 단순히 차를 만들어내고, 공장을 짓고하는게 자본이 아니라, 자본이 이미 시민사회 공적 영역에 있어서 담론 형성기능을 빼앗아갔어요. 시장이 매일 매일 경제 신문 산업면을 통해서 지배 이데올로기를 양산하고 있고, 기업집단과 그 기업집단에 우호적인 파워엘리트들이 그 지배구조를 더 견고히 하고 있죠. 그들은 과도하게 기업지배집단의 이익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기업으로서 공동체의 이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전에 얘기한 것처럼 삼성이라는 기업집단과 이건희를 동일화시키고, 이건희와 국익을 동일화시키는 프로파간다를 계속 만들어내는겁니다. 그리고 지배적인 조중동 같은 기득권 매체를 통해서 확대재생산하고 있구요. 힘없고, 생산, 소비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다수들이 그것을 자기의 생각인양 반복해내는 암울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건희가 삼성이 아니다, 이건희가 국익이 아니다'는 식으로 등식을 깨나가야 하는 것이 언론인데, 유사 진실과 사이비 사실을 담론의 장에서 끌어내는 것이 언론인데, 오히려 언론들이 잘못된 게임을 주도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땅의 시민들 한테 희망이 있겠냐구요. 암울한거죠. 삼성이랑 이건희랑 어떻게 똑같아요. 2% 지분 밖에 안가진 사람이고, 실제 등기이사도 아니잖아요. 지 - 언론 자체도 그렇고, 언론인들 중에서도 탐사보도를 용감하게 하는 기자들도 별로 없는 것 같구요. 대중들도 황우석 박사 건에서 보듯이 감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문제를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을 캐나간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 같은데요. 이 - 어렵죠. 그런데 그게 우리 일이니까요. 기자는 랜턴 같은 존재예요. 말이 난무하는 어둠 속에서 사회를 울리는 메세지들의 실체를 조명해서 (이를테면 퇴마사 같은 존재이기도 하죠) 의미 없고, 소수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얘기는 배제시키고, 음모적인 시각도 배제시켜서 그야말로 청명한 가을 밤 귀뚜라미 울음 소리 같은거, 시냇물 소리 같은거, 그야말로 진짜 우리 공동체 존재와 맞아 떨어지는 것들만 흘러가고, 넘치도록 만드는거죠. 그런데 그 랜턴들이 바떼리가 없으면, 바떼리를 교체하거나 버려야죠.(웃음) 미디어라는게 뭡니까? 이솝우화에 나오는 당나귀가 미디어거든요. 금불상을 싣고 가는 당나귀 생각나세요? 당나귀는 자기 얘기하면 안되거든요. 금불상이라는 진실을 지고 가는 당나귀, 즉 미디어의 삶은 고단한거죠. 그렇더라도 그 불상을 떨어뜨리면 안됩니다. 그런데 자기가 불상인연 하는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조중동 등 수구매체들. 저는 보수우익이라고 생각 안하거든요. 진정한 우익이면 역사 청산하자고 해야 우익이죠. 즉 수구기득권 매체들이 당나귀가 아니라 불상이 되어 가지고, 온천지를 휘젖고 다니면서 자기네 기득권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고, 그 현실의 정점에 있는 것이 이건희 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희도 당나귀에 불과하거든요. 지 - '삼성이 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취재과정에서 여러가지 압박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전화도 많이 왔을 것 같고. 이 - 20년전에 친구한테서도 전화가 오더라구요. 지 -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하나요? 이 - 갑자기 그냥 보자고 해요. 그런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슬퍼요. 지나간 어린 시절 옛 동무들까지도 불상이 되버린 당나귀들의 뒷발로 채이는 것이.   지 - 그게 삼성의 사람과 사회를 관리하는 방식 중의 하나라고 하던데요. 이 - 그게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법이죠. 이미 다 포섭되어 있어요.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중에서 그런 전화를 안받으셨거나, 그 네트워크에 안계신 분이라면 삼성지배공화국에서는 한 3등 이하 시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웃음) 지 - 전 3등 이하 시민이군요.(웃음) 이 - 불행한 현실이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전화오는거 거절하면 거의 관타나모 보다 더 엄중한 감방으로 가는거죠. 그게 무슨 감방인줄 아세요? 왕따의 감방이라구... 지 - 한 40건 정도 고소, 고발을 당했다고 들었는데요. 이 - 38~39건 정도 당한 것 같아요. 지 - 지금도 진행되는게 있습니까? 이 - 유밀레 건이 좀 전에 끝났고, 몇 건이 더 있습니다. 지 - 고발전문기자로서 지탱해오신 힘이 무엇입니까? 분노가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은데요. 어떤 때는 "나는 기자도, 인간도 아니었다"는 자괴감을 표시하신 적도 있으시지 않습니까? 이 - 그건 최문순 선배가 쓴 글이구요. 너무 이상한 나라예요. 제가 지난 1년 동안 기록한 취재 일지를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딱 한 사람한테 보여줬는데, 그 양반이 그러더라구요. '이게 X-FILE이네. 이게 X-FILE이야'. 우리 사회가 언론계를 통틀어서 얼마나 이상한 사회인지 알 수가 있어요. 지 - 그걸 출판한다든지, 공개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 같은데요. 이 - 글쎄요. X-FILE 보도는 분명히 재판이 열릴텐데, 결국 기자의 진정성이 대단히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주위에서 그러더라구요. 왜냐하면 이게 실정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있잖아요. 그것보다는 자기 희생적 기반 위에서, 상당히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사안을, 순수하게 오로지 공익적인 이해를 위해서 보도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기록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큰 힘이 됐거든요. 출판을 위해서 한 것은 아니구요.   지 - 그러면 재판 과정에서 제출해야할 경우도 생기겠네요. 이 - 필요하면 제출해야죠. 지 - 그런데 그 진정성이라는게 재판부나 삼성 입장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 그건 좀 나이브한 생각이예요.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있었잖아요. 그때도 그쪽에서 제출한 서면에 따르면 '개인적인 공명심에 사로 잡혀서 국민 경제적인 이해를 고려하지 않고, 남을 흠집내기 위해서 보도했다'라고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가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MBC가 시청률을 올리려고, 이상호가 자기 공명심 때문에 국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거죠. 지 - 이인용 전 앵커께서 삼성의 홍보 전무로 가 계신데요. 거기에 대해 'MBC의 간판이 떨어져서 삼성의 연단 받침대로 갔는데, MBC 기자 사회에서 아무런 위기 의식도 못느끼고 있다'고 비판하셨는데요. 삼성에서 각계의 전문가, 특히 언론인들에 대한 스카우트의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 그때 너무 슬펐어요. 그 이슈 하나만 가지고도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거든요. 그런데 말을 줄일께요. 한마디로 대한민국 언론계는 정말 형편없는 언론계죠. 그때 너무 서러워서... 지 - 이인용 앵커 나름대로는 언론인으로서 좋은 이미지로 남는 꿈을 버린 셈 아닙니까? 손석희 아나운서 같이 정치권의 러브콜을 극구 사양하는 분은 거의 소수인 것 같은데, 많은 방송인들이 기업이나 정치권으로 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 거지 근성 때문에 그렇죠.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집은 빵 만드는 집이고, 술 만드는 집이고 그러면, 자기네 가게가 아무리 보잘 것 없다고 해도 끝까지 남아서 자기가 술 만들다가 죽으면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이 계속 만들어서 2대, 3대가 하다보면 남는거거든요.  삼성이 왜 삼성이라고 하냐 하면 똑똑하고 잘나가는 스타들을 다 데려갔어요. 그러니까 삼성공화국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게 건강한게 아니거든요. 훌륭한 사람이 MBC에도 남아 있어야죠. 대한민국에 좋은게 여러가지가 있어야죠. 시민사회에도 좋은 사람이 끝까지 남아서 시민운동하다가 죽어야죠. 언론에도 언론에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다가 죽어야 휙하고 바람이 불어도 언론이 모래성처럼 쓰러지지 않는거죠. 삼성은 대중사회와 시장이 합쳐져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자기들이 강자가 되기 위해 다른 부분의 인재를 다 끌어들이고 있다구요. 그러면 어떻게 되냐 하면 다른 부분이 취약해져요. 다른 부분이 삼성의 눈치를 보고, 삼성의 인력권 안에 접어들게 되는거죠. 그러면 가로수들이 태양쪽으로 기울어지듯이 전체 사회가 삼성 쪽으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겁! 니다. 그렇게 삼성의 해바라기가 되는거예요. 거기서 끌어들이니까. 그러니까 삼성공화국이라고 하는거죠. 기자가 삼성에서 끌어들여도 가면 안되죠. 시청자에 대한 배신입니다. MBC에서 수위를 하더라도 자기가 기자로서 자기 임무를 완성해야죠. 그래야 다음 기자가 와도 더 좋은 기자가 될 거 아닙니까? 지금 같으면 삼성 대변인 되려는 사람들이 MBC에 들어올 거 아닙니까? 옛날에 육군사관학교에 정치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갔던 것처럼. MBC에서 자꾸 정치하고, 삼성으로 가고 하니까 그런 사람들만 들어올거 아닙니까? 끝까지 언론 현장에 남아서 국민들의 이해와 시민적 복리를 위해 일할 사람이 안 남는거 아닙니까? 그런데도 아무 얘기 안하잖아요. 이인용 선배 갔을때 단 한 사람이라도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 있습니까? 저는 그게 대한민국 언론의 2005년의 현주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형편없는 언론계라고 한 겁니다. 제가 그거 썼다가 어떻게 됐어요? 그 글을 이인용 선배 때문에 쓴거예요. 그거 한 줄 쓸려고. 그런데 그거 쓰고 엄청나게 불려다니면서 혼났습니다. 지 - MBC 윗분들한테요?(웃음) 이 - MBC 안밖에서요. 니가 그런거 쓰면 삼성에서 더 안 데려갈 것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마치 고대학생들이 이건희 명예 박사 문제를 제기 했을때 동료 학생들이 '삼성에 취직 안되면 어떻게 할래?' 하는 것과 똑같은 경우를 당했어요.   지 - 'PD 수첩'의 황우석 박사에 대한 보도와 그 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D 수첩의 문제 제기가 옳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고 비판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이 계신 것 같은데요. 이 - 하나만 말씀드릴께요.우리 사회의 가치가 너무나 단일해요. 그게 좋을때도 있지만, 위험할 때가 많죠. 다가치 사회가 되어야 되는데... 이게 뭔지 아세요? 뜸이라는거거든요. 제가 이거 때문에 살아 남았어요. 정말 미칠 뻔 했어요. 혼자서 침 놓고, 뜸 놓고 그러면서 지난 1년을 버텼습니다. 이게 열을 떨어뜨려주거든요. 한국 사회가 보면 관용도 없고, 너무나 급격하게 시장화되면서 너무나 많은 걸 잃은 것 같아요. 값어치를 매길 수 있는게 아니면 없잖아요. X-FILE 토론회 하는 날 최민희 사무총장을 만났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황우석 싸움도 지난했지만, 그나마 황우석 싸움이 갈피가 잡혀가는 이유가 뭔지 아냐?'고 묻길래 '글쎄요. 뭐라고 생각하세요?' 했더니 황우석 박사는 재벌이 아니라서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그 말에 120% 공감하거든요. 양태는 이건희씨와 비슷하지만 전선을 지속적이고, 두텁게 유지할 수 있는 자본력이 없어서 그래요. 오래 못싸우는거죠. 지 - 황우석 박사를 통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겠네요. 이 - 초기라 그렇죠. 초기 자본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가 지금 말씀드리지 못하는게 너무 많아요. 오죽하면 제 1년 동안 취재한 비망록을 스스로 X-FILE이라고 부르겠어요? 심지어 회사내에서 제게 아무도 말을 안거는 시기가 몇달동안 지속이 되었는데, 하물며 친한 선배도 같은 사무실에 있는데도 전화가 와요. 어디서 잠깐 보자고. 지근거리에 있는데도 007 작전하듯이 만나곤 했죠. 저랑 같이 있으면 찍히니까. 지 - 높은 분들이 모여서 '쟤랑 같이 놀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식으로 신호를 줍니까?(웃음) 이 - 지난 시간은 저의 진정성이 끊임없이 훼손되는 시기였으니까. 지 - 구찌 핸드백 건 때도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평가하신 분도 계시고, 그냥 내부적으로 얘기해서 돌려주고 끝내는게 옳지 않았느냐? 굳이 공개적으로 반성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시각도 있었거든요. 결국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이 - 그 분들 입장에 동의를 해요. 아직까지 그것때문에 제가 무지무지하게 피해를 보고 있거든요. '못 믿을 놈'이라고 하고, 공명심을 위해서 선배 등에다 칼을 꽂은 놈이라고 하기도 하구요. 다 들어요. 인터넷때문에. 그 분들 말이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분들이 모르는게 너무 많다는거죠. 그리고 그걸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제 속은 오죽 하겠어요.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신강균 차장만한 분이 많지 않거든요. 그나마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왔는지, 저는 더 고통스러웠죠. 지 - 신강균 앵커하고 상의를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건가요? 이 - 충분히 고통스러운 사정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걸 얘기할 단계가 아니구요. 유교적 가치가 지배하는 우리나라 같은 사회에서 선배 등에 칼 꽂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제가 제일 잘 아는 사람 중의 하나일 겁니다. 말씀드릴 수 없는 사정들이 많아요. 지 - 기자를 택한 걸 후회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이 -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을까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니까요.(웃음) 그런데 달리 생각해봐도 어쩌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러지 않고서는. 너무 사회가 부조리하게 느껴지고 그랬어요. 제 나름대로 가장 자유롭고, 심지어 정의로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기자를 택했구요. 한번도 후회는 안해봤어요. 기자는 당연히 이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때 슈퍼탤런트 대회에 나갔던 적이 있어요. 저는 푸닥거리가 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기독교인이기는 하지만, 무당의 사회적 기능을 많이 생각합니다. 무당은 별게 아니예요. 아시다시피 사회적 소통 기제거든요. 이를테면 고부 갈등이 있는 여자가 오면 같이 울면서 고부 갈등에 처해서 아무한테도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같이 토닥거려주고, 그러다가 같은 여자로서 시어머니가 되서 시어머니 입장으로 잠시 분해서 시어머니 입장을 이해도 시켜보고, 그러다가 같은 여성으로서 가부장제 지배구조 속에서 피해자일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을 극적으로 화해시키는거거든요. 거기에 모든 언론의 역할이 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소통되지 못해서 울혈처럼 남아 있는, 소위 말하는 말하지 못하는 억울한 메시지들을 풀어서 돌려 주는거죠. 또 반대편 입장에서 소위 말하는 악역을 맡았던 자들을 상대로 푸닥거리를 하잖아요. 누가 누구를 벌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푸닥거리를 하고, 해원하면서 풀어주는거죠. 제가 이건희를 죽이자고 했습니까? 삼성을 죽이자고 했습니까? 삼성은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하나의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흐름 한 복판에 있는 큰 바윗돌이예요. 그것을 치울 수도 없고, 치울 생각도 없어요. 다만 그 때문에 흐르지 못하는 이야기들, 인위적으로 둑을 막아서 그들의 밭으로 돌렸던, 그들 논밭에 물대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큰 바위 옆에 자기들 돌을 엇대서 물의 흐름을 막았던 것들을 펴주는 것, 그럼으로 인해서 우리 사회에서 소통을 하자는거죠. 처음부터 기자질하면서 그게 언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무슨 저널리즘이네, 언론인이네 하면서 꼴값떠는 것이 그래서 싫습니다. 별거 아니거든요. 오해가 있고, 억울함이 있고, 실의가 있는데로 가서 가장 낮은 자세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가서 있는 그대로 그들의 뜻을 전하고, 그런게 기자의 역할 아닌가요? 저는 단순하게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위 우리 사회의 언로를 풀어주는 것, 그게 그들이 말하는 저널리즘인지는 몰라도, 저는 그게 음악이고, 시고, 미술이고, 연기고, 글쓰기라고 생각해요. 똑같은거거든요. 특별히 제가 저널리스트라는 생각을 별로 안해요. 방송에서 그런 일을 하는거고, 남들이 기자라고 하니까 그런 줄 아는거구요. 기자 시험 몇 번 떨어져서 슈퍼탤런트 시험 봤을때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어요. 제가 드라마에 나가면 우리 시대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서 공감을 하고, 서로 어루만질 수 있는 극에 출연하고 싶었고, 연극도 하고 싶었고, 그로 인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도 하고 싶었고, 소위 말하면 사회와 관련된 각종 재생적 창작 행위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실패했어요. 그래서 다시 언론사 공부를 했고, 기자가 됐는데요. 연기자에서 연자를 빼면 기자잖아요. 어떤 기자의 역할, 어떤 기자의 모델이 가장 제가 생각하기에 기자다운가 하는 것을 생각해봤을때, 출입처에 연연하고, 자기가 처한 조직적 이해에 굴복하고, 가진 자들의 권세 앞에서 무릎꿇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기자는 그런거잖아요. 억울하다고 하면 가서 '억울하세요?'하면서 같이 눈물도 흘려주고, 그러다보면 하나 같이 화가 나요. 그들한테 분노를 배웠어요. 내 안에 있는 분노를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면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났어요. 10년동안 너무 울화통이 치미는 일이 많았어요. 지금도 많아요.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내가 화가 많을거야. 그래서 막 화가 나면 최대한 차분할려고 노력하죠. 침착해지는 법을 기자라는 이름으로 배웠고, 냉철하게 사고하고, 기사 쓰는 법을 익혔고, 그래서 기자처럼 방송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무슨 기자에요. 기자라는 이름으로 불린지 10년 밖에 안됐는데. 기자가 무엇인지 배워나가는 과정이죠. 만약에 기자라는 이름이 기사 쓰는데 방해가 된다면 다른 걸 택해야겠죠. 소설을 쓴다든가. 형식은 제한되어 있지 않아요. 제 꿈 중의 하나가 라디오 DJ가 되는건데, 기사만 쓰는게 기자는 아니거든요. 기사는 기사로만 얘기한다, 판사는 판결로만 얘기해야 한다는 건 뭣 같은 얘기죠. 지 - 이상호 하면 고발 전문 기자 하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이름인데요. 우리 언론을 보면 탐사보도라는게 거의 없지 않습니까?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6개월이든, 1년이든 취재를 해서 보도를 하는게 한국에서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이 - 아직 언론이 출입처 제도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거든요. 권력은 이미 분화되고 있는데, 언론은 거기에 못따라가고 있을 뿐이예요. 조만간 언론도 성장을 할 겁니다. 실제로 2004년 후반기를 기점으로 해서 언론 사회에 탐사보도 열풍이 불고 있어요.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기간이긴 하지만, 내년 정도 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제가 취재 안하고, 취재원이 된지 1년이 됐어요. 취재하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다음 주면 김광석 10주기인데, 김광석 죽음의 의미도 취재하고 싶구요. 제가 그 사건은 10년째 취재를 해왔거든요. 그 사건을 유일하게 현재까지 취재하고 있는 기자는 저 뿐인 것 같아요. 원래 10주년에 맞춰서 방송하고 싶었는데, 여러가지 상황이 겹쳐서 못했죠. 저는 화나는 일을 많이 알아요. 제 홈페이지로 매일 매일 제보가 들어옵니다. 맨날 만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예요. 억울하고, 어디서 터지거나, 사기 당했거나, 아니면 너무나 문제가 심하다고 생각해서 내부 고발을 했다가 왕따 되거나 그런 사람들이죠. 그래서 소금창고라고 만든게 있어요. 지 - 얘기를 듣다보니 영화 '7인의 사무라이'가 생각나는데요. 농부들과 함께 사무라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결국 승리는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탐사 보도기자의 운명도 그런 것 같은데요. 이 - 당나귀인거죠. 끊임없이 금불상하고는 싶죠. 금불상이 당나귀한테 고맙다고 하나요? 하지만 당나귀는 그냥 가야 되는 운명이지. 머.(웃음) 당나귀가 당나귀 말고, 금불상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욕먹는거죠. 지 - '고발은 사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감명깊었는데요. 현재 우리 사회가 고발하는 사람에 대해 공격적이거나 양비론으로 가는 경향도 있지 않습니까? 내부 고발의 경우 배신자 취급을 하기도 하고, 다른 경우는 모난 돌 취급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 - 저도 동의해요. 고발 안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안할려고 많이 생각하는데, 또 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는 화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바보가 아니잖아요. 제가 그렇게 소송을 많이 당하고 싶어서 당했겠어요? 기네스 기록에 올라가고 싶어서 환장한 것도 아니고. 지 - 소송 결과는 보통 어떻게 되나요? 이 - 제가 진적이 한번도 없어요. 운이 좋았죠. 운도 좋았지만, 기사 쓸때  소송하는 것처럼 자료 준비를 합니다. 기사를 쓸때 엄청난 입증 자료들을 준비를 하죠. 지 - 여러가지 화나고 분노하는 일이 많으셨을텐데, 누군가가 대한민국의 딱 한가지 문제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이 - 전 교회 개혁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예수 가지고 사기치는 사람들을 다 쫓아냈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권한이 생긴다면 예수 이름 팔아 먹는 나쁜 사람들 혼내주고 싶어요. 부시도 예수 이름 팔아서 대량 학살을 하고 있고, 우리 사회를 봐도 정말 이해안가는게 많잖아요. 예수가 죽은 이유가 뭡니까? 예수가 수구 기득권과 타협을 한 적이 있습니까? 없어요. 마지막까지도 가장 비타협적으로,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로 임했잖아요. 그리고 자기한테 주어진 사명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잖아요. '아버지여, 저로부터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라고 마지막까지 버티기도 했었지만, 가면서 '아버지 뜻대로 이루어졌나이다' 하고 갔잖아요.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물론 수많은 훌륭한 성직자들이 있지만,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 교회라고 하는 조직을 보면 '만약에 예수가 오면 어떻게 하려고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수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저러나 싶기도 하구요. 예수가 오면 자기들을 내칠텐데, 아마 예수가 오지 않을거라고 믿기 때문에 그러는거겠죠. 지 - 예수가 오면 또 작당을 해서 이단이라고 못박을지도 모르죠.(웃음) 이 - 아까 저의 분노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통상 윤리라는 것과 도덕성이라는 것은 성인군자의 옷자락 끝에 묻어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정당한 분노, 수오지심 이런게 義 아닌가요? 대한민국의 농민들이 둘이나 죽었는데, 아무도 화 안내잖아요. 지금보다 훨씬 가난하던 87년에는 이한열이라는 학생이 최루탄을 맞아 죽은 걸 가지고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났어요. 그래서 우리 시민사회가 형성이 된거죠. 그런데 지금 시민은 어디가 있어요. 홍콩에서 농민들 가서 그 차가운 얼음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을 보고, '다이빙 잘 한다'고 웃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화나고 슬프거든요. 저는 시장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믿어요. 삼성공화국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니까요. 사람들이 하나도 진지해지지 않고,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너무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물이며, 분노며 이런게 느껴지지 않아요. 전 그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대한민국 또 축구 때문에 난리칠 것 아닙니까? 저는 좀 많이 울고, 많이 분노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다 웃고만 있어요.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지 - 얼마전 인혁당 사건에 대한 진실을 국정원에서 공개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의 댓글이 'MBC 살리기 위한 물타기', '노빠의 불끄기'라고 달리는 것을 보면서 절망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이런 불신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 시장에 굴복한 수구기득권 매체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부패한 냉소주의라고 생각해요. 조선일보에 인혁당 관련 판결기사가 얼마만한 사이즈로 나왔는지 아세요? 손바닥보다 작게 나왔어요. 소위 말하는 조중동이라고 하는 수구기득권 매체가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봐요. 부패한 자본의 앞잡이죠. 지 -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기자 생활을 하실거죠? 이 - 그래야될 것 같아요. MBC안에서 취재를 하고 싶은데, 취재를 하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취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그래서 많이 좌절하고 있어요. 하루 하루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 - 지금은 대기발령 비슷한 상태인가요? 이 - 국제부에 있어요. 외신보고 있죠. 자세하게 업무를 쓰면 국제부 조직원들한테 누가 되니까 ... 지 - 그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취재와 가장 아쉬웠던 취재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 - 김광석 타살의혹 사건을 아쉬움 속에 취재하고 있고, 천경자 미인도 사건도 취재 중이구요. 그 다음에 족보 사건 하나 있어요. 골때리는 사건이예요. 천인 공로할 일이 일상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X-FILE만 X-FILE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X-FILE로 가득차 있습니다. 수많은 열리지 않은 X-FILE들이 곳곳에서 요동치고 있고, 저는 사실 그런 것들 때문에 무척 괴롭습니다. 무슨 업보 같아요. 지 - 앞으로의 특별한 계획은 있으신가요? 이 - 빨리 취재가 허락됐으면 좋겠구요. 그렇게 되면 다시 취재를 좀 해보고 싶은 바램이 간절하구요. 그리고 문화적 전망과 관련된 일들을 좀 하고 싶어요. 황우석 사태나 X-FILE을 보면서 결국은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정치의 시대에서 이제는 문화의 시대가 된 것 같아요. 문화적 전망 속에서 사고 하고, 발제하지 않으면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접근은 진전이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좌파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문화적 전망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구요. 저한테 우파가 있냐고 물어보시면, 저는 없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우파는 가짜죠. 그리고 분배를 말하는 자들이 일방적으로 빵을 달라고 해야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빵은 창고 안에 들어가 있고, 창고의 빗장은 문화의 열쇠를 가지지 않고는 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창고를 가두는 자들이 눈에 보이는 자물쇠를 달아놓은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견고한 시건장치를 걸어 놨기 때문입니다. 그 문화는 담론으로도 오고, 그 문화는 스포츠에서도 오고, 온갖 문화는 아주 야들야들한 벨벳처럼 소프트한 양식으로 결박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구호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자본은 한해 수조원 이상의 돈을 쓰면서 문화권력으로 이미 변모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수많은 닭 쫓던 개들은 지금 적이 누군지조차 타겟팅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소위 말하는 문화 좌파들이 자유주의자들과 연대해서 장기적인 진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 싸움 자체가 상실될 위기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미 자유주의 진영은 스스로 자신의 자유주의적 지향성조차 잊고 이미 시장의 선동, 선전대가 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없죠. X-FILE의 싸움이 지지부진한게 바로 그런 이유라고 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 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이 문화적 전망이 부재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개혁도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교조적인 운동권의 리더들이 정권을 장악했고, 그나마 정권도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마치 한번 더 집권하면 온전한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뛰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문화적 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미 시장속에서 모든 담론이 문화적으로 변모한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거죠. 이미 논쟁은 두발짝 앞서 가고 있고, 소위 말하면 윤리적이라고 하는 자들은 정치적으로 삼보일배하면서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걸로는 따라잡을 수가 없죠. 이미 분노하지 않고, 눈물을 모르는 다중들이 시민사회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탄력받을 수가 없어요. 지 - 그러면 다음번 대선에서 소위 개혁세력의 집권이 어렵다고 보시는 겁니까? 이 - 개혁적 담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죠. 주요 담론이 대선전에 임박해서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문제일텐데, 담론 발생 장치를 이미 시장과 시장을 대변하는 조중동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대부분의 시민 대중들이 이미 시장적 가치와 지배질서에 공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개혁적이고, 새로운 이슈를 창출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지 - 아까 보니까 조영남씨 만나러 간다고 하던데, 두 분이 친하세요? 이 - 조영남씨에 관해서 글을 좀 써보려구요. 우리나라에 자유주의적 전통이 척박하기 때문에 개인주의에 기반한 사회속에서의 자유주의, 시민적 개인을 자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개인이 없으면 전체를 논할 수가 없는데, 이전까지 우리가 사회적 개인을 가져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조영남씨는  이전부터 개인으로서 존재해왔던 사람이죠. 왜냐하면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으면 노래를 못하잖아요. 나름대로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온 분인데, 쉽지 않은 것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뭔가가 있어요. 사회적 전망 속에서 자신의 자유주의적 경향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 같구요. 돈이 노래하는 가수는 많은데, 개인이 노래하는 가수는 흔치 않았는데, 저는 나름대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지 -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마디 해주십시오. 이 - 제 개인적으로 지난 한해가 힘들었던게 사실인데, 생각해보면 지난 한해는 사회적 관심이라도 받았지, 나머지 아홉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고통스러웠던 와중에 작은 희망들이 있었고, 보잘 것 없지만, 보람도 있었고, 따지고 보면 제가 누구를 위해서 이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러고 있는거거든요. 그런 차원에서는 저 스스로가 제 안에서 많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열심히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고발을 한다는게 정말 못할 짓이예요. 나이가 들다보니 정말 영원한 악인도 없고, 하나하나 선량하고, 용서가 가능하고, 어떻게 보면 같은 시대의 불행한 동행자들인데, 제가 인격적으로 부족해서 그 양반들이 감당해야될 것 이상으로 제가 명예를 더럽혔거나, 주변에서 저 때문에 상처 입는 분들이 가급적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나이 먹으면서 자꾸 듭니다. 또 하나 얘기하자면 우리가 사회적 개혁이다 뭐다 하는 것은 다 개인의 성취를 위해서 그러자고 하는 것인데, 성취할 개인적인 목적과 지양을 스스로 갖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 과 사회가 주어진 가치만을 달성하려 하고, 이를테면 내가 고시를 패스하겠다거나 자격증 시험을 보겠다거나 하는 사회적인 목표나 시장이 부여하는(어떤 브랜드를 사겠다거나, 월드컵 경기를 보겠다거나 하는) 것을 소비해나가는 데서만 존재를 확인받는 시장 속의 소비자들만 넘쳐나기 때문에 개인주의도 없을 뿐더러 탐욕스러운, 욕구하는 소비자들로만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개인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유주의도 있을 수가 없죠. 소위 말하는 사이비 자유민주주의가 횡행하고 있지만, 자유가 진정하고 실존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처럼 형식적으로만 그치고 있는 거죠. 거론되는 내용들을 보면 스스로 그 사회 구성원들을 소외시키는 결정들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자이툰 파병 같은 것도 왜 파병해야되는지 모르면서 자기 자식과 형제를 빼앗기고 있는거죠. 소위 말하는 그 잘난 절차적 민주주의의 도구를 통해서 집단적 살육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고, 미성숙된거죠. 그래서 전사회적으로 황우석 같은 거짓과 가짜가 판치는 겁니다. 자유주의의 실체가 뭡니까? 없는 것 가지고 자꾸 있다고 하면서 더 이상의 개혁을 가로 막는 것 아닙니까?! 똑같아요. 황우석도 도처에 있고, X-FILE도 도처에 있는게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상이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