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다음은 MBC의 인터넷 뉴스, 김경중 에디터와의 인터뷰다. www.imnews.com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전재한다.) [데스크의 기자관찰] 이상호 기자 두 번째 기자관찰 대상을 찾다가 정치 1팀의 이상호 기자를 떠올렸습니다. 사실 이 기자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크게 엇갈릴 수 있어서 적잖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제 자신이 이 기자에 대해 많이 알지도 못했구요. 그러나 궁금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이상호 기자는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또 그의 인생은 과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 -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는 한참 만에 이뤄졌다. 때마침 남북정상회담이다, 탈레반 납치다.. 큰 사건이 계속 일어나서 워낙 바빴기 때문이다. 김경중 에디터(이하 김) : 요즘 워낙 바쁘지? 오늘 아침에도 중계차 타다가 나온 것 같은데? 이상호 기자(이하 이) : 예. 저는 지금 통일부출입을 하고 있고요, 외교부 쪽이 일손이 부족해서 가서 품앗이 하고 있던 터에 부름 받고 나왔습니다. 김 : 오래간만에 취재일선에 나서보니까 어때요? 그동안 뭐가 달라졌을까? 이 : 저는 3년 만에 외근 부서로 나가봤고 거슬러 올라가면 7년 만에 출입처에 나가본 거 같아요. 기자들과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오랜만에 와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근데 좀 고생들이 많더라고요. 문득 이상호의 대중적 인기가 생각났다. 그는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 : 지난 일요일에 신입사원 카메라 테스트 때문에 하루 종일 회사에 있었는데, 기자 지망생들의 상당수가 이상호 기자님을 지원서에 거명했대요. 무엇이 이상호 기자로 하여금 그렇게 인기를 끌게 했을까? 이 : 사실은 주변에 언론사 시험 준비하는 친구들에겐 절대 저를 좋아한다는 그런 말은 쓰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있어요... 김 : 내 이름을 쓰지 말아라? 이 : (웃음)가급적이면 안 쓰는 게 좋겠다는 거죠. 좀 독창성이 필요한데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있구요. 또 하나.. 모든 추종에는 환상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언론사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이 갖고 있는 저에 대한 환상이라는 것은 영화에서 봤거나 책에서 봤거나 그런 수준의 환상들일 텐데... 환상이랑 현실은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환상을 갖는 건 막을 수 없지만 긍정적인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보고 있죠. 이상호 기자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작은 이른바 [X 파일]사건이다. 당시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상당한 마음고생을 겪었으리라. 김 : 그 때 참 힘들었지요? 그 delicate한 장면, 아이템들은 수 없이 준비해 놓고 터뜨리느냐 마느냐..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이냐 통신비밀보호법이 우선이냐.. 고민하다가 결국 타사보도를 뒤따라가는 형식이 됐는데 말이죠. 그 당시의 심경을 알고 싶어. 이 : 여하튼 보도가 안 될 가능성이 많았고 그런데 포기할 수는 없고.. 미치겠더라고요. 정 안된다면 마지막 순간은 [MBC기자]가 아니라 그냥 [기자]로서 보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사실은 회사를 그만 둘 생각으로 날짜까지 잡아놓은 상태였어요. 김 : 아 그래요? 그 때 조선일보에서 안 나왔으면 회사 그만두고 공표할 생각이었다구? 어느 매체를 통해서? 이 : 매체가 아니라요, 기자회견식으로 토로를 하려고 했지요. 김 : 그게 시차가 많았나요? 이 : 아뇨, 근소합니다. 한 2~3일 정도...(웃음) 극적으로 X파일 보도가 시작되고, 얼마 있지 않아 이 기자가 검찰에 소환될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분위기로는 자칫 구속될 지도 모를 절박한 상황이었다. 김 : 그 때 우리 곁을 떠나면서 비장한 느낌이었는데, 기분이 어땠어? 이 : MBC 사람들 너무 좋잖아요.. 수습기자 때 최명길 선배랑 김형철 선배랑 술을 사주시는데 너무나 말씀하시는 게 기자답고 아름다워서 펑펑 울었어요. 야 진짜 이런 아름다운 기자 생활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근데 기사가 뭐길래 이렇게 인간관계를 긋고 조직을 어려움에 빠트려야 되는가.. 끊임없이 회의가 들고 힘들었는데.. 어쨌든 이제 끝났다. 그런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한 장면만은 잊을 수가 없다. 검찰에 출두하는 이 기자에게 당시 특별취재반 데스크였던 내가 “걱정하지 마. 당당하고 의연하게 다녀와!”하며 등을 두드리자 이 기자는 “언젠가 선배님과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라고 울먹이며 대답했었다. 이 기자가 당시의 대화를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같은 부서에서 일할 날이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함께 MBC 기자로 있는 한- 김 : 그 때 우여곡절 어려운 시간이 지나가고 복귀했는데 얼마 전에 삼성 건 하나 터뜨렸죠. 유독 삼성을 잘 터뜨리는 이유... 본인의 관심이 많은 건가요? 아니면 제보가 많은 건가? 이 : 저는 별 관심 없어요. 다만 제보들이 많이 와요. 이걸 또 하면 '저놈은 분명히 삼성에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할 것 같아서 사실 좀 호흡을 가졌었던 내용인데 좀 시급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서 더 못 참았죠. 김 : 주된 내용들은 완벽한 특종일 텐데, 다만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너무 sensationalism으로 접근한 게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도 있어요.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 그 얘기를 들었어요. 가치중립적 측면에서 기사를 쓰는 전통 straight기자들 보다는 아무래도 야마(핵심개념의 뜻) 잡고 공격적인 기사를 쓰는 건 인정을 하겠어요. 그렇지만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임정환 부장께서 각별하게 desking을 보셨고, 또 straight에 있어서 엄정하기로 소문난 김종화 선배가 심각하게 기사를 보셨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저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그 선배들에 대한 실례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거리낌없는 답변- 예봉을 일단 피한 뒤 데스크를 내세워 역공에 나서는 모습에서 professional 의 승부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물러서선 안 될 것 같아서 그의 접근방식에 이의를 제기해 봤다. 김 : 기자 저널리즘은 fact finding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story를 만드는 반면, PD저널리즘은 target 을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게 approach 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상호 기자님의 접근 방식은 PD 저널리즘하고 비슷하다는 얘기인가? 이 : 현재의 평가로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그 과정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거든요?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fact라는 것들은 이미 좀 한정된 거 아닌가요? 공영방송이라면 어느 정도 우리의 관점을 좀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분배나 양극화, 민주화, 통일이라든가 민족자존... 김 : 그런데 그런 접근방식은 risk도 꽤 있을 거예요. 이 기자는 큰 특종 많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소송도 많이 당했잖아요? 그걸로 봐서는 상대방이 꼼짝달싹 못하는 보도를 하기보다는 이의를 많이 제기하는 보도를 한 거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텐데 말이죠. 이 : 그건 타당한 관점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40회에 가까운 소송을 당한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면 단 한 번도 진적이 없어요. 이제는 소송을 피하고서는 기사를 쓸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소송을 감내하면서도 쓸 필요가 있는 것인가'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지, '소송이 들어올 것인가'가 판단 기준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논쟁이 길어질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렸다. 항상 치열하게 사는 이상호 기자는 결국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김 : 좋은 말씀이고요. 다시 기자 이상호로 돌아와서... 기자로서의 꿈이 뭡니까? 이 : "혹시 정치할 거 아니냐?" 는 얘기 제일 많이 듣거든요? 거의 하루에 한 번 정도 들어요. 김 : 차마 그렇게까지 직접적으로는 못 물어봤는데 답을 알아서 해주시네.(웃음) 이 : 솔직하게 해야 인터넷으로 좀 팔릴 거 아니에요.(웃음) 제가 처음에 들어왔을 때 생각했던 기자에 대한 제 바람과 열정을 끝까지 그대로 유지해보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가령 엄기영 선배에 관해 이런저런 많은 유혹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한 길을 지키는 삶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잖아요? 그런 식으로 저는 영원한 고발기자가 되고 싶구요..백발 휘날릴 때까지 사스마리(사건기자) 하는 게 제 꿈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이상호 기자는 다시 광화문에 있는 정부종합청사를 향해 달려갔다. 동료 후배들의 취재지원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한 시간 넘도록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 이 기자와의 인터뷰는 꽤 귀중한 경험이었다. 어떤 부분은 생각이 비슷했고, 어떤 부분은 아주 달랐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cool 한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 유익한 일인지.. 그것이 바로 [유연함]의 원천이리라.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그의 열정이 부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 기자의 강렬한 눈빛이 좀 부드러워지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은 둥글둥글 하지만 내용은 뾰족했던 질문들에 대해 이상호 기자가 시종 밝은 표정으로 대해준 것도 고마웠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