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고결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소송이 남발되는 시기, 언론자유를 위한 소중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 것이다. 소송이 기왕에 취재와 보도의 외적 환경으로 굳어진 오늘, 취재기자들이 무턱대고 소송을 겁내고 민감한 보도를 회피하기 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소송과 싸워 이겨 공익적 지평을 열어가도록 도움을 준 명판결이다. 이번 판결을 잘 읽어보면 이기는 기사를 쓰기위해 어떤 절차와 내용이 필요한 것인지 잘 나와있다. 이제 기자들은 소송의 공포에서 벗어나, 과연 이 기사가 소송을 감수하고라도, 우리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를 고민하자.   이번 판결의 다른 의미는, X파일 보도과정에서 어쩌면 지나치리 만큼, 신중한 자세를 보였지만 결국 MBC의 이름으로 X파일을 보도하는데 ‘성공’한 MBC의 조직원들의 고심과 열정을 평가해줬다는데 있다고 본다. 어느 언론사라도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MBC는 소명을 끝내 회피하지 않았고, 이번 일로 공영방송의 책무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기록으로 남길 원한다.   - 이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무엇보다 파일의 내용이 너무 심각해서. 재판부가 직접 씨디를 듣도록 ‘검증신청’을 한게 주효했던 것 같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한상혁 변호사의 변호전략이었다. 텍스트 내용 보다는 파일을 직접 들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일상적이며 조직적으로 불법을 저질러왔으며, 또한 그러한 불법들이 실제로 집행되었을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을 갖게 된다. 김득환 부장 판사께서도, ‘뇌물이든 떡값이든 실제로 전달됐을 것으로 충분히 의심되는 내용이다’라고 밝히지 않으셨던가. - 재판부가 X파일 테이프의 육성을 모두 들었다는 얘긴가? 전부를 듣기에는 시간상 문제가 있었다. 주요한 세 부분을 나에게 뽑도록 했다. 세 부분 중에 검찰 떡값 부분도 들려줬는데, 나중에 담당 검사가 ‘판사 앞에서 욕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 있냐’며 항의하더라. ‘삼성과 검찰’과의 관계는, X파일 로비 사건을 구성하는 너무도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때로 원칙은 너무도 비인간적이다.   - 당초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전혀 예상 못했다. 앞선 재판에서 불구속 피고인이 선고 직후, 법정구속되는 상황을 본 터라 더욱 그랬다. 주변 동료에게 집사람과 아이들을 부탁했었다. - X 파일은 지난해 보도한 내용이 전부인가. 테잎의 내용 중 추가적인 내용이 더 있나. 테잎 내용중 중요한 스트레이트는 대부분 보도했다. 디테일한 부분들이 남아있다. 디테일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살려나가고, 나아가 테잎 내용들의 당시 시대 맥락을 쫓아가면 의외로 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X파일은 본격적으로 ‘삼성과 권력’의 문제를 취재해 들어가기 위한 포털(관문) 또는 좋은 출발점이다.   - 노회찬 의원이 공개를 검토한다고 하는데. 노회찬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헌법을 지키고 국민 주권 발현을 목적으로 하는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라면, X파일 문제에 대한 특단의 관심을 갖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 노회찬 의원은 그 주어진 몫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또한 무죄임을 확신한다. 노회찬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권능을 최대한 활용해 가급적 법테두리 안에서 X파일의 진실을 최대한 밝혀주기를 바란다. - 삼성 이건희 체제와 삼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당연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0.3%에도 못미치는 지분을 가지고 삼성그룹 전체를 마치 개인 기업처럼 주무르고 있다. 이건희 일인 지배하에 있는 삼성은, 공조직을 통해 ‘삼성=이건희’, 다시 ‘이건희=국익’이라는 등식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국민들의 의식 속에 주입하고 있다. 그 결과, 상당수 국민들은 삼성 이건희 체제의 반헌법적 죄상을 목격하며 분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이일로 삼성이 흔들려 모두의 국익이 침해당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물량을 들여 대국민 의식화에 성공한 것이다. 국민들이 X파일 사건의 본질을 볼 수 있도록 언론은 삼성과 삼성 이건희 체제를 구분해 주어야한다. 국민과 주주들의 몫이 되어야할 그룹내 유보금을 모아 대학에 기부하면, 신문들은 ‘이건희 회장 수백억 기부’ 이런 식으로 사기를 친다. 8천억 출연때도 마찬가지였다. 빌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은 부호들을 보라. 누가 회사 돈으로 ‘가장’ 기부를 하는가. 당장 삼성 이건희 체제는 ‘이건희=삼성’의 ‘분식’ 홍보를 그만둬야한다. 삼성 이건희 체제에 대한 비판 보도는 결국 삼성을 보다 투명하고 경쟁력 있게 키워내기 위한 애정의 표현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 현재까지 삼성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와 언론-삼성의 관계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독재치하의 언론의 행태를 보는 듯 하다. 전두환 시절, 용비어천가를 노래하던 언론들이 지금은 이름 석자만 바꿔서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삼성=이건희=국익’의 부등식을 등식이라고 우기고 있지 않는가. 제소리를 내지 않는 언론은 유해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다. 국민들이 다알기 때문이다. X파일 보도와 사법처리 전과정을 놓고 보면, 가혹한 표현일줄 모르지만, 언론인들이 언론사의 폐문 방지 장치에 그쳤다.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써야한다면 그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언론이든 언론인이든, 죽는게 사는 것이다. MBC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반쯤 죽었다. 국민들이 나머지 반은 채워줄 것으로 믿는다.   - 이후 삼성 고발기사를 추가폭로할 계획이 있나. 향후 계획은. 그것은 조직에서 결정할 문제다. 나는 국내 문제와 거리가 있는 ‘국제부’에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담당할 뿐이다. - 검찰이 항소한다고 하는데. 영화 ‘슈퍼맨 리턴즈’를 봤다. 거기서 슈퍼맨은 얼마나 큰 박수를 받던가. 우리나라 검찰은 슈퍼맨 보다 더 많은 권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박수를 받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X파일 내용은 알권리가 아닌 사생활”에 불과하다고 했다. 판사의 판결문과 딱 한 단어 다를 뿐이다. 그런데 박수 대신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검찰은 아직 알고 있지 못하는듯 하다. 그 한 단어 차이에 국민의 뜻을 읽지 못하는 검찰의 엄청난 장애가 반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