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은 없다" 소송 40건 걸린 고발 전문기자 '카메라 출동' '사실은…' 등 탐사보도 프로 두루 거쳐 연예계비리·최규선게이트 등 보도…가는 곳마다 화제 몰고 다녀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 truman@chosun.com ▲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93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1995년 연세대 국제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1995년 MBC보도국 입사/ 2002년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現 MBC 보도국 라디오뉴스부 PD.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지난 7월 22일 밤 MBC 뉴스데스크에 이상호(37) 기자가 직접 출연해 안기부 ‘X파일’에 대한 내용을 보도한 뒤 이상호 기자의 홈페이지(www.leesangho.com)는 이상호 기자를 격려하는 글로 활기를 띠었다. 이씨는 올해 초 삼성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전 사장 사이의 대화를 담은 90분 분량의 녹취 테이프와 이 내용을 기록한 녹취록 및 3개의 안기부 비밀문건을입수함으로써 안기부 X파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씨가 이처럼 굵직한 사건의 제보를 받게 된 것은 그간 ‘카메라출동’ ‘미디어비평’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등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세간에 탐사·고발기자로서의 브랜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돈을 주고 테이프를 샀다’는 항간의 설에 대해 “1600만원을 주고 샀다고 그러던데 그런 적이 없다. 돈을 주고 이런 것을 매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제보자가 과거에 (테이프를 가지고) 어떤 일이 있었든지 이번 일은 공익을 위해 제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기자가 되기 전에 KBS 슈퍼탤런트 대회에 출전해 본선에 진출한 바 있다. 차태현, 송윤아 같은 톱클래스 배우들이 이씨의 슈퍼탤런트 동기생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M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해 경찰기자, 법조 출입기자, 외교부 출입기자 등을 거쳤다. 이씨는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기능적 측면에서 봤을 때 탐사(보도)기자라고 분류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탐사보도는 ‘개인이나 조직이 숨기고자 하는 중요한 사안을 독자적으로 파헤치는 보도행위’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씨는 ‘탐사기자’라는 표현보다 ‘고발기자’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이씨가 고발보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사회의 각종 비리를 고발하는 코너인 ‘카메라출동’을 맡은 때부터다. 이후 ‘시사매거진2580’ ‘…사실은’과 같은 탐사보도 전문 프로그램에서 일하면서 고발보도 기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 지난 7월 22일 이상호 기자가 자신이 입수한 테이프를 가지고 MBC뉴스데스크에 출연했다. 1999년 카메라출동에 자원하면서 탐사보도 외길을 걷고자 했던 그에게 뜻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카메라출동에서 근무한 지 7개월 만에 ‘피자의 아침’이란 아침 프로그램에 발령을 받아 연예계 뉴스를 취재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날벼락이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연예계 취재는 그에게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가 되었다. 방송기자가 연예기획사의 단순한 홍보수단으로 이용되곤 했던 당시 연예계 보도 풍토에서 그는 현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탐사보도의 틀을 들이댔다. 그러자 새로운 취재의 장이 열렸다. 그는 당시 인기그룹 ‘젝스키스’ 멤버들이 소속사와 맺은 불공정 계약문제를 보도해 화제를 일으켰다. ‘시사매거진 2580’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연예계의 비리를 파헤친 보도는 이어졌다. 특히 그의 이름을 세간에 각인시킨 건 두 건의 보도였다. 2001년 연예인과 매니저 간의 불공정 계약을 이른바 ‘노예계약’에 비유해 연예제작사 소속 스타들의 40여일간의 MBC 출연거부사태로 이어진, ‘연예인 대(對) 매니저’ 보도와 2002년 연예기획사와 방송사 간에 주고받는 촌지를 고발해 관련자들의 대규모 구속을 불러온 ‘인기와 PR비’ 보도가 그것이다.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보도의 여파는 이상호 기자 개인에게도 밀려왔다. 연예제작자 측으로부터 7건의 민·형사 소송을 당했고 방송국 동료인 PD들이 구속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여름에도 행여 회사 선배 PD들을 만날까 옷깃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고 알게 모르게 따돌림도 당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통령의 아들이 연루됐던 ‘최규선게이트’,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예산 운용을 비판한 ‘하남 국제환경박람회’ 보도,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비자금 보도 등이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언론대상’을 비롯, 다수의 특종상을 수상했다. 평소 진보적 입장을 보여왔고 ‘사실은…’에 있는 동안 탄핵보도 등을 둘러싸고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약 40회의 소송을 당했고 소송으로 인해 월급의 절반을 가압류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송에서 진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송을 당할 때면 너무 괴롭기 때문에 다시는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하고 생각한다”면서 “기억력이 나빠서인지 그러고도 알면서 당하는 게 숙명이다”라고 말했다. 숨겨져 있는 사안을 파헤치는 탐사·고발보도 전문기자인 그에게 제보는 소중한 취재 소스다. 그가 제보를 받는 중요한 통로 중 하나는 자신의 홈페이지다.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라는 이름의 개인 홈페이지는 회원 수가 1500명이 넘고 지금까지 다녀간 방문객 수가 90만명을 넘어섰다. 2003년에는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제2회 언론인 홈페이지 대상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수상 이유는 “본인의 전문영역인 시사고발 보도를 주제로 구축한 콘텐츠의 전문성과 쌍방향 채널을 통해 취재원 및 독자와의 관계를 활발하게 유지해 옴으로써 언론인의 지평을 인터넷에서도 활짝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말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실은’ 팀과 함께 주식회사 태영으로부터 구찌 핸드백을 선물받았다 돌려줬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같은 글에서 자신의 해외출장 계획을 밝히며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자본의 심장에 도덕성의 창을 꽂는 일”이라고 말해 X파일에 대해 최초로 언급했다. 이 글의 여파로 관련자 문책과 함께 ‘…사실은’ 프로그램이 폐지되었다. 그 또한 3개월 감봉의 징계를 받고 보도국 라디오뉴스부 PD로 발령받아 현재 근무하고 있다. X파일과 관련해 최근 검찰의 수사가 테이프에 담긴 내용보다 도청의 불법성에 초점이 맞춰지려는 것에 대해 그는 “시민들이 바라는 대로, 수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아야 한다”며 “도청은 없어져야 하지만 그 내용도 다뤄져서 우리 시대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http://blog.daum.net/yang8030/3086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