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도 10년짜리 노예계약 있었다” 연예비리 최초보도 MBC 이상호 “관련 제보받아 취재 시작” 2005-05-16 12:19 김달중 (daru76@dailyseop.com)기자 “이번 사안의 본질이 뭡니까. 4년전 연예제작자협회 사건과 똑같아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마일매니아(대표 박승대) 소속 연예인 14명의 노예계약 파문에 대해 이상호 MBC 기자는 16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0년 MBC 아침프로그램인 ‘피자의 아침’에서 연예계 취재를 해오다 이후 시사프로그램 2580에서 연이어 연예계 비리를 폭로해왔던 이 기자는 과거 연예인의 노예계약 사건과 최근에 발생한 웃찾사의 경우 역시 본질 면에서는 똑같다고 주장했다. ▲ 4년전 연예계 노예제 계약을 최초 보도했던 MBC 이상호 기자(현 라디오 PD)     ‘악의 삼각관행’ 즉, 기획사, 방송사, 유통 등의 삼각구조가 그들만의 시장을 독점적으로 형성하고 있어 이러한 관행은 줄곧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예인의 노예계약’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던 그는 2000년 당시 46여일 동안 가수들의 출연 거부운동에 이어 각종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화두는, ‘우리는 우리시대에 좋은 노래를 들을 권리가 있는가?’였다” 4년 전 연예계의 불공정한 관행을 폭로하기 전에 그는 스스로에게 한 질문을 던지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4년 전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가요계의 불공정한 관행에 주로 얘기했을 때 그 당시 질문은 ‘우리는 우리시대에 좋은 노래를 들을 권리가 있는가?’였던 것이었죠.” 좋은 노래를 들을 권리가 바로 시청자의 권리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때문에 불공정한 노예계약에 이어 PR비(연예 프로듀서들에게 돌리는 촌지)를 고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스마일매니아 소속 연예인들의 주장에 이은 박승대 대표의 반박 기자회견 등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인기나 부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들의 평균적 삶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나은 사람일 수 있죠. 그런데 왜 우리가 열 받는가 하면, 바로 우리시대에 우리가 누려야 할 웃음이기 때문인 것이죠.” 이에 이번 사안을 바로보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제대로 된 희극을 즐기고 있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지금 우리가 제대로 된 희극을 즐기고 있는가?” 그는 오늘날의 희극은 군대와 남녀 간의 애정 그리고 특이한 외모 등 제한적 소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죽하면 최근 일년간 우리 사회를 풍자하면서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도를 해 이슈화 시킨 코믹물은 ‘출산드라’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의 안타까운 현실을 풍자적으로 비유한 ‘블랑카’ 외에 찾기가 힘들 지경이죠.” 그는 이 시대의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 웃음 한 보따리와 눈물 한 방울로 털어버리는 희극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부 뜻있는 희극인들은 작금의 현실을 한탄하고 있다는 것. “연예계의 ‘악의 삼각관행’의 한 축 SBS-i가 35% 왜 가져갔나?” 그는 희극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이들이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자생적인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웃찾사에서 보여준 사건은 극단적인 ‘연예계의 악의 삼각관행’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그가 말한 악의 삼각은 기획사, 방송사, 유통 등이 삼각구조를 형성해 그들만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에서 스마일매니아 소속 연예인들의 수익중 35%를 갖게되는 SBS-i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퍼부었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위치를 하고 있는 SBS-i에 대해 언론이 너무 관대히 바라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데 언론들이 제대로 못 짚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SBS-i가 사실상 SBS와 같은 지위를 누리는 회사임을 지적하면서 방송국이 직접 나서서 수익을 챙기는 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신상균의 사실은’ 팀이 보도한 SBS의 ‘물은 생명이다’는 캠페인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4년 전 처음 취재를 했을 땐, 연예계는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 그가 4년 전 연예계 노예계약을 처음 취재했던 것은 어떤 계기였을까. 이 질문에 그는 “피자의 아침에 발령받기 전까지 연예계 계약관행이나 문제점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카메라 출동에서 7개월간 근무를 하다가 갑자기 내려진 발령, 그는 이 발령을 두고 ‘날벼락’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날벼락이었죠. 대검찰청을 출입하다가 이제는 고발기자의 길을 걷겠다고 나름대로 비장한 마음으로 카메라 출동에 자원했는데 불과 7개월 만에 전출시킨 것이죠.” 고발기자 또는 탐사보도 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더 좋아했던 그가 처음 발을 디딘 연예계는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이었다고 밝혔다. “가서도 그동안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탐사적으로 접근하다보니까 그야말로 연예계는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과도 같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기자라는 이름으로 녹을 먹고 있었지만 악의 고리와 관행이 너무 깊어서 대부분 내부자에 지나지 않았고, 방송사와 기획사의 홍보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이러한 관행을 깨기로 결심하고 처음으로 그가 보도한 것은 대성기획 소속 그룹의 '젝스키스'이었다. 당시 그는 '젝스키스'가 계약 없이 활동해온 데다 일부 멤버는 6개월 동안 200만원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이후 다시 '2580'으로 자리를 옮기자 이번엔 연예계의 노예계약 보도로 인해 해당 가수들이 46일 가까운 기간 동안 출연을 거부하고 소송만 6~7건을 감당해야 하는 고초까지 겪게 됐다. “이제는 밝혀도 될 것 같은데...그때 문근영이란 배우가 있었다” ▲ 영화배우 문근영 씨 ⓒ (주)컬쳐캡미디어     당시 그가 노예계약에 대한 보도를 하기까지 그에게 결정적인 제보를 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에 대해 그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시간이 지났으니까. 이제는 밝혀도 될 것 같습니다. 그때 문근영이란 어린 배우가 있었는데 10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었죠. 이 제보는 문 양 계약을 잘알고 있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문근영 씨가 당시 소속사와 체결하고 있던 노예계약이 그가 연예계의 보이지 않는 암시장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게 하는데 한 몫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계약의 당사자인 문 씨의 실명을 밝힐 수가 없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이름을 밝힐 경우 자라나는 어린 배우인데 피해가 클 것 같아서 익명으로 처리했었는데, 재판과정에서도 기획사측은 10년짜리 계약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항의를 하면서 공격했었죠. 하지만 문 씨가 다칠까봐 얘기를 못했었죠.” 그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문근영 씨가 노예계약에서 자유롭게 된데다 현재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성장한 것을 대견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좋은 배우로 크고 있어 문 씨가 나오는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면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어른들도 훌륭한 집안이고 앞으로 문 씨가 커가면서 자기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그야말로 존경받는 배우로 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당시 노예계약을 홀로 증언해 선의의 피해를 본 가수 이은미 씨를 보면 ‘마음의 짐’이라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연예계에 노예계약이 있다고 증언한 이은미 씨는 제작자들과 언론들의 냉대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죠. 2년간 많은 가수들을 만났는데 아무도 (노예계약을) 증언해 주지 않았죠. 유일하게 증언을 한 이 씨가 그런 고통을 겪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의 짐이 있죠.” MBC 보도 비난한 조선일보, 공정위 시정지시는 ‘안면몰수’ 그는 당시 언론들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극우 보수신문”이라며 “조선일보는 1인 지배의 수구신문이며 동시에 신문을 팔아먹기 위해서는 정의가 무엇인지,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지 전혀 관심을 안두는 깡패집단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 심지어 한겨레신문까지도 MBC와 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과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질타했건만 유독 그가 조선일보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인들이 출연을 거부하면서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은 파상적인 공세를 폈어요. 이들은 MBC의 공중파 허가를 반납하고 케이블이 돼서 지지든지 볶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사설기사까지 동원, 연일 보도를 하면서 책임자 처벌을 주장했죠. 또 가수들의 시위사진을 일면 상단에 칼라로 게재하면서 마치 연예인을 죽이는 이익집단으로 묘사했거든요.” 이에 MBC측은 스포츠조선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했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년 후 뒤늦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예인 계약이 불공정하다며 약관 시정명령을 내리자 조선일보는 한 면을 할애하면서 그동안 연예인들의 노예계약을 집중보도해왔던 것처럼 했다는 것. 때문에 그는 더욱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연예계의 공정거래 관행을 위해 한국방송사상 최초로 2달 가까이 연예인들이 출연하지 않는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도 보도를 했고 이를 비난했던 조선일보가 공정위의 시정지시가 나오자 며칠 동안 시리즈를 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주류언론은 주류적 관점에서 사물을 이해하고 소수들이 얘기하는 것은 듣지 않았던 것이죠.” 소수자의 입장과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지난 날 자신이 취재했던 연예인의 노예계약과 지금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그는 박승대 스마일매니아 대표는 소속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박 대표의 반박 기자회견의 내용은 지난날 연제협의 발언과 비슷하다면서 “바늘귀만큼 작은 성공의 확률을 가지고 자기의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성공을 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라고 반박했다. 투자비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소속사 연예인들의 불공정 계약을 합리적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장인정신에 입각해 좀 더 직업의식을 가져줬으면 좋은데 일단 스타가 되면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지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의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데일리서프라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