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상호 기자,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 출간 '2002년 최대 언론계 사건'으로 뽑힌 '연예계 PR비 사건'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된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끈질기게 추적한 MBC <시사매거진 2580> 이상호(34) 기자가 방송에서 다하지 못한 취재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그래도 나는 고발한다>(문예당)를 펴냈다. 기자생활 8년 동안 경찰, 법원, 검찰을 출입하며 자신이 겪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부정부패의 현장을 실명으로 생생하게 고발한다. 이 책을 통해 그가 현장과 함께 호흡하며 파헤친 험난한 취재 여정을 따라가 보는 재미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상호 기자의 취재파일에는 수사결과 발표 시점을 조절하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검찰, 소위 돈이 되는 사건만 다루려는 경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를 무책임하게 실어 나르는 언론 등 그 어떤 성역도 없다. 독자들은 그 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규선 게이트, 옷 로비 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과 같은 권력형 비리의 내막과 실체에 좀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십대들의 우상인 그룹 HOT의 인세가 고작 20원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기억한다. 이 책에서는 당시 연예계의 불공정 계약실태와 전 산업 분야에 독버섯으로 자리잡은 '검은 돈' PR비의 관행을 집요하게 파헤치면서 겪어야 했던 힘겨운 법정 소송과정에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맞선 외로운 싸움을 전한다. 저자는 지난 98년, 부산항 앞 바다에서 미국 핵잠수함에 의해 민간인 선박이 파괴되어 침몰한 사건을 기억하며 '불평등한 한미 외교관계'에도 비판의 칼날을 세운다. 당시 미군측은 한국 경찰의 조사 자체를 거부했고, 침몰한 배의 선장은 배상은커녕 업무상 과실혐의로 입건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정부와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평범했던 어선 선장은 반미투사로 변해 있었다. 2002년 오늘,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사건'에서 보여준 결과는 '사건의 주범인 미군 병사들의 무죄평결'로 그때와 피해 당사자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의 불평등한 관계에 분노한 국민들의 항의시위가 격렬한 이때에 한미관계에 방관자적 입장을 보이는 정부와 언론을 향한 이상호 기자의 날카로운 일침은 더욱 의미 있는 문제제기로 다가온다. 그가 그렇게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치며 사회 현장을 고발하는 기자를 자처하는 건 '고발은 사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의 세계를 멋있게 포장하지 않는다. 기자는 모든 문제를 '팩트'의 수준으로 제한시켜야 하는 한계를 지적하며 '한 조각의 사실을 붙잡기 위해 아침부터 잰걸음으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부질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기자라는 직업으로 걸어온 8년 동안 20회에 달하는 소송을 당했고, 살해 위협도 받으면서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언제고 누군가 자신을 해칠지 모른다는 피해의식도 생기고, 자신을 해치는 누군가와 맞서기 위해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꼭 움켜쥐며 걷는 보행법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힘겹고 외로운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질적 사회악이 집중적인 제보를 통해 고발되고, 그래서 더 이상 억눌린 양심이 불의에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향한 꿈이 있기에 찬 새벽에 길을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상호 기자가 생각하는 '좋은 기자'란 무엇일까? 그는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보도를,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보도를, 힘있는 자들의 위선을 꾸짖어주는 보도를 지향하는...사회적 무당인 셈이다"라고 '무당기자론'을 내놓는다. 결국 "현장에 있는 기자가 가장 강한 기자일 수밖에 없다"며 "방송을 통해 우리 사회 부조리를 폭넓게 고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냉철한 사회 고발자 뿐만 아니라 험난한 현실을 인간중심으로 풀어 가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의 곁에서 많은 위로와 힘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을 향한 진한 사랑의 향기가 전해진다. 그가 차태현과 동기인 '슈퍼 탤런트' 출신이었다는 것은 그리 특이할 만한 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굵직한 탐사보도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쓰는 기사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써야 할 기사를 꿈꾸는 이상호 기자는 이 시대 진정한 "고발기자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박윤미 기자 Rosaym@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