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방송 담당 기자 사이에서 ‘2002년 최대 언론계 사건’으로 뽑힌 피아르(PR)비 사건을 처음으로 다뤘던 문화방송 이상호(34) 기자. 그는 지난해엔 연예인들의 집단 문화방송 출연거부 사태를 불러왔던 연제협(한국연예제작자협회)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하는 등 탐사고발 전문 기자로 이름 나있다. “취재를 해 갈수록 피아르비야말로 연예시장의 투명한 경쟁을 막아 대중 문화 왜곡과 상업화의 주범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꺼리던 연예인들과 매니저들도 그의 끈질긴 취재에 말문을 열었다. 수십개의 테이프를 확보하고 증언을 확보했다. 그러나 막상 방송이 나가고 같은 회사의 피디가 비리혐의로 잇따라 형사처벌될 때는 가슴이 철렁했었다. “한여름에도 행여 회사 선배 피디들을 만날까 옷깃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어요. 알게모르게 따돌림도 당하고요” 힘겨웠던 순간 그를 버티게 해 준 것은 기자란 공인된 내부 고발자며, 기자의 타협은 사회적인 독이 된다는 신념이었다. 그는 얼마전 뉴스에서 미처 못한 8년동안의 사건현장 이야기들을 모아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문예당)’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피아르비 사건에 얽인 뒷이야기 말고도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최규선 게이트의 숨겨진 이야기, 고발 기자로서의 어려움과 고민이 담겨있다. 책의 발간과 함께 그는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 www.leesangho.com)’란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그는 책의 인세와 인터넷 수익으로 내부고발자를 지원하는 기금을 만들 생각이다. 1995년 문화방송 보도국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카메라 출동 기자를 거친 뒤 지금은 <시사매거진2580>팀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기자가 되기전 수퍼탤런트 본선무대에 진출하기도 하고 가수가 되려고 음반사를 찾아가기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늘 “기자란 소외되고 그늘진 사람들의 아픔과 한을 ‘신명’나는 보도로 푸닥거리해 풀어주는 사회의 무당”이라는 ‘무당기자론’를 펼친다. “지난 대선직후부터 지금까지 5년여동안 병무 비리를 집중취재해 왔습니다. 아직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안타깝지만 좀 더 보충해 이 문제를 다룬 책을 내볼 생각입니다.” ‘끼’와 ‘깡’이 넘치는 그의 야무진 다짐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