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질식(?)하겠네" MBC <사실은> 녹화 현장을 가다                   오마이뉴스, 이정환/김진석(bangzza) 기자     "2가지를 걱정했어요. 내용이 연성화되지 않겠느냐,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회사에서도 반신반의했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죠. 프로그램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해 스스로 깨지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회의도 엄청 많이 했고, 다양하게 자문도 구했습니다. 만족스러운 출발입니다. 시청률도 <미디어비평> 시절의 3%선에서 6%로 상승했어요." MBC 보도제작국 김현주 부장의 얼굴이 밝다. <미디어비평>에서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으로 개편한 이후 쏟아진 시청자 호평에 힘을 얻은 분위기다. 3회 녹화가 이루어진 12월 4일 저녁 8시 10분, MBC 경영센터에 위치한 <사실은> 사무실도 마찬가지. "하하" 커다란 웃음소리가 거리낌없이 사무실에 울려 퍼졌고, 여기저기서 주고받는 의견들로 시끌벅적했다. 김현주 부장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 상당히 시끄럽네요? "원래 그래요. 떠들어야 다 나오죠." 신강균 앵커에게 '멜빵 복장' 소감을 묻자,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자는 의도였다. 방송 첫 날에는 집에서도 웃더라"며 껄껄댔다. 양문석(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 박사가 "신강균 기자가 얼마나 대단하다고…"라며 혼잣말을 툭 던졌다. 신 앵커는 "왜 자기한테는 안 물어 보냐고 눈치 주는 거야. (양 박사에게) 알았어. 이 사람아"라고 받아쳤다. 양 박사는 개편 후에 고정 패널로 출연중이다. '녹화 시간'이라는 외침에 사무실이 분주해졌다. 스튜디오는 MBC 본청 건물에 있다. 사무실에서 나와 이번 개편으로 <사실은>팀에 합류한 성지영 기자와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성 기자는 "오늘은 덜 시끄러운 편이다. 신강균 선배와 이상호 선배가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며 미소지었다. "이상호, 질식하겠네"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이상호 기자의 연습이 한창이다. 그 뒤에는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으로 희생된 '우리 아이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상호 기자가 맡고 있는 '뉴스 애프터서비스'의 오늘(4일) 주제다. '한 번 전파를 탄 뉴스에 대해 끝까지 애프터서비스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코너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상호 기자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미니어처를 통해 화재 현장을 설명해야 하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카메라도 봐야 한다. 아무래도 시선 처리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이상호씨! 긴장하지 말고, 그냥 (카메라 쪽으로) 와!"라는 프로듀서의 주문 역시 낯설 수밖에 없다. 정면을 바라보고 또박또박 대본을 읽는 방송 기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이다. "당시 2층 콜라텍에는 15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게 지배인은 대피하려는 이들을 가로막았습니다. 출입문을 닫고 돈을 요구했던 거죠. 그러는 사이 불은 2층까지 올라왔습니다. 놀란 지배인은…." 미니어처에 '화재'가 나고, 불그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상호 기자의 설명이 중단된다. "연기 나는 장면, 한 번 더 따겠습니다"는 요구에 이 기자의 얼굴에 약간 고통스런 기색이 스쳐지나간다. 연기가 독한 모양이다. 이 기자와 프로듀서가 "놀란 지배인은" "잠깐, 잠깐", "놀란 지배인은" "잠깐만"을 주고받는다. 이 기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연기 공세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을 몰라주는 프로듀서가 야속할 수밖에. 누군가 "이상호, 질식하겠네"라고 말한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그 돈을 꺼내려다 말입니다"라는 멘트로 미니어처 촬영분이 마무리됐다. '됐다'는 신호와 함께 쏜살같이 스튜디오 밖으로 사라지는 이상호 기자. 잔기침을 뱉는 기자의 등뒤로 "너, 어떻게 그걸(연기를) 참고 하니?"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아보니 정말 독하다. 성지영 기자의 설명이다. "이번에 예능국에서 프로듀서가 오셨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느냐.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겠는가'에 관해 굉장히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자막이나 소도구도 많이 사용하고, 아까 미니어처도 그렇고요. 그러다보니 스튜디오가 거의 공작소 수준이 됐어요(웃음)." <사실은>에 등장한 방청객 본격적인 녹화를 위해 방청객이 들어선다. 오늘의 방청객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다. 박수로 맞아주는 제작진. 기자들도 한 마디씩 건넨다. "어디에서 오셨어요?"(성지영), "박수 많이 쳐주세요"(이상호), 그리고 신강균 앵커가 "반갑습니다. 식사했어요?"라고 묻는다. 대답이 없다. 당연하다. 밤 9시 30분은 저녁 안부를 묻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신 앵커의 "썰렁하네"라는 말에 웃음이 터진다. 녹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작진의 주문과 출연진의 대본 연습 소리가 절정에 이른다. "준비됐으면 가겠습니다. VTR 돌았습니다"는 조연출의 신호와 함께 드디어 <사실은>의 타이틀 화면이 흐른다. 신강균 앵커가 심호흡을 한다. 가장 조용했던 시간이 박수 소리와 함께 깨어난다.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다시 VTR이 돌아가자, 신강균 앵커가 학생들에게 묻는다. <신강균> "오프닝 멘트 어땠어요? 딱딱합니까?" <학생들> "좋았어요." <신강균> "좋았어? 그럼 박수!(웃음)" <사실은>의 방청객 제도 도입은 기존 보도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실험이다. 김현주 부장은 "'폐쇄 공간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비평만 전달하지 않느냐, 어떻게 하면 시청자의 시각을 방송에 끌어들이겠는가'는 고민 끝에 시도했다"면서 "다음 주에는 시청자가 직접 의견을 개진하거나 궁금증을 함께 푸는 시간을 만드는 등 새로운 시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청자 대사로 참여하고 있는 전유성씨는 좀 더 진일보한 제안을 했다. 그는 "오늘 같은 경우는 호프집 주인이 나오고, 시장 상인도 출연해서 각자 입장에서 느낌을 얘기하면 어떻겠느냐. 내가 오래하는 것보다 시청자 대사로 일반 서민이 출연하는 방식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이 사람들과 너무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우려(?) 섞은 웃음을 자아낸 전씨는 "방송 출연을 떠나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진행이 순조롭다. 애프터서비스 녹화가 막바지에 이르자, 기자들 서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주는 모습도 보인다. "망각의 관행이 깨지는 날까지 저희 뉴스 애프터서비스는 계속될 것입니다. 후속보도가 필요한…띠리리링". 이상호 기자의 마지막 멘트가 끝나는 순간, 누군가의 핸드폰 벨소리가 얌전하게 울린다. "다음은 전화 받는 순서입니다"는 신 앵커의 말에 웃음바다가 된다. 조정실에서는 속이 탈만한 순간이다. "왜 자꾸 카메라를 쳐다보는 거야!" ('다음 순서는 왜곡된 뉴스를 바로 잡는 뉴스 초점입니다') "VTR- 스타트!" (화면이 흐른다) "투 캇!" ('왜곡되고 잘못된 뉴스를 바로 잡는 뉴스 초점입니다. 성지영 기자, 엘지카드가 2조 원의 긴급자금을') "파이브 캇!" 이번 개편으로 <사실은> 연출을 담당하게 된 최원석 프로듀서의 목소리다. 카메라 번호를 부르는 외침이 날카롭게 조정실 천장에 꽂힌다. 그때마다 화면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비치기도 하고 스튜디오 전체가 나타나기도 한다. 긴장감으로 조정실 공기가 냉랭하다. 숨가쁘게 바뀌는 화면 사이로 "아이- 왜 자꾸 카메라를 쳐다보는 거야"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신강균 앵커의 진행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양문석 박사는 오늘따라(?) 실수가 잦다. 똑같은 말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곤혹스러워 하는 출연자 얼굴을 보고 조정실에서도 웃음이 잠깐 새어 나온다. 그러나 정작 "예- 간신히 끝났는데요. 조금 전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이따가 맥주집에서 하기로 하죠"라는 신 앵커의 말에는 누구도 웃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소품(그림 설명판)이 등장하는 순서가 됐기 때문이다. 소품 등장으로 각 카메라에 대한 지시사항이 이전보다 세밀해졌다. 화면에 소품이 멀리 잡혔다가, 크게 다가왔다가,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때마다 "캇" 외침이 따라 붙고 있다. 최 프로듀서가 프로그램을 녹화하면서 외치는 "캇"은 도대체 몇 번이나 될까. 어느새 녹화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취재를 마치고 돌아 온 윤능호 기자가 등장해서 '마니뿔리테('깨끗한 손'이란 뜻으로 이탈리아 부정부패 척결작업을 말함)'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반면 이탈리아 현대 정치를 전공한 김종법 박사는 방송 경험이 적은 탓인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 박사는 방송이 끝나면 이탈리아로 떠나야 한다. 마니뿔리테 특집을 위해서다. 프로듀서와 앵커, 옥신각신 마침내 신 앵커의 클로징 멘트와 함께 녹화가 끝났다. 방청객들의 얼굴이 밝았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중인 이덕재(24)씨는 "<미디어비평> 시절보다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이승현(22)씨는 "생각보다 녹화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 같다. 시사프로그램인데 심각하지 않아 좋았다"면서 "재미도 중요하지만 믿을 수 있는 진실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3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라며 웃던 이승현씨는 인터뷰로 인해 출연진과 기념 촬영할 기회를 놓치자 아쉬움을 얼굴 가득 나타내기도 했다. 아쉬워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최원석> "내 말이 뭐냐 하면, 전유성씨는 프로그램에 몰입돼서 말이 자연스럽게 나와요." <신강균> "내 딴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애드립도 좋지 않았나?" <최원석> "내가 애드립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잖아. 중요한 멘트를 힘있게 써야지. 가서 보자구. 지난번보다 못했어." <신강균> "그래, 가서 보자구." 최 프로듀서와 신 앵커는 사무실로 돌아가면서도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이상호 기자가 "PD가 말야, 연기가 덜 난다고 다시 하라고 말야(웃음). 기자를 사지로 내몰고 말야"라며 푸념도 터뜨린다. 전날 보도 준비로 밤을 샌 신강균 앵커는 연신 하품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신강균 앵커는 녹화 장면을 검토하면서 최 프로듀서와 본격적으로 '설전'을 벌일 태세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다. 이제는 편집이 남았다. 제작팀은 내일(5일) 방송을 위해 밤을 꼬박 새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무실은 활기찼다. 새로운 뉴스 서비스의 전형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열정은 <사실은>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