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한국언론재단에서 발행되는 언론전문 월간지 <기자통신> 9월호, 통권 57호에 실린 표지 인터뷰 기사입니다.) "기자는 무당 같은 존재입니다. 어려운 이웃의 호소를 들어주고 문제도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사회의 숨겨진 비리들을 밝혀 피해를 보고 있는 이웃을 돕는 것이 언론과 기자의 역할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자들이 출입처에 연연해하지 말고 보다 넓은 안목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 고발전문기자로 카메라출동과 시사매거진 2580을 거쳐 최근 MBC 미디어비평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상호 기자는 방송은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 ‘이상호기자의 고발뉴스’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면서 언론계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기자는 또한 언론을 통한 내부고발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소금창고 기금’ 조성을 제안하고 연초에 발간한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의 인쇄 30%를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기자는 기자로서 색다른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슈퍼탤런트대회서 입상, 뉴스가 아닌 드라마에서 얼굴을 익혔을 뻔한(?) 이색 경력도 갖고 있다. 95년 언론계 생활을 시작한 이 기자가 고발전문기자로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지난 98년. 경찰과 법조를 출입하면서 출입처 제도의 한계를 느낀 이 기자는 MBC 뉴스데스크의 카메라출동에 자원했다. “출입처 정보에 의존하다보면 취재원과의 부자연스러운 관계로 할말을 다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출입처 제도의 한계를 설명하는 이 기자는 “출입처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기자 스스로 자멸하는 길”이라고 밝힌 뒤 “기자는 출입처에 얽매이지 말고 나름대로의 취재영역을 정해 기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기자로서의 자세를 제시했다. 입사 초기부터 항상 ‘나는 정의로운가?’란 명제를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되뇌여왔다는 이 기자는 “초년병 시절 사회의 모든 부조리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신념에 공영주차장 안내원이 돈을 받고 주차를 시켜주는 현장을 포착, 주차 안내원을 해고 시켰던 일이 여전히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며 “당시 주차 안내원의 어려운 환경을 듣고 복직을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이 기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손쉬운 고발이 아닌 공영방송 기자로서 개인이 할 수 없는 ‘거대한 성역’과 ‘거악’을 고발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탐사보도 분야가 빈약한 국내에서 고발전문기자의 길은 쉽지 않았다. 사회의 거대한 성역을 파헤칠수록 비리는 더 많이 보였고 문제점을 보도할수록 사내외의 압력은 커져갔다. 그리고 진실을 알리려는 이 기자의 노력은 매번 ‘소송’이라는 결과물로 되돌아왔다. 지금까지 당한 소송 횟수만도 20여차례. 그러나 20여 차례의 소송에서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은 불패의 진기로움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엔 ‘신문 보도사진의 광고성 지적 기사’로 일간 신문 사진부장들이 소송하면서 또 한번의 소송이 시작됐다. “20여 차례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어느 것 하나 어렵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2001년 6월 ‘한일비교, 연예인대 매니저’ 방송을 계기로 연예제작자협회의 집단출연 거부 사태와 소송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밝히는 이 기자는 “아내의 ‘나가서 끝까지 싸워라’라는 한마디에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며 부인의 내조에 감사해했다. 한편 20여 차례의 소송에서 불패의 신화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사실을 존중하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다. 또 법 위에 상식이 있다고 믿는다. 지금은 법에 위배될 지라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며 팩트와 상식이 전제된 보도를 강조했다. 한편 이 기자는 ‘기자는 1인 NGO’라며 “기자는 단순 보도에 그치지 말고 문제점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끝까지 추적,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지는 지난해 말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www.leesangho. com)에는 이 기자의 기사는 물론 다른 매체에서 보도된 고발뉴스 등과 함께 ‘끝을 봅시다’ 코너를 마련해 고발된 사건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고발은 사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애정이 없으면 억울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고 고발도 할수 없다”고 말하는 이 기자는 “문제점을 고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기자로서의 책임을 방관하는 일”이라며 “문제의식을 갖고 계속 사건을 응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박사과정을 이수한 이 기자는 “기자들은 사회에 앞장서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사람들”이라며 “기자 스스로 시대를 고민하고 문제의식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또 회사는 기자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가능하다면 오래도록 현장에 남고 싶다고 말한다. “어려울 때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왔던 만큼 고발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재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시사했다. 끝으로 이 기자는 미국의 탐사기자회와 같은 단체를 국내서 운영해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MBC 보도국내 ‘탐사보도 연구회’를 구성, 자체적으로 탐사보도와 관련된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탐사보도 분야는 너무 빈약하다. 기회가 된다면 탐사보도기자회를 만들어 취재기법을 개발하고 자료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며 “외국 언론의 경우 취재 도중 기자들이 위험한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동경 신주꾸 마피아를 취재하던 기자의 사망 사건 등 취재기자들이 불의의 사고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이에 비해 국내 언론의 취재 시스템은 비교적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기자들이 좀더 치열한 삶 속에서 탐사보도에 관심을 갖고 시대를 고민하는 기자가 됐으면 좋겠다”며 기자들에게 쓴 소리를 던졌다. <기자통신> 김동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