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에서나 회사 근처에서 마주칠 때마다 사람좋은 웃음을 보내주시던 송인득 선배. 어느날인가는 '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너무나 힘차 절로 기운이 난다' 말씀드렸다. 당시 송 선배는 자정이 다된 시각에 방송되는 '스포츠 하일라이트'인가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셨다. 그 늦은 시각까지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기다려야 하는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송 선배는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그저 '고맙다'고 할 뿐, 어떤 피곤한 내색도 하지 않았다. 혹시 '힘들지 않냐'며 오히려 후배를 살피시던 눈 빛이 기억속에 되살아 난다.   방송은 그렇게 자신과의 싸움이다. 세상사 거친 면을 숨기고 고운 결을 내보여야 하는 '구도'와도 같다. 현실의 병마도 마이크를 잡은 송 선배의 손을 떨게 하지 않았던 것 처럼 말이다. 이제사 후회가 밀려온다. 어차피 이렇게 가실거였다면, 그토록 좋아하시던 술이라도 한잔 나누어 볼 것을.. 송인득 선배, 부디 저 세상에서 평안하소서. 가시는 길, 마지막 잔 그득 부어 올립니다. 후배 이상호 올림 (다음은 송 선배의 동기였던 성경환 선배의 추도사입니다.)    밤새 걱정했는데,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멈추고 햇살이 보이네. 그래서 자네 떠나는 길에 참례한 분들에게 덜 미안하게 됐네그려. 세상엔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내가 송 국장 자네의 조사를 읽을 줄을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스포츠 전문아나운서, 송인득!' 얼마나 자랑스런 이름인가. 송인득이라는 사람이 그 분야의 최고라는 뜻 아닌가. 나는 언제나 송인득 하면, 우리나라 야구캐스터 중에 일인자라고 여겨왔다네. 그래서 자네가 기계에 의존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순간에도, 3색의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정리한 야구노트와 말로써 그려낸 야구공의 하얀 포물선을 상상하고 있었다네. 그건 자네가 나처럼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만큼 재주가 많다는 증거일세. 그런 사람이 어디 나 하나뿐이겠는가. 아마 하늘이 자네의 재주를 잘 아시는 모양일세. 이처럼 일찍 데려가시는 걸 보니까 말이야. 우리는 자네가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때 자네의 마지막 중계방송을 TV를 통해 보았다네. 이때의 기막힌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자네가 쓰러지기 바로 전날 녹화한 것이었네. 송국장, 이 사람아, 자네는 그렇게도 좋아하는 방송을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열정을 다해서 했네그려. 그래서 행복할지도 모르겠지만, 자네가 여지껏 '엄마'라고 불러드렸던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내와 자네의 공주 효숙이도 과연 그러겠는가. 응급실에 실려간 날 밤 "나 괜찮아, 늦었으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 하면서 걱정해주던 후배들도, 나이 많은 동료와 선배들도 모두가 자네를 탓하고 있다네. 뭐가 그리 바빠서 이다지도 서둘렀냐고…도대체 뭐가 그리 바빠서 하필이면 생명이 약동하는 이 계절에 서둘러 가느냐고…….  송인득, 다른 동기보다 이른 나이에 방송사에 들어와서, 역시 다른 동기보다 일찍 두각을 나타냈지. 모두가 자네의 재주를 부러워했다네. 그래서 자네는, 자네를 시샘하는 동료들을 달래주었고, 자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정말 많이도 어울렸지. 3시간, 4시간 야구중계를 끝내고 허전한 마음 달래려고 마시던 술이 평생친구가 되고…그렇게 전국을 돌았었지. 그러면서도 외롭다고 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던가. 이렇게 일찍 가도록 한 게 말이야. 그 재주를 좀 감추지 그랬는가. 자네는 스포츠에 무딘 나로 하여금 라디오 중계를 듣고서도 마치 TV로 본 것처럼 얘기할 수 있도록 만든 '스포츠 전문아나운서'일세, 하늘이 일찍 데려간 뜻이 있을 걸세. 거기 가서 못다 쓴 재주, 지니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 펼쳐보게나. 자네의 노모, 공주 효숙이, 그리고 언제나 곁에 있겠다고 다짐하는 자네의 부인을 거기 가서도 부디 잊지 말고 잘 챙겨주소. 이제 여기 남은 사람들과는 조금은 긴 이별일세. 잘 가시게나. 힘들고 무거웠던 짐 다 내려놓고 가시게. 가시는 길 외롭지 않도록 온 천지에 추모의 물결이네. 자네의 영혼이 늘 평안하시기를 기원하겠네. 2007년 5월25일 입사동기 성 경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