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전 공항에서 이곳 회사로 5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달 전경환씨의 미국 채권밀반입 사건을 고발해드렸었지요? 이번엔 그 후속편의 성격을 갖는 취재였습니다. 필리핀의 검찰과 국정원 성격을 갖는 필리핀 국립조사국 간부들의 협조를 받아 전경환씨가 그곳에서 국제적인 채권밀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과 그같은 혐의로 전씨가 국립조사국의 조사를 받은 사실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위험한 취재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는데요. 다시 여의도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조금전 집으로 전화를 해봤습니다. 아빠를 한동안 보지 못한 둘째가 요즘 부쩍 저를 찾았다는군요. 오늘은 아빠를 부르며 울기까지 했답니다. 마음이 젖어왔습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하지만 방송이 바로 내일. 오늘도.. 집에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취재기간 내내. 저와 함께 해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신간.. 체 게바라 핸드북을 가지고 갔는데요. 혁명가 '체'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왔답니다. 필리핀의 민중들은 왜 이리도 억압받고 있는지. 미국은 이땅에서 무엇인지.. 이땅에 희망은 있는지.. 아빠로서는 엉터리였던 체. 쿠바 혁명전쟁을 완성한 그가 마지막이 된 볼리비아 혁명전선에 나서면서 자식에게 남긴 마지막 말로 제 무거운 마음을 대신해봅니다. "..세계 어디서든 불의가 저질러지면 그것에 깊이 분노할 줄 알아야한다. 그게 어떤 불의고 어떤 사람에게 저질러진 불의이건 상관없이. 이것이야말로 혁명가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