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한 권력을 안녕하세요. 류가미입니다. 오늘은 사실주의가 발전되어 온 과정을 살펴보면서 문학과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원래 사실주의는 낭만주의의 반동으로 형성되었습니다. 쿠르베는 신화나 전설을 그림의 주제로 가져오는 대신, 돌을 쪼는 사람, 화가의 작업실 같은 일상을 그림에 주제로 가져옵니다. 다시 말해, 쿠르베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재현하려고 했습니다. 이때까지 사실주의는 그다지 정치적인 성향을 띠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스탕달(1783~1842), 발자크(1799~1850), 플로베르(1821~1880)가 자신의 소설 속에 그 당시 사회 상황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내자, 그 당시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조리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들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소설은 프랑스 혁명 이후, 사회의 권력을 잡게 된 부르주아지의 위선과 부패상을 꼬집어냅니다. 다시 말해, 점차 사실주의는 사회비판적인 요소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스탕달, 발자크, 플로베르 중 누구도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려고 사회 참여를 유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 다음 세대인 에밀 졸라(1840~1902)에 이르자, 사정이 좀 달라집니다. 졸라는 사실주의에 계급성을 덧입힌 첫 번째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문학과 예술에 계급성이라는 주제가 등장합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귀족, 사제, 평민이라는 신분제도를 무너뜨렸습니다. 그러나 구체제에 신분제가 무너진 다음에는 가진 자(유산계급, 부르주아지)과 없는 자(무산 계급, 프롤레타리아트)이라는 새로운 계급이 태어났습니다. 부르주아지나 프롤레타리아트 모두 자기 계급에 대한 의식과 그에 따른 세계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물론 부르주아지의 세계관과 가치관은 프롤레타리아트 세계관과 가치관과 무척 다릅니다. 자기가 속한 계급에 따라 가지는 세계관과 가치관을 계급성이라고 합니다. 스탕달, 발자크, 플로베르가 소설가이자 예술가였다면 에밀 졸라는 소설가이자 논객이었습니다. 또한 예술가이자 선동가였죠. 졸라는 자신의 문학을 통해서 프롤레타리아트(노동자 혹은 무산계급)의 이익을 옹호했고 ‘나는 고발한다’는 공개 선언문을 통해서 좌파를 지원했습니다. 프롤레타리아트라는 계급성을 옹호하면 앞으로 올 사회주의 혁명의 움직임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문예운동을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고 합니다. 1934년 제1회 소비에트 작가 대회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공식적 문학 이론으로 채택했습니다. 다시 말해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사회주의 진영에 공식 문예 운동이었던 것이죠. (그와 반대로 20세기 자본주의 진영의 공식 문예 운동은 표현주의 다시 말해 모더니즘이었습니다.) 그런데 몇몇 비평가들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바로 에밀 졸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스탕달, 발자크, 플로베르는 열심히 부르주아지의 위선과 부패를 비판했지만 그들은 모두 부르주아지 출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소설은 언제나 부르주아지 사회가 배경입니다. 사실 에밀 졸라 이전에는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이 문학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습니다.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앙 소렐은 농부에 아들이었지만, 그 자신은 농부는 아니었습니다. 에밀 졸라는 세탁부, 광산 노동자, 창녀 같은 사회에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에밀 졸라가 거칠고 무식한 프롤레타리아트를 애정을 갖고 묘사한 것은 그가 부르주아지 출신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트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토목 기사인 아버지와 가난한 직공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파리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두 살 되는 해, 그들 가족은 엑상 프로방스로 이사합니다. 그의 아버지가 엑상 프로방스 지방의 운하를 건설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아버지는 그가 일곱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납니다. 아버지가 죽은 후, 그의 가족들은 지독한 가난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어떻게 돈을 빌려 그를 중학교에 들여보냈습니다. 에밀 졸라는 그렇게 들어간 중학교에서 폴 세잔을 만납니다. 폴 세잔은 나중에 인상파 화가로 유명해지죠. 그가 열 일곱 되던 해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운하 이권으로 돈을 구해보려고 파리로 오고 이듬해 에밀 졸라도 어머니를 따라 파리에 오게 됩니다. 그는 파리에서 생 루이 고등 중학교를 다니지만 전과 달리 의욕을 잃고 맙니다. 다음해 그는 에콜 드 폴리테크니크(고등 이공과 학교) 입학자격 시험을 보지만 두 번이나 보기 좋게 낙방합니다. 그 후 2년 동안 그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궁핍하게 지내야 했습니다. 그 당시 그는 너무 가난해 단벌 바지를 전당포에 맡기고 하루 종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서 지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술 더 떠, 그가 다락방 창문으로 날아든 참새를 잡아 먹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입니다. 사실 그가 가난한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의 생활을 애정 있게 그린 것은 이러한 자신의 체험 때문이었습니다. 이년 후, 스물한 살이 된 그는 운송 회사의 사무원 자리를 얻게 됩니다. 그 일자리 때문에 그는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졸라 같은 문학청년이 그 직업을 좋아할 리가 없었죠. 다행히도 1862년 스물 세살이 된 에밀 졸라는 아세트 서점에 취직하게 됩니다. 아세트 서점은 출판사도 같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을 빨아들입니다. 그리고 틈틈이 습작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쓴 서사시를 서점 주인인 아셰트에게 보여줍니다. 아셰트는 졸라의 원고를 출판해주지는 않았지만, 시보다는 단편소설이 더 잘 팔린다고 충고하면서 급료를 2배로 올려주었다고 합니다. 졸라는 단편 소설이 더 잘 팔린다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소설들을 써 팔기 시작했고 자유기고가로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되자, 아세트 서점을 그만 둡니다. 그것이 그가 스물여섯 살 되던 해인 1866년의 일입니다. 그러나 그가 진정한 의미에서 작가로 인정받은 것은 그가 ‘루공-마카르 가문 이야기 (Les Rougon-Macquart)’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1870년 서른 살이 된 에밀 졸라는 ‘루공-마카르 가문 이야기 (Les Rougon-Macquart)’라는 소설을 구상합니다. 그런데 루공-마카르 가문 이야기는 발자크의 ‘인간 희극’과 더불어 대하 소설이라는 장르의 시초로 꼽힙니다. 그러니까 루공-마카르 가문 이야기‘는 염상섭의 삼대,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공-마카르 가문 이야기’는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자의 가족의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아델라이드 푸크는 정신병이 있는 여자 입니다. 그녀는 강하고 탐욕스러운 농부 루공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습니다. 루공이 죽은 뒤, 루공과 정반대되는 나약하고 알코올 중독자인 마카르의 애인이 되어 아이들을 낳았습니다. 그러니까 아델라이드 푸크의 아이들을 일부는 루공이라는 성을 갖게 되고 다른 아이들을 마카르라는 성을 갖게 됩니다. ‘루공- 마카르 가문 이야기’는 아델라이드 푸크가 낳은 이 아이들이 루이 나폴레옹 시대에 여러 분야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루공-마카르 가문 이야기’에는 ‘제2제정하의 일가족의 자연적·사회적 역사’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습니다.. 사실 그가 루공가(家)와 마카르(家)를 통해서 그 시대의 부조리를 파헤친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그는 그 시대 대부분에 사람들처럼 다윈의 유전론에 홀딱 반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불행해지거나 범죄를 짓는 것은 그 사람의 유전적 소인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에밀 졸라는 ‘유전은 중력처럼 고유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는 유전이 한 인간의 본성과 그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었던 것이죠.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허약함과 사악함 역시 유전되는 기능적 장애라는 것입니다. 아델라이드 푸크는 정신병이라는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루공은 출세욕이라는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카르는 알콜중독이라는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전적 소인들은 그들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유전됩니다. 20권이나 되는 루공-마카르 가문 이야기에서 유명한 것이 바로 7권 목로주점 (L’Assommoir)과 9권 나나 (Nana), 13권 제르미날 (Germinal)·입니다. 우선 그중 목로주점에 대해서 알아보죠. 목로주점은 아델라이드 푸크와 마카르의 딸, 제르베즈의 이야기입니다. 제르베즈는 다리를 조금 절지만 매우 예쁜 여자였습니다. 열 네 살 되던 해, 그녀는 술에 취해 모자 기술자 랑티에 유혹에 빠지고 그만 덜컥 임신을 하고 맙니다. 그리고 랑티에와의 사이에서 에티엔느와 클로드라는 두 아들을 얻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생활을 찾아 파리로 옵니다. 제브베즈는 세탁부로 취직해 열심히 일합니다. 그런데 랑티에는 이웃집 여자인 아델과 도망을 가버립니다. 그후 성실한 함석장이 쿠포가 그녀에게 청혼을 합니다. 그들은 온 동네 사람들을 다 초대한 자리에서 멋진 혼례식을 올립니다. 그리고 나나라는 예쁜 딸을 얻습니다. 그러다 남편 쿠포가 그만 지붕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쿠포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제르베즈는 모아놓았던 돈을 다 쓰게 됩니다. 그녀는 착한 대장장이 구제에게 돈을 빌려 세탁소를 차립니다. 그리고 빚을 갚기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합니다. 그녀의 세탁소는 번창하고 그녀는 여직원을 세 명이나 고용할 정도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남편 쿠포는 음주에 빠져 폐인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행동은 제르베즈를 지치게 만들고 그녀는 다시 술에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그때 그녀의 전 애인 랑티에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편 쿠포는 제르베즈의 전 애인을 집에 들입니다. 그렇게 세 사람에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이제 그녀는 남편과 전 애인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결국 그녀의 세탁소는 빚에 넘어가고 그녀는 자신의 세탁소의 청소부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녀는 점점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되고 결국 그 때문에 세탁소에서도 해고됩니다. 이제 굶주림에 지친 제르베즈는 몸을 팔기 위해 밤거리로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어느 남자도 초라하고 지친 그녀를 선듯 사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온갖 고생 끝에 한 남자를 낚는 데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그래서 세탁소 차리게 돈을 빌려준) 구제였습니다. 그에게 몸을 팔려고 한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낀 그녀는 쿠제에게 사과하고 그 자리를 피합니다. 그녀는 남편 쿠포는 알콜 중독으로 미쳐 정신병원에서 죽고 그녀도 역시 그런 남편을 뒤따라 광기와 고독 그리고 배고픔 속에서 죽게 됩니다. 제르베즈의 이야기 ‘목로주점’은 이렇게 끝납니다. 그녀는 어머니에게서 내려오는 정신병과 아버지에게서 내려오는 알콜 중독 성향 때문에 결국 파멸하고 맙니다. 제르베즈의 이야기는 ‘목로주점’에서 끝나지만 루공-마카르 가문의 이야기는 그후에도 계속됩니다. 제르베즈가 랑티에게서 낳은 아들 에티엔느는 루공-마카르 가문 이야기의 13권 ‘제르미날’에 주인공 입니다. 또한 제르베즈가 쿠포 사이에서 낳은 딸 나나는 9권 ‘나나’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나나는 고급창녀가 되어 파리 상류층 남자들을 타락시킵니다. 그러는 동안, 에티엔느는 광산 노동자가 되어 열악한 작업환경에 맞서 파업을 주도합니다. 광부들의 파업을 다루고 있는 ‘제르미날’은 정말이지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나라 80년대 노동 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소설 속에서 광부들의 파업은 실패로 끝났지만, 에밀 졸라는 노동자 세력이 이제는 무시못할 변혁의 씨앗으로 자랐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왠지 ‘제르미날’에서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의 전조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자 이제 예술가 혹은 소설가로서의 에밀 졸라가 아니라 논객이자 선동가였던 에밀 졸라의 삶에 대해서 알아볼까합니다. 사실 에밀 졸라 이야기를 하면서,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1894년 유태인이었던 육군 대위 드레퓌스는 독일에게 군사 기밀을 팔아넘긴 죄로 고발당합니다. 그는 끈질기게 범죄 사실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그를 ‘악마의 섬’이라고 불리는 악명 높은 교도소에 종신형을 선고합니다. 그 당시 프랑스는 독일과의 전쟁으로 인해 알사스 로렌 지방을 빼앗겼습니다. 때문에 전쟁을 패배한 책임을 물을 희생양이 필요했는데 그 만만한 상대가 바로 프랑스 유태인이었습니다. 프랑스가 독일에 패한 것은 독일군과 결탁한 프랑스 유대인이 프랑스를 배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때 마침, 유태인 출신 육군 대위 드레퓌스가 간첩행위로 의심 받으니, 딱 여론 몰이하기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레퓌스 대위가 종신형을 받은 후, 뜻밖의 사실이 밝혀집니다. 육군중령 피카르는 소령 에스테라지가 스파이 조직에 가담했으며, 자신의 죄를 드레퓌스 대위에게 덮어 씌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러자 에스테라지 소령은 군법회의에 불려가게 됩니다. 그런데 에스타라지 소령은 무죄로 풀려났고 오히려 피카르 중령이 체포되는 희한한 일이 발생합니다. 1898년 1월 13일, 에밀 졸라는 프랑스 대통령에게 드레퓌스 대위의 재심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오로르(Aurore)지에 발표합니다. 그 글이 바로 ‘나는 고발한다 (J'Accuse)’입니다. 이 신문은 그날 저녁까지 20만 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이 공개 서한에서 졸라는 군부가 드레퓌스 사건을 잘못 재판한 사실을 숨기고 있으며, 군부의 명령으로 에스테라지를 풀어주었다고 고발합니다. 그의 공개 서한 덕분에 드레퓌스 대위의 재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제 프랑스는 드레퓌스 사건을 놓고 두 편으로 갈라져 싸우게 됩니다. 이제 드레퓌스 사건은 드레퓌스 대위가 무죄냐 유죄냐를 넘어서 우익과 좌익의 정치투쟁이 되어버립니다. 군부와 민족주의자들이 포진한 우익은 드레퓌스 대위의 재심요구가 프랑스의 적들이 꾸민 음모라 여겼습니다. 때문에 드레퓌스 한 사람 때문에 국가 안보가 흔들리고 군부의 권위가 실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지식인들이 포진한 좌익은 이 사건을 한 개인의 국가 권력에 의해 탄압 받는 경우로 보았습니다. 좌익 쪽에서는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개인의 자유가 탄압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자유는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당연히 보장되어야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대위의 재심 요청에 불을 붙인 대가로 혹독한 곤욕을 치룹니다. 1898년 졸라는 군부에 대한 명예회손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습니다. 그후 그는 변호사와 친구들의 충고에 따라 영국으로 도망칩니다. 그러나 그의 망명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듬해인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재판이 곧 재개될 것이며, 원래 평결이 뒤집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드레퓌스 사건은 좀처럼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후 3년 뒤 그는 의문의 사고로 죽습니다. 1902년 9월 28일 졸라 부부는 보통 때처럼 침실 창문을 닫은 채 난로를 피우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에밀 졸라는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가 죽은 것이 단순한 사고였는지 아니면 정적들에 의해 암살이었는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입니다. 드레퓌스 대위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그가 죽은 지, 4년 뒤인 1906년의 일이었습니다. 1906년 드레퓌스의 무죄가 최고재판소에 의하여 확정되어 사건은 종결되었으나 프랑스군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군이 드레퓌스가 무죄라고 인정한 것은 그로부터 100년 후인 1995년 일입니다. 개인이 국가 권력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이처럼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에밀 졸라는 용기 있게 그런 정부를 고발했습니다. 그가 썼던 ‘나는 고발한다’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하면서, 에밀 졸라의 문학과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나는 오로지 한 가지 열정만을 가졌을 뿐입니다. 그것은 행복해질 천부의 권리를 타고 났으면서도 오랫동안 고통 받았던 인류의 이름으로 이제까지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불타는 항의는 내 영혼의 외침입니다. 그들이 나를 법정으로 끌고 가게 내버려두십시오. 그들이 대낮의 광장에서 나를 심문하게 내버려두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dailyse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