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경제면 홍보사진 소송관련
작성자 admin 작성일 2005/05/28 08: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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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상호 기자는 현재 5개의 소송을 진행중이다. 그중 하나가 지난 <미디어비평> 시절 '신문 경제면의 홍보성 사진' 고발 보도에 이은 중앙지 사진부장들의 연명 고소사건이다. 이 기자는 1심에서의 승소 이후, 2심을 거치고 있다. 다음 기사는 우리나라 메이져 신문의 홍보성 사진이 얼마나 지독하게 독자들을 기만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재판부의 사려깊은 판단을 기대한다.)

"캐러비안베이 사진, 올해 것 맞아?"  
8개 종합일간지 일제히 '수영장 홍보' 사진…작년 지면 '복사판'  
  
이선민 기자 jasmin@mediatoday.co.kr

▲ 동아일보 2004년 5월31일자 A30면(위) 국민일보 2005년 5월26일자 12면.

이 두 사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비슷한 모델에 같은 배경, 같은 포즈, 같은 구도로 찍혀 같은 사진이라고 봐도 손색없을 두 사진. 그러나 이 사진은 놀랍게도 서로 다른 시기(2004년 5월, 2005년 5월) 서로 다른 일간지(동아일보, 국민일보)에 실린 사진이다.

지난 26일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제외한 8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에는 수영장에서 손을 위로 들고 있는 수영복 차림의 여성들이 일제히 실렸다. 이 사진들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캐러비안 베이 개장을 알리는 사진으로, 전형적인 기업 홍보사진이다. 에버랜드 쪽에서 배포한 홍보자료를 받은 사진기자들이 에버랜드에 찾아가 파도를 맞는 여성들을 연출한 장면을 보고 동시에 플래시를 터뜨렸을 것이라는 것은 8개 사진을 다 보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세계일보 5월26일자 A9면.

▲ 경향신문 5월26일자 13면.

▲ 서울신문 5월26일자 18면.

▲ 중앙일보 5월26일자 11면.

각 신문에 실린 사진설명을 보자.

" "아니벌써, 파도의 계절이…"/ 수도권 낮 최고기온이 26도까지 오르는 등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가 캐러비안 베이 야외수영장 개장을 사흘 앞두고 마련한 홍보행사에서 직원들이 인공파도에 몸을 맡긴 채 즐거워하고 있다." (동아일보 2005년 5월26일자 9면)

"반갑다 더위야/ 서울 경기지방 낮 최고기온이 26도까지 치솟은 25일 용인 에버랜드 캐러비안베이 오픈을 기념해 직원들이 풀 안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며 때이른 더위를 식히고 있다." (한국일보 2005년 5월26일자 9면)

"더위야 반갑다/ 25일 열린 용인 캐러비안 베이 야외파도풀 개장식에서 직원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 (국민일보 2005년 5월26일자 12면)

"여름성큼/ 서울경기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26도까지 올라간 25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캐러비언 베이가 개장 사흘을 앞두고 연 홍보행사에서 직원들이 파도를 맞으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세계일보 2005년 5월26일자 9면)

"여름성큼/ 2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캐러비안 베이 직원들이 야외오픈에 앞서 시험가동한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문화일보 2005년 5월26일자  8면)

" '풍덩' 여름속으로/25일 용인 캐러비안 베이 직원들이 야외 오픈에 앞서 시험가동한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경향신문 2005년 5월26일자 12면)

" '파도가 그리워'/2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캐러비안 베이 야외풀에서 미녀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 (서울신문 2005년 5월26일자 18면)

" "물보라가 즐거워"/경기도 용인 캐러비안 베이 야외 파도풀에서 에버랜드 공연단원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 캐러비안 베이 야외파도풀은 28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중앙일보 2005년 5월26일자 11면)

의례적이고 전형적인 연출사진들은 독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준다. 게다가 이들 사진들은 똑같은 구도와 비슷한 설명을 달고 있기까지 해 아무리 좋게 평가하더라도 (남성) 독자 서비스가 아니라 일방적인 기업홍보로 보여진다. 더군다나 놀라운 것은 판에 박힌 듯한 이 사진들이 작년 여름에도 거의 모든 신문에 똑같이 실렸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비슷한 모델과 포즈와 비슷한 구도 그리고 비슷한 사진설명과 함께.

▲ 국민일보 2004년 5월31일자 25면.

▲ 중앙일보 2004년 5월31일자 12면.

▲ 한국일보 2004년 5월31일자 A11면.

" "더위야 올테면 와라" / 여름을 앞두고 30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내 캐러비안 베이 파도풀에서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국민일보 2004년 5월31일자 25면)

"신나는 파도풀놀이/30일 서울경기지역의 최고기온이 26도까지 올라가는 등 더운날씨를 보였다. 다음달 1일 개장을 앞두고 시험개장 중인 경기도 용인의 캐러비안 베이 파도풀을 찾은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앙일보 2004년 5월31일자 12면)

"30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캐러비안 베이 파도풀에서 이용객들이 파도를 맞으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한국일보 2004년 5월31일자 11면)

"서울과 경기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가 후덥지근했던 30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가 캐리비안 베이 개장을 하루 앞두고 개최한 홍보행사에서 모델들이 파도를 맞으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동아일보 2004년 5월31일자 30면)

신문 사진의 정형화된 연출 포맷(예를 들어 봄의 경우 '꽃을 바라보는 여성들', 여름의 경우 '민소매 차림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여성들')도 틀에 박힌 사진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지만 이들 사진은 특정 기업과 연관되어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똑같은 포맷의 사진을 재생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진의 연출 여부를 숨기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2005년도 사진의 경우, 일부 신문들은 '개장식', '야외풀장을 가동한 자리'라고 표현했지만, 일부 신문이 밝혔듯이 이 사진은 28일 개장을 앞두고 연 홍보행사를 담은 것이다.  

또 사진속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도 부정확하다. 어떤 신문들은 사진 속 등장인물을 '공연단원'으로, 일부 신문들은 '직원', 심지어 '미녀'라고 호명했다. '미녀'라는 표현 자체도 우습거니와 "2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캐러비안 베이 야외풀에서 미녀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는 한 신문사의 사진 설명은 이 사진이 기업홍보 사진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지난해 일부 신문들이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 "파도풀을 찾으려는 사람들" "이용객"이라며 연출사진임을 눈속임하려던 것에서 나아지긴 했다.)

이에 대해 한 종합일간지의 사진기자는 "신문사와 기업의 이해가 서로 맞아 연출된 기업 홍보사진들이 자주 실리고 있다"며 "경제면의 사진기사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독자서비스 차원이나 신문의 질을 고려할 때 이런 사진을 싣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사진을 싣더라도 최소한 독자들에게 홍보행사용 사진임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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