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20년 실행계획을 마련하자
- 2003 CPI 발표에 즈음한 반부패국민연대의 제안 -
오늘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2003'에서 한국은 10.0 만점 기준에서 4.3점으로 조사대상국 133개국 중 50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2002년의 4.5점으로부터도 더 떨어진 점수로 지난 2-3년동안의 우리나라의 부패문제는 개선의 길이 아니라 악화의 길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이다. 더욱이 이 수치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주창해온 "CPI 20위 수준의 청렴국가 실현"을 위해서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잇달아 터지고 있는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와 군 간부들의 수뢰 사건, 대기업들의 회계부정을 통한 비자금 조성과 뇌물제공 사건 등 끝없는 부패사건들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참여정부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국민소득 1만 불을 넘어서자마자 부딪혀야 했던 'IMF위기'의 악몽이 생생한 지금 우리 앞에는 경제위기와 부패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더구나 '반부패'는 우리 사회의 우선적 과제 목록에 제대로 들어가 있지도 않은 형편이다.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지속가능한 투명사회의 실현이 이제 더 이상 정부의 일회적인 '특단의 조치'나 중하위 공직자들을 강제하는 것 만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부패척결(腐敗剔抉)'이라는 표현은 있지만 실제로 부패 문제는 뼈를 발라내며 살을 도려내는 것처럼 어느 한두 군데만 손보면 멀쩡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부패는 결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도 아니고, 또 한 두 해 노력한다고 해서 '근절'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지난 해 우리 단체에서 2001년도 매출액 기준 300대 기업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운데 윤리강령 보유 업체는 2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 중고생 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도 47.3%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27.3%는 '뇌물을 써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응답하는 등 반부패 의식이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기업의 가버넌스 문제나 부패친화적 사회문화 등의 현실은 접어둔 채로 드러난 부패 가담자 일부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부패 문제를 '발본색원'한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오늘 발표한 CPI 2003에서의 우리나라의 점수 하락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패문제가 일회적, 단기적, 일면적 처방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적발과 처벌의 강화나 법제의 정비 등 어느 하나도 부패를 '척결'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반부패 교육과 윤리인프라 구축, 공직사회와 기업의 합책임성 증진 등 예방요법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대증요법 중심의 '부패척결'이란 구호도 부패 문제에 대한 '무지'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전체 시스템, 즉 의식과 제도, 관행 등에 물들어 있는 부패문화를 극복해내기 위한 지속적,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처방까지도 나와야 한다. 즉 공직사회, 기업, 시민사회 등 국가 구성원 다수의 참여와 합의를 근거로, 정권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의 '반부패 20년 실행계획'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실마리를 풀기 위하여 우리 반부패국민연대는 오늘 "클린코리아 10대 당면 과제"를 발표하는 바이다. 이를 근거로 각 영역에서 제대로 된 반부패운동을 '시작'한다면 우리 사회는 10년, 20년 뒤 청렴사회라는 열매를 거두기 시작할 것이라 확신한다.
"Clean Korea 10대 당면 과제"
1. 국가적 '반부패 20년 실행계획' 수립, 사회적 합의로 실천
국가적 반부패시스템(NIS) 구축을 위한 20년 계획(5개년X4차) 수립
반부패에 대한 사회 각계의 사회적 합의 도출
각 분야 부패유형 발굴과 시스템 개혁을 통한 원천적 예방
2. 부패 이니셔티브 차단
뇌물 등 요구 행위에 대한 가중 처벌
자발적인 뇌물 등 제공 행위(증뢰죄)의 엄격 적용과 처벌 강화
내부고발제도 활성화 및 신고자 보호, 신분보장, 보상 등 강화
부당한 압력과 청탁 행위 등 처벌 (부패 개념의 재정립) 등
3. 윤리경영 지원
윤리경영 기업에 인센티브 부여
기업윤리강령 제정, 교육, 실천 독려
기업회계의 투명성 강화 등 가버넌스 개선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
조세제도 현실화 등
4. 부패문화 극복을 위한 반부패 교육-문화 체계 구축
학교, 사회, 공직, 기업 등의 반부패 교육 체계 구축
도덕 과목 등의 평가체계 개혁 (지식 위주에서 실천 중시로)
교육 및 문화, 언론, 시민단체 등의 반부패 프로그램 지원 등
5. 부패행위 연루자의 차단 강화
공직자 청렴서약 및 부패행위 적발시 불이익 강화
부패행위자의 공직출마시 선거공보 등에 전과공개 제도화
부방위, 인권위, 선관위 경유토록 사면법 개정
부패 연루자의 사면 복권 등 엄격한 제한
기업 등의 부패연루자 임원 취임시 불이익 조치 등
6. 부패방지위원회 등 사정기관의 실효성, 중립성, 독립성 강화
부패방지법 개정 (피신고자조사권, 고위공직자 등 비리혐의 조사권)
부패 관련 행위의 엄격한 적발과 처벌
검찰 인사위원회 설치 운용을 통한 독립성 강화
실효성 있는 돈세탁 방지제도 구축 (FIU 관련 등 법제 개선) 등
7. 시민참여의 확대
시민옴부즈만 제도의 활성화
주민소송제, 주민소환제의 도입
공공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한 시민 참여 확대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 협력 강화 등
8. 정치부패의 청산
정당, 정치인의 정치자금, 선거자금 등의 인터넷 공개 의무화
정치자금법 개정과 위반행위의 실질적 처벌 등
9. 원칙에 근거한 공정한 인사
도덕성과 전문성, 개혁성 등을 근거로 하는 인사 원칙 수립, 준수
중앙인사위원회 개편으로 (여야, 시민사회) 참여 인사시스템 구축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의 인사 공정성 모니터링 등
10. 전자정부와 정보공개의 활성화
정보공개법 개정과 행정정보의 공개 의무화 확대
주민감사청구제도의 청구요건 완화 등
2003년 10월 7일
(사)반부패국민연대/국제투명성기구한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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