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기부금이 연말정산 소득공제 대상에 빠져 있어 시민단체들이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가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득공제 대상인 ‘지정기부금 단체’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인세법은 ‘민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사업목적에 공공성이 있는 단체’를 지정기부금단체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대한반공귀순상이자회, 한국연예인한마음회, 국가대전략연구원, 인간의대지 등 320여개 단체가 지정기부금단체로 선정돼 있지만,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들 단체들은 각 부처마다 각기 다른 법인설립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운데다, 무엇보다 정부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성격상 자율성 침해를 우려해 법인설립을 꺼리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회원참여팀장은 6일 “법인으로 등록해 정부로부터 감독과 감사를 받는 것은 시민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법인등록 과정을 밟고 있는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관련부처를 찾았으나, ‘단체 난립을 막기위해 자산규모 기준을 5억원으로 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며 “5억원을 마련할 수 있는 단체가 몇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따라 법인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30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이인경 사무국장은 “시민단체 기부행위에 대해 조세지원을 하는 것은 공익적 기부문화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며 “공익성과 투명성을 갖춘 시민단체는 원칙적으로 지정기부금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이를 위해 현행 ‘비영리 민간단체지원법’에 등록된 민간단체들을 포괄적으로 지정기부금 대상단체로 지정하는 법인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논의하는 한편, 시민단체의 법적지위를 정하는 총체적인 법안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