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딸을 둔 주부 이연수(39)씨는 지난달 인터넷채팅을 통해 벌어지는 미성년 성매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딸의 주민등록번호로 채팅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오염된 세태’를 새삼 발견하고 딸 키우기가 더욱 무서워졌다. 그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인터넷모니터링 요원인 ‘사이버지킴이’ 부단장 자격으로 직접 모니터링에 참여했다.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조건만남 20, 오케이’라는 쪽지가 오더군요. 상대는 20대 직장인이었어요. ‘조건만남’은 청소년 성매매를 일컫는 신조어였고, 20은 화대 20만원을 뜻하더군요.” 이 직장인 외에도 이씨에게 쪽지를 보낸 많은 성인들이 이씨가 미성년자라고 밝혔음에도 성매매를 제의하는 것은 물론, 일부는 ‘컴섹’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가 채팅사이트에서 일주일간 받은 쪽지는 모두 75통. 이중 90%인 68통이 음란성 내용이었다. “모니터를 하는 일주일 내내 심한 두통과 혐오감에 시달렸습니다. 실제로 딸아이가 들어갔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하니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는 이씨 등과 같은 모니터요원 13명을 동원해 지난달 4일부터 일주일간 채팅사이트 5곳을 모니터했다. 이들이 일주일간 받은 1 대 1 대화신청(쪽지)은 모두 701건. 이중 음란성대화는 487건으로 전체의 70%였다. 특히 미성년자 아이디로 들어간 2명에게는 183건의 쪽지 중 87%인 161건이 음란성이어서, 성매매 요청이 미성년자에게 더 집중되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쪽지를 보낸 상대방의 나이는 20대가 46%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41%, 그리고 40대 이상도 12%에 이르렀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은방희 회장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취미나 관심사에 대한 만남은 동호회 성격을 띤 커뮤니티로 거의 옮겨가 채팅사이트는 이제 성적 상대를 찾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관계당국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