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중생이 훈련 중인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사건이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미군 장교가 아시아계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범죄가 일어나 처리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 사건 개요 오키나와현 경찰은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미군 해병대 소속 마이클 브라운 소령(39)에 대해 체포장을 발부하고 미군 당국에 신병인도를 요청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브라운 소령은 지난달 2일 오전 1시 30분께 도로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이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심하게 저항하자 휴대전화를 빼앗아 부수고 달아났다. 브라운 소령은 자신의 근무지인 캠프코드니 기지로 도망갔으나 이 여성은 문 앞까지 쫓아가 헌병에 신고했다. 이후 오키나와 경찰의 ‘사정 청취’에서 브라운 소령은 범행 사실을 계속 부인했으나 경찰은 3일 전격적으로 체포장을 발부했다. 최근 10여년 동안 오키나와에서 미군 장교가 범죄와 관련해 체포장을 발부받기는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 미·일 움직임 일본 외무성의 다케우치 유키오 사무차관은 3일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협력 및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베이커 대사도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수사에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당국은 4일 합동위원회를 열어 브라운 소령의 신병인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두 나라가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이는 데는 한국내 반미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이며,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함으로써 반미 분위기 고양과 주둔군지위협정(소파) 개정 여론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오키나와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티모시 우들랜드 미군 중사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고 질질 끌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 여중생 사건과의 비교 이번 사건과 한국의 여중생 사망 사건은 ‘공무 중이냐, 아니냐’는 커다란 차이는 있지만 일본내 미군 범죄에 대한 미국 당국의 태도가 언제나 한국에서보다 유연하고 호의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주일미군의 소파 개정과 미군기지 축소의 계기가 된 1995년의 오키나와 여중생 성폭행 사건 때도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줄지어 사과한 바 있으며, 2000년 오키나와 선진7국 정상회의 때는 클린턴 대통령이 일본 국민에게 직접 미군 사병의 성추행 사건을 사과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차이에 대해 “일본이 한국보다 중요한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차별해서 다루는 듯한 미국 당국의 이런 태도가 한국민의 반미감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