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8군기지 인근 지하에서 또다시 기름이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운동연합은 3일 서울 남영동 미8군사령부 부속시설 옆 주한 미국대사관 차고지 담장 아래에서 흥건히 고여 있는 기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이 이날 오전 굴착기로 현장을 파내려가자 1ｍ30㎝ 깊이에서 기름에 뒤범벅이 된 흙이 나오기 시작해 1ｍ70㎝ 깊이에서 5ℓ 가량의 석유가 흥건히 고여 있는 것이 발견됐다. 조사는 하수도 공사 현장에서 석유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주민의 제보로 이뤄졌다. 환경운동연합은 보다 정확한 오염 정도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범위를 넓히는 한편 미군에 공동조사를 제의키로 했다. 최열 사무총장은 “미군 시설에서 1ｍ도 채 떨어지지 않은 위치 등으로 미뤄 석유가 기지 내 기름탱크나 차고지 등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시민환경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유의선 박사는 “미군기지 근처의 기름 유출은 많았지만 보통 흙이 젖어 있는 정도가 대부분이었으나 이처럼 흥건히 고인 것은 처음”이라며 “이미 토양은 물론 지하수까지 오염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공익환경법률센터 여영학 변호사는 “2000년 SOFA 개정 당시 합의 의사록에 환경조항을 일부 넣었지만 미군의 자발적 협력이 없으면 조사가 불가능하므로 이를 재개정, 우리 정부의 직접 조사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한 미국대사관은 『유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주한미군 및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만일 대사관 시설에서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판명되면 한국의 규범에 따라 오염지역을 깨끗이 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진기자 sogun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