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선 투표일을 앞두고 <조선일보>의 편파보도가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최근 `조선일보의 기획시리즈 `이회창·노무현, 이것이 다르다’의 노골적 불공정 보도태도 비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조선일보가 지난달 28~29일 정치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두 후보의 살아온 길’ `인생철학’ `대북관’ `대미관’ 등의 비교 기사가 이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민실위는 이 기획시리즈가 단순 사실을 전달하는 `기술’(記述)과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 `평가’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이 후보를 긍정적으로, 노 후보를 부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민실위의 분석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기술보도 건수에서 이 후보에 대해서는 △중립(13) △긍정(4) △부정(0)의 태도를 보인 반면, 노 후보에 대해서는 △중립(17) △부정(4) △긍정(0)의 시각을 보였다. 평가보도 건수에서도 이 후보에 대해 서는 △긍정(8) △중립(8) △부정(0), 노 후보에 대해서는 △중립(11) △부정(9) △긍정(0)의 자세를 취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동기들보다 5년 이상 빨리 대법관…13번의 소수의견’ 등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한 반면, 노 후보에 대해서는 `처음엔 돈되는 조세소송을 많이 맡았고’ `운동권적 대미관’ 등 부정적 평가가 주조를 이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번 선거를 보수-혁신 대결로 몰아가면서 노 후보를 현 정부의 실정 및 반디제이(DJ) 정서와 연관시키려 애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받았다. 26일치 사설에서는 “(이번 선거가) 현 정권이 지난 5년간 보여온 이념 성향의 방향, 속도,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 후보와 그 같은 성향의 심화와 계속을 시사하는 노 후보의 대결, 즉 ‘김대중 성향’을 지지하는 측과 그 문제점을 비판하는 측 사이의 보-혁 대결”이라고 단정했다. 또 29일치 6면 `노 후보의 이념적 좌표는’이란 칼럼에서는 “노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보다 좀 더 왼쪽으로 나아가 있다”면서 “이념논쟁을 피하거나 ‘색깔론’이라며 역공세를 취하는 것은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30일치 5면 `정치스타일’ 비교 기사에서도 이 후보에 대해 “여론을 중시” “특정 개인을 감정적으로 헐뜯는 정치를 삼가는 것도 같은 맥락”, “신중한 스타일로 인해 이렇다 할 실수나 실패 사례가 없는 편”이라고 소개한 반면, 노 후보에 대해서는 “`깽판’ 발언 등 자질 시비와 당 내분으로 지지율을 깎아먹었다” “때로는 무모해 보일 정도로 승부수를 던진다” “자신과 생각이 안 맞는 사람들에 대해선 직설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등 과격하고 신중하지 못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민실위는 “조선일보가 두 후보간 양적 공정성은 유지하고 있으나 내용 면에서 보여주는 노골적 편파보도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특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언론의 가장 기본적 규범인 공정성과 사실에 근거한 보도태도마저 저버리는 조선일보는 더 이상 저널리즘의 규범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