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 중앙 지분 매입금, 삼성비서실서 나와" 삼성 3차 공판… 중앙일보 재무이사가 밝혀 '위장 계열분리 의혹' 사실일 가능성 높아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3차 공판에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1998년 중앙일보 지분을 사들인 자금은 삼성그룹 비서실이 제공한 돈이라는 진술이 나왔다.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형사23부(재판장 민병훈)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중앙일보의 임광호 재무이사는 "(홍 회장이) 삼성 계열사들이 가진 중앙일보 지분 인수에 사용된 자금을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141억원을 증여 받아 충당한 것이 맞느냐"는 조대환 특별검사보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1998년 12월 삼성전기 등 계열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중앙일보 지분을 홍 회장에게 팔았는데, 이를 두고 삼성은 중앙일보가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갔다면서 '계열 분리'라고 했다. 하지만 홍 회장이 삼성에서 돈을 받아 중앙일보 지분을 사들인 것이라면 삼성이 홍 회장에게 중앙일보 지분을 임시로 맡겨놓은 '위장 계열분리'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검은 지난 4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앙일보의 위장계열 분리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도, 이날 공판에서 제기된 이 같은 정황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진 증인 신문에서 삼성측 변호인단이 임씨에게 "표현이 잘못됐는데, 중앙일보 지분 매입 자금은 '증여 받은 것'이 아니라 '비서실로부터 건네져 온 것'이 맞지요?"라고 질문했고, 임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변호인측은 "(홍 회장이 선대로부터) 상속받은 것인데 보관은 비서실에서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홍 회장에게 전달된 돈은 삼성이 준 것이 아니라 원래 홍 회장의 돈이었다는 주장으로 삼성 비서실이 홍 회장의 재산까지 관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회장은 특검 조사에선 "금융기관 등에서 돈을 빌려 중앙일보 지분을 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출처에 대한 설명이 일관되지 않은 것이다. 홍 회장은 1998년을 포함해 두 차례 중앙일보 지분을 늘렸는데, 앞서 1996년에는 중앙일보가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이건희 전 회장 등이 실권(失權)한 지분을 인수한 것이었다.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수일 전에 이뤄진 일이어서 홍 회장은 에버랜드 지분을 넘겨주고 이 전 회장은 중앙일보 지분을 넘겨주는 '맞바꾸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래서 윤정석 특검보는 임씨에게 "1996년 삼성 계열사였던 중앙일보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지시나 비서실과의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임씨는 "삼성 비서실과의 접촉은 전혀 없었으며, 에버랜드 전환사채 실권과 중앙일보 전환사채 발행은 독자적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법정에서 에버랜드가 전환사채 발행을 앞두고 중앙일보에 보낸 1996년 11월 15일자 '배정기준통지서' 위에 '실권처리, 계열분리 진행 중(日報→삼성측 지분 15% 이내)'이라고 쓴 임씨의 자필 메모를 공개하며, "중앙일보의 에버랜드 CB 인수권 포기가 삼성측과의 협의에 따른 것 아니냐"고 재차 압박했다. 메모의 '日報(일보)'는 중앙일보를 가리킨다. 임씨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분리를 하려면 그렇게 (실권을 해야) 한다는 것을 참고 삼아 적어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