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 파문, 진짜 억울한 일 인지?   [바심마당]한상혁 논설위원·변호사(법무법인 정세) 2008년 04월 29일 (화) 17:40:26 한상혁 논설위원·변호사(법무법인 정세)미디어오늘 ( media@mediatoday.co.kr)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억울하지만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더 이상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 역시 박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는 방식으로 재산공개로 불거진 파문을 일단락 지을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본인의 입장에서는 대단치 않은 문제로 임용과정에서 있었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얻은 수석비서관직을 사퇴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고, 부동산 소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대다수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와는 다를 수도 있다. 또한 비거주자의 농지의 매입을 금지한 현행 토지거래허가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가짜 자경확인서 파문이 벌어졌다며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 부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막무가내식(?) 적개심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 공직자의 도덕적 흠결 용납 못해   이러한 시각은 비단 박 수석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동관 대변인 역시 재산공개로 인한 파문이 확산되자 드러난 문제가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라며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한 것으로 기억된다. 재산취득과정에 명백한 불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 또한 ‘사촌이 논을 사면 배아프다’는 식의 정서적 비난은 정당하지 않다는 항변을 하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재산공개 파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단지 재산이 많다는 사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득과정의 불법성이야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문제이므로 미리 불법 또는 합법을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산공개를 통해 드러난 객관적 사실들만을 기초로 판단하더라도 일부 인사들의 경우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위직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도덕성에 심각한 흠결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사회인가를 막론하고, 부동산 특히 토지가 그 구성원들에게 있어서 주거의 공간이자 중요한 생산의 수단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인 것이다. 그랬기에 조상들은 한 평의 땅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불모지를 개간하여 농지를 만들어왔고, 어느 기업이 바다를 메워 대규모 간척지를 만든 것에 대하여 지도를 바꾼 대역사라며 칭송해 마지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토지가 주거 또는 생산과는 무관한 투기, 아니 좋게 표현하여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일지 몰라도, 극도로 좁은 국토를 가진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안 그래도 부족한 토지가 소수의 사람들에게 투기의 목적으로 소유됨으로서 생산에 사용되지 않고 놀려지고 있는 현실은 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매우 불합리한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교수·언론인의 토지 소유, 투자목적 아닐 수 있나        ▲ 한상혁 논설위원·변호사(법무법인 정세)      “투기와 토지소유의 편재현상은 개발이익을 기대한 불필요한 토지의 가수요 및 장기보유의 성향, 산업용지의 확보곤란 및 비용증가로 인한 산업경쟁력의 약화,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의 어려움 등 심각한 사회, 경제적 부작용 등을 초래한다.” 이 주장은 사회문제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지난 2006년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구토지초과이득세법 규정에 대한 위헌제청사건의 결정문 중 일부를 원용한 것이다. 문제가 된 사람들의 경우 상속, 증여 등의 구구한 취득 원인을 따지기 이전에 교수, 언론인 등 투자목적을 제외하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만한 토지소유 행위를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수석비서관직에 연연해하거나 그 자리를 내어놓는 것에 대해 너무 억울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더 이상 텔레비전 화면에 잡초가 무성한 채로 놀려지고 있는 땅이 비춰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