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기자는 많아지는데 연예부는 줄어든다? 영화ㆍ방송ㆍ가요 등 대중문화의 스타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흔히 연예 기자라고 부른다. 대중문화, 혹은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의 숫자도  대폭 늘어났고 연예 기사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예전에는 종합일간지에서 좀처럼 취급되지 않던 연예인들의 가십성 기사들이 ‘버젓이’ 지면을 차지하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뉴스 박스에는 주요 기사와 많이 읽은 기사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기존 매체는 물론 신생 인터넷매체와 케이블ㆍ위성TV 전문채널 등도 앞다투어 연예 기자를 늘리거나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연예 기자라고 불리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보통은 영화담당 기자나 방송담당 기자 등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언론사들도 이 분야를  맡는 부서를 연예팀이나 연예부라고 이름붙이기 꺼려 종합일간지는 물론 연예  저널리즘의 본산을 자처해온 스포츠신문들도 하나둘씩 엔터테인먼트부라고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 요즘처럼 연예 뉴스가 각광을 받은 적이 없고,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연예인을 선망한 적이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연예인은 '딴따라'에서 벗어났는데 연예 기자는 여전히 '딴따라 기자'로 취급받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의 열쇠를 찾기 위해 모든 뉴스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뉴스 박스에 한번 들어가보자. 주요 포털 사이트 뉴스 박스에서 연예 기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중도 작지 않거니와 많이 읽은 기사나 인기 검색어로 가면 비율이 30~40%로 높아진다. 그만큼 연예 뉴스가 많이 생산되기도 하지만, 실제 수요는 이를 뛰어넘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연예계에 그만큼 쏟아낼 뉴스거리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연예 기사 가운데 상당수는 한 연예인이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재담, 인기 스타의 확인되지 않은 염문설, 젊은 여성 연예인의 몸매와 노출에  관한 이야기, 방송 프로그램 소개와 시청자 반응 등이다.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잣대로 보면 뉴스 가치가 떨어지고 팩트도 불확실한  함량 미달의 기사투성이다. 연예매니지먼트사나 영화홍보사의 보도자료를 베꼈음직한  노골적인 홍보기사도 곳곳에 눈에 띄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어보려는 이른바 '낚시형 기사'들도 적지 않다. 다른 분야의 기자들이 볼 때는  도대체  이걸 왜 기사로 썼는지 의아하게 여겨질 정도다. 과연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걸까. 독자들의 시선도 댓글을 보거나 주위의 반응을 살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기자가 그렇게 쓸 거리가 없느냐는 질타, 낚시에 걸렸다고 자탄하는 푸념, 쓰레기 같은 기사를  왜 주요 기사에 올려놓느냐는 항의, 누구에게 돈 받아 먹고 쓴 기사  아니냐는  의심 등이 댓글로 가득 올라온다. 주변 사람들도 시쳇말로 ‘시시껄렁하다’거나 ‘허접하다’고 여기는 듯한 눈치다. 그런데 그렇게 욕들을 해대고 하찮게 여기면서 도대체 왜 그리 연예 뉴스를 자주 클릭하는 것일까.      포털은 어떻게 연예 뉴스 시장을 지배하게 됐나      예전에는 연예 뉴스가 주간지나 월간지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선데이서울, 주간경향, 아리랑, 명랑, TV가이드, 주부생활, 여원, 여성중앙, 여성동아, 레이디경향, 우먼센스, 주니어, 여학생 등이 명멸하는 동안 유명 영화배우나 가수 등 스타들의 활동상이나 인터뷰, 결혼 소식, 스캔들 등의 기사가 화보 사진과 함께 지면을 장식했다. 일간신문들도 톱스타와 관련된 빅뉴스를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의 사생활이나 수영복 사진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었다. 1969년 9월 일간스포츠가 창간된 데 이어 스포츠서울(85년 6월), 스포츠조선(90년 3월), 스포츠투데이(99년 3월), 굿데이(2001년 9월)가 잇따라 창간되면서 연예뉴스 시장의 주도권은 스포츠신문으로 넘어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훈련받은  연예 기자들이 양산됐고 매일매일 속보 경쟁이 이뤄졌다. 90년대는 SBS에 이어 지역민방이 개국하고 케이블TV가 도입되는 등  방송시장의 팽창이 이뤄졌으며 충무로에서는 프로덕션이 대거 탄생해 기획영화들이  쏟아져나온 시기. 영화배우와 탤런트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들도 속속  생겨나 이른바 연예산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포츠신문은 무료신문의 등장으로 가판시장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뉴스 서비스에 나서면서 구독자가 줄어들어 경영 위기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신생 포털 파란이 고액의 뉴스 전재료를 내걸고 독점 계약을  제의해온 것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5대 스포츠신문들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들이켰다가 더욱 심한 갈증에 시달리게 된 격이었다. 연합뉴스, CBS, 머니투데이, 국민일보, 헤럴드경제 등은 스포츠신문 연예  기자를 스카우트하며 연예 뉴스 강화에 나섰고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이미 퇴사했거나 막 전직을 고려하던 연예 기자들도 앞다투어 연예 전문 인터넷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포츠신문들은 일시적으로 약간의 수익을 올리긴 했으나 경쟁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독점적 지위가 흔들린 데다 당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엠파스 등에는 뉴스를 제공하지  못해 급격히 영향력이 줄어드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파란은 5대 스포츠신문 뉴스 콘텐츠 독점과 공격적인 광고 공세에도 불구하고 정상권을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 파란은 연예 뉴스 시장에 말 그대로 '파란'을 일으켜 인터넷에서 스포츠지,  뉴스통신사, 경제지, 종합일간지, 무료신문, 전문지, 인터넷매체,  지상파방송,  케이블ㆍ위성TV 전문채널, 1인 미디어 등 거의 모든 매체들이 각개약진하며  무한경쟁을 벌이도록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포털의 우월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클릭 수 전쟁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독소 포털이 멍석을 깔아놓은 연예 뉴스 시장은 그야말로 백화제방, 백가쟁명의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다. 여기서 승부의 관건은 클릭 수. 이에 따라 전재료 액수가  결정되고 포털의 입성과 퇴출이 판가름되기 때문에 연예 기사를 제공하는 매체들은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클릭 전쟁이 경기장 안에서 펼쳐지는 승부라면 댓글(리플)은 응원전이다.  응원과 야유에 따라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내려가듯이 댓글은 승부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관중 자체가 없다면 선수들이 신명이 나지 않는다. 연예인들이 "악플(악성 리플)이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무플(리플이 달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듯이 연예 기자들이나 매체들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댓글 개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논쟁적 소재에 더욱 이끌리게 된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정보통신 기술 발달에 따른 것이지만, 젊은 세대의 뉴스 수용 패턴이나 기호의 변화도 한몫했다. 클릭과 댓글을 넘어서 UCC(사용자제작콘텐츠)를 통한 적극적인 참여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서 쌍방향 언론을 정착시켰다. 언론매체가 보여주는 정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보고 싶은 뉴스는 우리가 선택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뉴스의 흐름을 변화시키며, 나아가 우리가  뉴스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세상이 된 것이다(여기에는 뉴스 저작권에 대해 낙후된 의식과 언론사들의 정책적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포털이 주도하는 연예 뉴스 시장의 특성, 즉 쌍방향성, 개방성, 민주성 등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또 분명 긍정적 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치명적인 독소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클릭 수가 가장 중요한 평가의 잣대이고, 일단 클릭을 많이 받으면 '많이  읽은 기사' 창을 통해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우선 매체들은 대중이 좋아할  만한  소재에 치중하게 된다. 대중문화를 진단하고 문화산업의 문제점을 파헤치며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라든가 스타들의 연기나 노래, 혹은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비평하는 기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누가 실수를 했다든가 재담을 늘어놓았다든가 하는 가십성 기사가 남발된다. 연예인 인터뷰도 그의 예술관이나 인생관 등에는 관심이 없고 사생활이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는 상당수 연예 기자들이 그런 기사를 쓸 안목과 식견을 갖추지 못했거나 체계적인 교육 훈련을 받지도 못했고 그럴 만한 여유도 없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또한 연예 매체와 기자들이 워낙 늘어난  데다 톱스들이 바빠지다보니 단독 인터뷰나 장시간 기자회견 등이 어려워진 탓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 시사회, 혹은 제작발표회 등에 곁들여 열리는 기자회견에는 작품에 관한 질문보다는 "촬영 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상대 배우에 대해 한마디 해주세요" "○○○(경쟁 스타나 염문설 상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결혼은 언제쯤 하실 건가요?" "이상형은 어떤 타입인가요?" 따위의 질문이 대부분이다. 연예인 자살 사고나 톱스타의 결혼과 이혼 발표 등 빅뉴스가 터지는 날에는 일시에  수천 건의 기사가 쏟아져나오는데 주변 인물을 통한 스케치 기사나 추측성 기사의  홍수 속에서 사안의 핵심에 접근하거나 결정적인 팩트를 담은 기사를 발견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연예 매체나 기자의 과도한 의욕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2005년 1월 터진 이른바 연예인 X파일 보도가 대표적이다.  대형  광고대행사가 연예 기자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인기 스타 125명에 대한 평가와 소문을 수집해 자료화한 것도 문제지만, 이 내용이 인터넷에 흘러나간 뒤 기사화돼 전 국민에게 확산됐다. 톱스타 K군 X파일 파문이나 탤런트 오지호 애인의 자살 사건 당시에도 언론의  보도가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를 낳았다. 연예 기사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연예인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표기해 대중의 호기심은  자극하면서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태도.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인권 보호의 가치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익명으로 보도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쓰면 안될 내용의 기사까지 상업적 차원에서 보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톱스타 A양 꽃미남 가수 킬러' '유부녀 탤런트 B씨 카섹스하다 들통'  '탤런트 C군, 가수 D양과 화장실에서 밀애?' 하는 식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적극적인 네티즌들은 자신과 지인들이 알고 있는 정보와 기사에 나타난 정황 등을 추측해 이니셜을 실명으로 풀어내는 데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네티즌 댓글을 통해 장본인이 지목돼 추문이 번져나가기도 하고, 엉뚱한 피해자가 누명을  쓰기도 한다. 'A양과 B군…' 식의 제목이 난무하다보니 안씨나 백씨 성을 가진 연예인들이 당사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온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위험성이 더 크다. 노출이 심하고 선정적인 포즈의 여성  연예인 사진을 경쟁적으로 싣는 것은 물론 인권 침해 소지가 많은 사진과 영상도 심심치 않게 기사와 함께 실린다. 어떤 매체들은 여성 그룹의 공연 도중 한 멤버의 의상이 흘러내려 젖가슴이 노출된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은 채 올려놓는가 하면, 한 여성 아나운서가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개인 미니홈피 미공개정보 코너에서 해킹당해 인터넷에 노출됐을 때 이를 기사화하며 (비록 모자이크 처리를 하기는 했으나) 문제의 사진을 싣기도 했다.      속보 경쟁이 만들어낸 연예 기자의 우울한 자화상      속보는 언론의 생명이지만 모든 기사에, 모든 매체에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포털에서는 선점 효과가 중요해 속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먼저 나온 기사가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클릭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확인 정보가 난무하고 오-탈자나 비문 등이 쉽게 눈에 띈다.  그다지 긴급한 사안이 아닌데도 1보, 2보 식의 속보형 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심지어는 비평적 관점이 필요한 영화 리뷰 기사에까지 속보 경쟁이 동원된다. 데스크 등을 통한 게이트 키핑 과정이 대폭 생략되는 것은 물론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홍보성 기사의 범람. 가장 먼저 기사를 올리려다 보니 취재원이 여러 매체에 동시에 보낸 보도자료를 받아보는 즉시 그대로 베껴내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영화사나 매니지먼트사가 내세운 취지나  주장하는 기대효과가 토씨 한 자 안 틀리게 기사화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중점을 둔 마케팅 포인트까지 충실하게 반영된다. 리뷰 기사 역시 남보다 먼저 올리려면 줄거리나 배우ㆍ감독 소개 등은 물론  평가까지 어쩔 수 없이 홍보자료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심지어 e-메일로 보내온 보도자료 문구를 그대로 마우스로 옮겨와 기사로 올리다보니 홍보  담당자가  기자에게 첨부한 개인적 부탁까지 포털에 기사화되는 웃지 못할 일도 빚어졌다. 홍보사가  주장하는 '최초' 혹은 '최대' 등의 문구를 확인 없이 인용하다가 경쟁사의 반박  보도자료를 낳는 일도 빈번하다. 포털사가 클릭 수와 함께 매체 평가의 기준으로 삼거나 매체에  요구하는  기준 중의 하나는 기사의 건수. 이 역시 미확인 보도나 함량 미달의 기사를 양산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어떤 매체는 한 보도자료를 여러 개로 쪼개 별도 기사화하는  일을 자주 했다가 포털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과정에서 영향력이 높아진 것이 스타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대형 매니지먼트사다. 보도자료 의존도가 높아진 데다 매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다보니 연예인 인터뷰 기회나 정보 등을 제공받기 위해 연예 기자들이 그들의 요구에 순응해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때문에 유착관계가 형성돼 비판성 기사가 실종됐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인터넷매체 간부는 연예 기획사와 스타들의 오만한 태도를 비판하며 연예 기자들의 열악한 취재 환경을 폭로한다는 취지로 '기자가 몸팔아서 스타 인터뷰하는 현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가 오히려 연예 기자들로부터 거센 항의에 시달리기도 했다. 무차별적인 사생활 보도, 속보 경쟁에 따른 미확인 보도나 추측성 보도 등  저널리즘의 원칙에서 벗어난 기사들은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이에 따라 희생된 연예인도 연예인이지만 연예 기자 스스로 독자의 불신을 자초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잠재적 피해자가 독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연예 뉴스 수용자 가운데 상당수가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클릭 경쟁이 낳은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산물은 이른바 낚시형 제목. '○○○과 △△△ 결혼'이란 제목을 클릭하면 "둘이 드라마 속에서 결혼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뜨고, '○○○도 벗었다'라는 제목에 이끌려 들어가면 "가수 ○○○가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선글라스를 벗고 방송에 출연한다"는 기사가 나온다. '○○○ 사망  당시 옷 입고 있었나?'란 제목을 달아놓고 "흰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고 소개한 매체도 있었다. '○○○ 폭탄 선언' '○○○의 굴욕' '○○○ 엽기 행각 파문'  '초절정 S라인 섹시 몸매' 등의 부풀리기나 비틀기 식 제목 스타일은 이미 보편화됐다. 신문에서도 자극적인 제목을 통한 시선 끌기는 예전부터 있어온 관행이지만,  정기구독이 많은 상태에서는 그다지 효과가 높지 않고, 제목과 거의 동시에 기사를 보기 때문에 오독의 우려도 적다. 그러나 클릭을 받지 못하면 기사가 읽히지 않는 포털에서는 제목이 초기 승부를 좌우한다. 언론사의 기득권도 없고 독자가 지닌 선입관도 없는 상태에서 클릭 전쟁을 벌이는 것은 어찌 보면 공평하고 다양성 확보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매체나 기자의 신뢰성이나 평판이나 이미지 등이 독자의 선택에 보탬이 되기도  하고, 독자도 어느 매체의 기사인지 미리 알면 기사가 담은 내용을 스스로 감안해 필터를 거쳐 받아들이게 된다. 포털의 메인 화면이나 뉴스 박스의 초기 화면에도 언론사의 이름이 없이 제목만 떠 있다 보니 자극적인 제목을 클릭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본문을 읽기 위해  클릭하면 매체와 기자의 이름이 적혀 있거나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이동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매체나 기자의 이름을 보지 않고 선택했기 때문에 제목과 핵심 내용만 머리에 남게 된다. 한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고도 "어느 매체가 보도했던데"라고 말하기보다는 "어느 포털에 났던데"라고 말하기가 십상이고, 인상 깊은 기사를 읽고 나도 기자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포털의 이러한 시스템 역시  기사의 내용을 충실히 하는 데 힘쓰며 매체나 기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오로지 클릭에만 매달리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포털이 받는 의심과 포털의 항변 포털사 스스로 이러한 부작용을 잘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부작용을 부추기려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포털이 자극적인 소재의 기사를 보기 좋게 배치하는가 하면 언론사가 보내준 제목을 선정적으로 고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05년 5, 6월 중 24일간 네이버, 네이트, 다음 등 포털 3사 메인 화면의 뉴스 박스에 게재된 기사를 분석한 결과 포털이 언론사 기사의 제목을 수정한 사례가 85%(부분 수정 72.8%, 전면수정 12.6%)나 됐고 5회  이상  노출된 기사 가운데 연예ㆍ스포츠 부문의 비중이 19.8%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포털의  상업적이고 과도한 편집권 행사를 비판했다. 민언련의 이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포털이 언론사의 클릭 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심은 충분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포털 역시 클릭 수 경쟁에서 한치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포털은 방문자 수를 늘려야만 광고 수익을 키울 수 있고  콘텐츠 제공자 등과의 계약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에 대해 포털사들은 이러한 의심이나 공박에 대해 나름대로 해명도 하고 반박도 한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사 선택이나 배치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  제목 수정은 제한된 공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글자 수를 줄여야 할 때만 한다"는 것이다. 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댓글이나 블로그, 동영상 등은 즉시 삭제하고 있으나 인력을 아무리 늘린다 해도 완벽하게 차단하기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사를 평가하는 기준도 오로지 클릭 수로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어떤 네티즌이 낚시형 기사에 들어왔다가 실망하면 포털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클릭은 적더라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의  뉴스인 데도 대체 매체가 없거나 전반적인 평판이 좋고 영향력이 큰 매체는  우대하는 등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털 뉴스가 만들어낸 긍정적 현상이나 효과 등도 내세우면서  "부작용을 줄이겠다며 과도한 규제를 시도하려 한다면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표현의 자유를 막는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연예 저널리즘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 까닭은?      근대적 의미의 언론이 생겨나기 이전에도 동네 우물가나 빨래터에서는 부녀자들이 모여 신관사또의 자제가 잘생겼느니, 진사댁의 새 며느리가 절색이라느니,  어느 댁 과부는 누구와 바람이 났느니 하는 대화를 나눴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는 광대들이 왕의 엽색행각 소문을 폭로하며 풍자하는 일종의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 혹은 예쁘고 멋진 얼굴과 몸매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 등은 본성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근대적 언론 관행을 만들어왔고 프라이버시 보호 의식이 철저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파파라치  등을 통한 폭로성 기사와 가십성 보도는 오랜 관행이다. 따라서 스타가 되려고 나선  연예인들은 이른바 유명세를 치를 각오가 필요하기도 하다. 사회는 복잡해지는 반면 개인은 파편화되면서 현대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에 대한 동경심은 더욱 커졌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많은 세상에, 골치 아픈 뉴스보다는 흥미 위주의 뉴스에 이끌리는 경향도 강해졌고, 사회적 이슈에 관한  담론에 참여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정보를 소비하고 마는 풍조도 짙어졌다. 이것이 포털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그 연예 뉴스가 지닌 명암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연예산업이 점점 커지고 우리 콘텐츠와  연예인들이  해외로도 진출하면서 연예 뉴스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중문화와 스타에 대한  관심은 대중문화와 연예산업, 나아가 미디어와 정보통신ㆍ가전산업 등의 발전과 한류의 확산에도 큰 보탬이 된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처럼 연예 뉴스가 지닌 긍정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연예 저널리즘의 가치를 똑바로 세우는 일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포털에 실린다 하더라도, 연예인에 관한 뉴스라도 사실 보도와  객관 보도와 인권 보호 등 저널리즘의 본령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만일 연예  뉴스가 다른 일반 뉴스와 다소 다른 가치를 적용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에 따른 저널리즘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 아울러 이러한 저널리즘 기준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자율적인 규제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사회적 감시와 법제가 가능할지 구체적인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그러나 포털과 저널리즘 문제에 관해 언론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져왔고, 정부 관련 부처의 정책 입안과 국회의 관련법 제-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정작 포털 뉴스의 핵심인 연예 뉴스의 문제에 천착한 본격적인 담론은  형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연예 기자들이 클릭 수 경쟁에 따른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그런  문제를 논의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탓일까. 아니면 점잖은 나리나 고매한  지식인들이나 언론계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연예 뉴스는 술자리 '뒷담화'  거리로만 여겨 저널리즘의 범주에 넣고 싶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까. 이희용[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2007-06-26 21:11:27  http://blog.yonhapnews.co.kr/hoprave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