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기자실’ 대신 ‘현장’으로 가라 기자실 줄이면 ‘언론탄압’이고, 그래서 제대로 된 기사 못 쓴다고? 그럼 기자실 늘리면 제대로 된 기사 잘 쓸까?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시스템' 조치로 인해 언론에 재갈이 물려 제대로 된 취재와 기사를 쓸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 데, 난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브리핑이나 쏟아지는 보도 자료는 단지 기사를 쓰기 위한 기본적인 자료일 뿐이고 기자실은 기사를 쓰거나 송고하기 위한 공간일 뿐이다. 기자실의 많고 적음, 그리고 출입 제한 등의 문제와 기사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기자실 줄이고 취재 출입을 제한한다고 해서 언론활동에 제약을 가져왔다? 그럼 거꾸로 한 번 말해보자. 그럼 이번 조치와는 180도 반대로 기자실 더 늘리고 정부 각 부처에 대한 기자들의 출입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면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되고 훌륭한 기사를 더 잘 쓸 수 있다는 소린가? 또한 이번 조치의 핵심 쟁정 사항 중 하나로 각 부처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취재가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있는데, 나는 이 문제도 절차의 문제일 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하고 본다. 즉 지금처럼 기자가 취재하기 위해 각 부처 등을 자유롭게 출입했던 것을 단지 누구를, 언제, 어떻게, 만나야 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한 다음, 취재 부처와 취재원을 정한 후 정부에 그에 따른 취재와 취재원 요청을 하면 되는 것이다. 불쑥 들어가 소위 ‘관계자’라고 표현하는 불특정의 사람을 취재원으로 하는 것 보다는 취재하고자 하는 내용의 정확한 실무자를 취재원으로 선정, 취재요청을 할 경우 그 취재원도 기자의 취재에 더욱 책임감 있는 답변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작성된 기사가 더 정확한 기사, 더 좋은 기사 아닐까? 난 그렇게 본다. 원론적인 질문 한 번 해보자. 좋은 기사란 무엇일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기사란 무엇일까? 그것은 그 기사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그 기사를 계기로 우리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게 하는 큰 흐름을 형성하는 것 아닐까? 이런 기사를 우리는 ‘특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특종이 기사실 안에서 나왔다는 기억은 없다. 언론과 기자는 '기자실' 밖으로 뛰어나와 현장에서 정보를 찾고, 기사를 써라. '정부 브리핑' 대신 '국민들의 브리핑' 들어라! 얼마 전 공공기관 감사들의 관광성 외유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그 파장은 컸다. 해당 감사들과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각 정부부처나 지자체 등의 이른바 ‘해외시찰’ 명목의 관광외유가 제동이 걸리는 단초가 되고 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대통령까지 직접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는 등 기사의 힘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근데, 이 기사가 ‘기자실’에서 나오고 정부 브리핑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다. 익명의 독자제보에 의해 기사의 정보가 제공된 것이고, 이를 제대로 검토한 해당 언론사와 기자가 현장을 발로 뛰며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것이다. 해당 기자도 이 같은 현장 취재와 기사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남다른 열정’이 있었음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민이 원하는 기사는 ‘기자실’에 없다. ‘브리핑’이나 ‘보도자료’에 없다. 정말 국민이 원하는 기사는 바로 국민이 있는 그곳, 바로 현장에 있다. 기자들이 세상 밖으로, 현장으로 나오지 않고 기자실 안에만 있고 정해진 출입처만 다니니 좋은 기사가 나올리 없고, 또한 그 신문이 그 신문처럼 기사가 다들 똑같지 않은가? 기사 논조도 대부분 동일한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기자실이나 출입처 제도가 언론과 기자들에게는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나 공간일지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생각하는 기자실이나 출입처 제도는 기자의 마음과 머리에서 ‘현장’을 멀어지게 하는, 그래서 현장에서 발로 뛰는 그 ‘열정’을 식게 하는 관행적인 ‘틀’이라고 본다. 언론과 기자는 '국민이 주장하는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국민이 있는 '현장'으로 가고, 국민을 대신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과 맞서라. ‘언론은 무관의 제왕!’ 그 명예를 되찾으려면 기자실 축소 운운할 때가 아니라 차라리 기자실과 브리핑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히 기자실 밖으로 뛰어나와 국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현장에서 정보를 찾고, 기사를 쓰라는 말을 하고 싶다. 현장에서 발로 뛰고 기사로 말하라. 기자실에서 브리핑 받고 보도자료 얻는다고 해서 언론의 시대적 사명인 국민을 위한, 그리고 약자를 위한 기사 나오지 않는다. 나는 지금의 언론이 말하는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닌 ‘국민이 주장하는 권리’를 언론과 기자가 현장으로 가서 듣고, 기사화 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힘든 것을 덜어주는 것, 그래서 언론과 기자가 진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또한 그를 바탕으로 '국민이 주장하는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사회권력이든, 종교권력이든, 성역 없이 ‘무관의 제왕’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떨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참 언론이고 기자라고 본다. 그리고 정부도 ‘취재지원 선진화 시스템’이라고 하는 이번 조치에 문제가 없는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라. 사회의 공기인 언론에 대한 조치는 단순히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조치다. 당연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지금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이나 의견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어떤 문제에 있어 일방적으로 옳음을 주장하고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과정의 공유와, 그 공유의 과정 속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한 공유의 과정이 빠진다면 그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 정부를 표방한다면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출처: 장희용 http://blog.daum.net/jhy2001/12201348) (주: 기자실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중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으로 보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