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관광버스에 올라탔나? 노 정부의 FTA홍보전략을 접하고    한-미 FTA에 대해 노무현 정권은 “묻지 마”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작부터 협상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이를 깊게 짚어야 할 공론의 장을 노무현 정권은 철저하게 파괴하고 말았다.  지난 해 2006년 한-미 FTA 협상 개시 하루 전인 2월 2일, 김종훈 협상단 대표가 타결 직후 협정문 공개 약속도, 미국과 합의를 내세워 번역이 어떻다니 자구수정이 문제가 된다니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다.   일정기간 협정문 은폐 내지 비공개라는 합의를 왜 했는지, 또는 합의라기보다는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그런 합의에 대해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나 있는 것인지 우리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를 파고들어 정면으로 문제 삼는 방송과 언론매체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알 권리보다 우선하는 합의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협상 중간에야 전략 전술적 필요성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치고 이후에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용은폐를 이토록 열심히 정당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한국 협상단은 스스로 결과에 대한 점수를 “수”라고 했고 미국 쪽은 “A+"라고 했으니, 당연히 하루 속히 내용 공개를 해서, 국민들에게 무한한 찬사를 받고 싶을 텐데 어찌하여 이렇게 이상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한덕수 총리는 내용공개 제한에 대한 의도성 여부를 놓고 따지는 의원에게, 그건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답했다.  그 답을 듣는 입장에서는 누가 과연 모욕을 느끼고 있을지 그가 알고 있기나 할까 하는 반문이 생긴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민주적 논의과정을 생략하고,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진압 봉쇄한 뒤 아직도 협정문 공개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능멸이다.  한-미 FTA가 우리에게 진정 희망이 될 것인지, 아니면 보다 깊은 좌절이 될 것인지 따지고 판단하는 문제는 노무현 정권만의 단독적 사안이거나 이른바 결단의 범주를 넘어선다.  이 문제에 대해 노무현 정권은 무한책임을 질 의사도, 능력도 없다. 고통이 생기면 그건 어디까지나 국민의 몫이 된다.   한-미 FTA 체결 이후 대부분 언론 방송은 “이제는 보완책이 문제”라는 식으로 FTA 자체에 대한 논점심화를 왜곡시켜나갔다.  협상타결에 불과한 사안을 마치 조약비준이나 이루어진 기정사실처럼 분위기를 끌고 나갔으며, 장바구니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 바로 한-미 FTA의 혜택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우리사회가 겪게 될 불행한 구조변화에는 눈을 감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9시 뉴스 마지막 멘트에서는 “새롭게 열린 에 우리 힘을 합치자”는 식으로 한-미 FTA 원천무효와 새로운 대안 선택의 가능성은 영원히 사라진 것처럼 홍보공세를 펼쳤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여론조사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우리의 언론과 방송은 여전히 권력과 자본의 지휘 아래 놓여 있는 것인가? 정보은폐와 무조건적인 홍보전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권력과, 이에 찬가를 드높이는 자본의 탐욕 앞에서 국민들의 일상은 알게 모르게 무너지고 만다.  소수의 오만한 독점과 다수의 좌절을 당연한 시장의 질서로 세뇌시켜 무수한 사람들의 삶을 비극으로 내몰 현실에 대해 우리의 방송은 어떤 고뇌를 하고 있는 것일까?   권력과 자본의 지휘를 거부하고 국민에 대한 공적 책임에 최대한 충실한 새로운 방송의 출현이야말로 그래서 이 사회의 절박한 희망이다.  언론방송은 노무현 정권이 짝짓기 해주는 “묻지 마 관광버스”에 올라타는 행락객이 아니지 않는가? 질문을 포기한 방송 저널리즘은 권력과 자본의 선전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묻지 마 관광버스”에서 나오는 소리는 결국 고성방가(高聲放歌)다.      (김민웅/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4월10일자 피디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