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잘못된 언론관 드러내"                                                      [미디어오늘 2007-02-23 22:57]     언론노조, '삼성전자 신입교육 자료' 비판…삼성 본관 앞서 기자회견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23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의 언론 통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미디어오늘 21일자 <삼성, 신입사원에 기자대처 교육> 기사를 언급하며 "삼성의 잘못된 언론관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삼성이 '기자의 특성'을 기술하면서 '때로 무책임보도의 유혹에 빠진다'거나 '독(dog) 저널리즘, 냄비 저널리즘'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일부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한 것이라고 해도 신입사원 교육 자료에 이런 내용을 넣었다는 것 자체가 삼성이 얼마나 잘못된 언론관을 갖고 있는지를 스스로 만천하에 알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언자로 참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과거와 비교해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통제는 줄어들었지만 자본권력에 의한 언론통제는 더 늘어났다"며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언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영진의 삼성기사 삭제에 항의하며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안철흥 언론노조 시사저널분회 위원장은 "삼성의 언론대응 교육 자료에서 기자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편견, 독선 등 삼성의 왜곡된 언론관을 느꼈다"며 "이러한 삼성의 홍보전략 때문에 7개월 전 시사저널에서 삼성관련 기사 삭제가 이뤄졌다고 믿고 있고, 이번에 이를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삼성이 이런 왜곡된 지식을 신입사원들에게 교육해서는 안 된다"며 "삼성이 잘못되라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삼성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언론노조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삼성이 신입사원들에게 기자를 대처하는 방법을 조직적으로 교육시킨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충격적이다. 삼성의 대언론 대응이 치밀하다 못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삼성은 진정 언론통제 왕국을 꿈꾸는 것인가. 지난 21일자 <미디어오늘>은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교육 자료를 입수해 '삼성, 신입 사원에 기자 대처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삼성전자 신입사원들이 최근 '언론 접촉 유의사항' 등을 교육받았다고 보도했다. '기자를 만났어요'라는 제목의 A4 용지 14쪽 분량인 이 자료에는 언론과 기자의 특성, 위기 대응 기본원칙, 삼성의 언론 홍보 구조, 언론 응대 실패 사례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삼성은 기자들에게 술과 밥을 먹이는 것을 홍보업무의 전부로 여기고 있는 그룹 내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신입사원 교육 자료에 언론과 홍보업무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자료는 삼성의 언론관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자의 특성' 부분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Power의 자부심=권력', '때로는 무책임보도의 유혹에 빠진다' 'dog 저널리즘, 냄비 저널리즘'. 왜곡도 이런 왜곡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실을 캐기 위해 탐사·심층 보도에 주력하고 있는 기자들을 모욕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한마디로 기자들을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보는 것이자 주관도 없이 무책임하게 동조 보도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묘사한 것이다. 기자들이 세속적인 권력을 추구하나, 기자들이 한 명이 보도하면 확인도 하지 않고 무조건 따라서 보도하나, 기자들이 냄비처럼 끓어올랐다가 순식간에 식는 식으로 보도하나. 일부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한 것이라고 해도 신입 사원 교육 자료에 이런 내용을 넣었다는 자체가 삼성이 얼마나 잘못된 언론관을 갖고 있는지를 스스로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이 자료 119쪽에 나와 있는 '대기업에 대한 언론의 이중성' 항목도 삼성 스스로 인정하다시피 문제가 심각하다. 삼성은 언론이 기업 확장에는 관대하지만 소수에 의한 경제구조에는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2005년 9월에 발간된 <시사저널> 추석 합병호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 표지를 실었다. 국민 여론조사와 삼성그룹 임원들 분석,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을 분석한 기사 등으로 이루어진 <시사저널> 보도를 '불만보도'라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미루어 짐작컨대 삼성은 아직 '불만보도'를 접해보지 못한 것 같다. 삼성은 진짜 '불만보도'가 어떤 것인지를 한 번 보고 싶은가. 삼성측은 "'이중성'이라는 용어를 수정하겠다. 부정적인 의미로 <시사저널> 표지를 넣은 것이 아니다.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삼성의 신입사원들에게 <시사저널>은 삼성에 대한 불만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혔을 것이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삼성 이학수 부회장과 관련한 기사를 금창태 사장이 인쇄소에서 삭제하면서 촉발된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이미 삼성도 일정한 책임이 있음을 거론한 바 있다. 이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 고위층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삼성 회장 비서실 전략홍보팀 상무이사를 지낸 인물이 '짝퉁' <시사저널> 제작을 총지휘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삼성의 '신입사원 교육 사건'도 우연한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것은 삼성의 비뚤어진 언론관이 낳은 필연적인 사건이다. 갈 길 멀고 할 일 많은 삼성은 기업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품위를 갖춰라. 그렇지 않으면 '불만보도'가 봇물 터질 것이다. 2007년 2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김상만 기자 hermes@mediatoday.co.kr '삼성 언론교육 자료' 이인용 전무가 제안   "언론 올바른 이해 돕자는 취지"…시사저널 노조 직접 방문해 해명·사과 김상만 기자 ( hermes@mediatoday.co.kr)      언론에 대처하는 방법을 담은 '삼성전자 신입사원 언론·홍보 교육' 자료가 MBC 앵커 출신인 이인용 삼성전자 홍보담당 전무의 제안으로 기획돼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 21일자 <삼성, 신입사원에 기자 대처 교육> 기사 참조) 이 전무는 23일  미디어오늘에 이 자료를 제안한 취지를 직접 해명해 왔다. 이 전무는 "해당 자료는 기자들을 접대하는 것을 홍보업무의 전부로 생각하는 일반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신입사원 교육 자료에 언론과 홍보업무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자고 지난해 5월에 제안한 것"이라며 "홍보업무가 경영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그 한 부분을 차지하는 언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자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23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저로서는 (삼성의) 언론관이나 언론에 대한 대응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고, 언론과 기업의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드는 데 작은 기여라도 한다는 생각으로 1년반 동안 일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또, "교육자료를 미디어오늘에 보도된 뒤에야 뒤늦게 받아 검토한 결과 '기자들의 이중성' 등 일부 용어는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해 관계자를 불러 고치도록 지시했다"며 "시사저널을 사례로 언급한 것은 삼성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기사도 있다는 것을 신입사원에게 알리고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미디어오늘 21일자에 '삼성전자 신입사원 언론교육' 보도가 실린 다음 날인 22일, 자료에 언급된 시사저널의 노조를 찾아 이번 자료의 작성 경위와 배경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이 전무는 이날 오후 삼성전자 홍보 관계자와 함께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의 시사저널 노조 임시사무실에서 노조 관계자들과 만났으며, 자료의 일부 표현에 대해 사과도 했다.   삼성전자 신입사원 교육자료는 '대기업에 대한 언론의 이중성'이라는 항목에서 "△기업 확장에는 관대-입사하고 있는 기업/존경받는 기업 △소수에 의한 경제구조는 불만-'한국=삼성공화국'에는 공감(48.8%)"이라고 기술하면서 '불만보도'의 사례로 시사저널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 특집호(2005년 추석 합본호) 표지 이미지를 첨부했다. 2005년 5월 MBC에서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이 전무는 지난 1월 말 국내홍보를 사실상 총괄해왔던 김광태 전무가 안식년 휴가(1년)로 자리를 비우면서 실질적인 삼성전자의 홍보책임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