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홍석현 회장의 복귀를 보며 우리 언론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반성하지 못하는 권력에 일말의 두려움 마저 느껴지는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리 비관적인 일만도 아닙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희망이 엿보이기 때문이죠. 홍 회장의 이번 일선 복귀는 중앙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 언론의 진면목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웅변적으로 말이죠. 국민의 눈과 귀인, 언론을 매개로 사적 자본의 이익을 가장 불법적인 방법으로 극대화 시키려던 장본인. 그가 이제 언론사 총책으로 다시 복귀한 것입니다. 단죄하지 못하는 권력과 스스로 반성하지 못하는 언론.. 이제 국민은 알고 있답니다. 그 모든 안개에 가려져있던 비밀의 속살들을. 이제 중앙일보는 신중치 못한 오너의 섣부른 복귀결정으로 더 큰 짐을 안게 되었습니다. 어떤 미사여구와 편집조작으로 자신들의 일그러진 정체성의 '원천'을 분식할 수 있겠습니까. 힘든 결정을 내려준 홍석현 회장께 감사드립니다. 새해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고발뉴스 가족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6년 12월 28일 미디어오늘, 김상만 기자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27일 1년10개월 만에 중앙일보 회장으로 전격 복귀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미대사로 임명되면서 중앙일보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던 홍 회장은 97년 대선과정에서 삼성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정황이 담긴 '안기부 X파일' 보도로 언론인으로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결국 홍 회장은 비난여론에 밀려 지난해 9월 주미대사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했다. 홍 회장 복귀 '예정된 수순'    중앙일보 안에서는 홍 회장의 복귀를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앙일보 지분 43.8%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인 홍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는 구조인 탓에 내부에서도 사실상 복귀 여부보다는 복귀시기가 관심거리였다. 홍 회장은 주미대사에서 물러난 이후 중앙일보의 공식행사에 일체 참석하지 않는 등 중앙일보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했다. 그러나 지난 수개월 전부터는 새 매체 창간작업을 적극 지시하고 공식적인 외부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회사 일각에서는 이미 이사회 발표 전에 홍 회장 복귀사실을 파악하고 있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27일 홍 회장의 복귀사실을 전하면서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중앙일보를 종합 미디어그룹(JMnet)으로 발전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8일 곽재원 전략기획실장이 밝힌 홍 회장의 복귀이유는 좀 더 구체적이다. “급변하는 언론환경 속에서 인쇄매체와 중앙방송, 인터넷이라는 삼각축의 통합·발전을 이끌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1년 동안 조직개편을 하며 여러 실험들을 해왔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영 위기의식과 대선이 복귀 앞당겼나 언론계 일각에서 홍 회장이 ‘X파일’ 보도로 언론계 안팎의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음에도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회장직에 복귀한 이유를 경영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수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으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한국리서치(HRC)의 신문구독률·열독률 조사에서 조-중-동의 순서가 역전되지는 않았지만 2005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중앙일보 열독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 역시 하락 추세이지만 중앙과 비교했을 때 좀 더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 조선과 중앙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언론재단이 지난 7월 발표한 ‘매체별 수용자의식조사’에서도 1주일 동안 본 신문을 복수로 뽑은 결과 조선이 29.1%, 중앙이 24.2%, 동아가 23%로 나타나 조선과 큰 격차를 보인 반면 동아와는 큰 차이가 없었다. 홍 회장의 복귀를 대선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경쟁지인 조선일보는 이미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의식해 편집국장을 앞당겨 교체하는 등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일보 역시 발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홍 회장의 복귀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중앙 기자들, 홍 회장 복귀에 미묘한 시각차 이런 내부의 위기의식 때문인지 중앙일보에서는 홍 회장의 복귀와 관련해 ‘기대와 우려’라는 이중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인 홍 회장이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면 보다 확실한 책임경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심리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앙일보 안에서는 가로쓰기와 섹션도입, 조간 전환 등으로 중앙일보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홍 회장의 경영능력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부분은 가격인하와 경품살포 등 출혈경쟁으로 신문 산업의 전반적인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홍 회장의 복귀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쪽은 ‘X파일’ 사건으로 언론인으로서의 명예를 실추시킨 홍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또 다시 중앙일보가 ‘언론으로서의 자격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 중앙일보는 홍 회장의 ‘비위’를 침묵으로 일관해 학계와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았다.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기자들이 총회를 열어 반성문을 채택하고, 1면에 사과문도 게재했지만 언론으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뒤였다. 언론시민단체, ‘홍 회장 복귀’ 비판 한편 중앙일보 내부의 조심스러운 반응과 달리 언론계에서는 홍 회장의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전국언론노조는 27일 논평을 내어 “옛 안기부 X파일을 통해 뇌물 전달꾼으로 드러난 홍씨를 태연히 대표이사 회장에 다시 선임하는 중앙일보의 후안무치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며 “이런 파렴치한 결정이 중앙일보의 배후에 있는 삼성그룹 이건희 일가와 무관하게 내려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홍 회장의 복귀를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우리나라가 아무리 관대하다고 하더라도 ‘범죄적 행위’를 저질렀던 사람이 이렇게 쉽게 사회적 공기라고 하는 신문사의 회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유재산을 인정하더라도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