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방일영의 자식이라고 인정받고 싶다”   [인터뷰] 고 방일영 조선일보 전 회장 차녀 방모씨 (관련 내용은 본 홈피내 <상호생각>중 '방상훈 사장의 소송 참관 취재기' 시리즈 참조..) 조선일보사와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방준오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방일영 전 회장의 혼외 자식들이다. 이들은 방 전 회장의 친자식이라는 점을 다른 형제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소송까지 내게 됐다고 밝혔다.    소송을 낸 삼남매 가운데 장녀 방모씨에게 소송을 낸 이유 등을 직접 들어봤다. 실명과 나이, 사진 등은 방씨의 요청에 따라 게재하지 않는다. - 고 방일영 전 회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법적으로 호적에 등재돼 있는 6남3녀 가운데 둘째딸이다. 우리는 부친과 혼외 부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고, 나는 셋 중에 큰딸이다.” - 그동안 어떻게 생활해왔나. “나이가 좀 많은 아빠라고만 생각했지, 매일 집에 오셨기 때문에 어릴 때는 그런(혼외) 가정이라는 걸 모르고 자랐다. 중학교 다닐 때, 부친이 우리를 호적에 못 올리겠다고 하면서 이모 호적에 올려 우리를 미국으로 보냈다.” - 방상훈 사장이나 방용훈 사장 등 다른 형제들과의 관계는. “용훈 오빠나 큰언니는 모두 우리를 인정해줬다. 방상훈 오빠는 내 결혼식 때 와서 처음 봤는데,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인지소송을 낼 때 보니, ‘누구 결혼식인지도 모르고 아버님이 가자고 해서 참석했을 뿐’이라고 했던데, 말이 안 된다. 당시 새언니(방상훈 사장의 부인)가 엄마 대신 내 약혼식과 결혼식을 모두 주관했다. 인지 소송에서도 이겼는데, 여전히 우리를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언론계 안팎에서 소문으로만 돌던 이들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방 전 회장이 사망한 뒤 이들은 친자임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2004년 9월19일 인지 판결이 나면서 친자로 호적에 올랐다.) - 왜 이번 소송을 내게 됐나. “인지 소송 때부터 법원의 결정 이후까지 방상훈 오빠는 우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식장에 손님처럼 가서 구석에 앉아있다 그냥 왔다. 발인 때는 상훈 오빠가 ‘세간의 눈이 있으니 오지 말라’고 해 가지도 못했다. 형제끼리 우리를 자꾸 부정하니 더욱 억울하고, 그래서 이런 소송을 통해서나마 우리도 부친의 자식이라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것이다. 형제들끼리 이렇게까지 시끄럽게 올 이유도 없었는데…” - 지난해에 낸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은 어떤 내용인가. “부친이 돌아가시기 전에 방상훈 오빠에게 증여한 주식 등 재산에 대해 우리몫을 달라고 한 것이다.” -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전혀 없나. “지금까지 우리는 숨어서만 살았지 부친이 누군지 얘기도 못했고,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 떵떵거리고 산 것도 아니다. 미국에 온 뒤에 학비와 기숙사비, 용돈만 받았다. 결혼할 때 시댁쪽과 반씩 부담해 아파트를 사 준 것과, 동생 결혼할 때 아파트 전세금 일부를 받은 것 외에 목돈을 받은 것은 없다. 부친이 돌아가시기 전에 용훈 오빠가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해서 나중에 찾아가 ‘먹고 살 만한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해 주면 조용히 살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조용히 있었으면 몇 억 원이라도 해 줄 수도 있었는데 인지소송을 내는 등 시끄럽게 해서 못 주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에 조선일보의 주주가 되는데. “상훈 오빠가 김대중씨 등 16명의 지분 11.45%는 명의를 빌려 분산해 놓은 것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한 만큼 우리도 권리가 있다. 주주가 되면 조선일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 오빠들이 주식 대신 현금이나 부동산 등으로 주겠다고 제안하면 받아들일 생각은 있나. “그렇게 재산을 나눠주겠다는 건 우리를 인정하겠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쪽에서는 우리를 아버지 자식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방상훈 오빠나 용훈 오빠는 가질 만큼 가진 분들이지만 우리는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오빠들도 우리가 돈이 없다는 걸 알고 소송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두고보자면서 버티는 것 같다.” - 이번 소송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부터 동생으로 인정했으면 조용히 끝냈을 일이다. 오빠들은 ‘돌아가신 아버지 명예에 먹칠한다’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오빠들이 왜 이렇게까지 일을 만들어 아빠 얼굴에 먹칠을 하는지 모르겠다. 장학재단을 설립해 남들한테는 자선사업까지 하면서 동생들은 돌봐주기는커녕 인정도 하지 않고 이중적이다. 그동안 우리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서 과연 오빠들이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 미디어오늘, 안경숙 기자 ( ksan@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