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기자가 과연 무엇인지 자문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언론의 암흑기를 지나 엄청난 언론자유를 구가하고 있다는 요즘에 말입니다. 기자의 기본 역할은 불의와 사회 부조리를 용납하지 않는 목탁의 기능일 것입니다. 세상이 골백번 바뀌어도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감시의 대상인 시장의 돈을 받아 미국을 동행취재했답니다.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대명천지에 아직도 버젓이 이뤄집니다. 잘못했다고 사죄하는 기자도 없고 이를 문제삼는 사회의 어른도 없습니다. 그저 공공연히 80년대나 있을 법한 일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뼈다귀를 받아 문 개가 제대로 짖을 수나 있겠습니까! 결국 미국 대륙을 주유하며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테니스 파문에 대해 단 한차례 질문도 던지지 못했습니다. 대신 대선 예비후보 1등을 위한 '홍보기사'나 안겨주고 돌아왔답니다. 소리내지 못하는 목탁은 깨뜨림 당하고 말 것입니다. 아니 잿밥만을 탐해 취한 소리를 내는 목탁은 반드시 깨뜨려야 합니다. 언론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모두의 철저한 감시와 대응이 필요합니다. 기자라서 정말 부끄럽습니다.) 이명박 ‘홍보용’ 미국 동행취재   조선·중앙·동아·연합 기자 등 9명 서울시 예산으로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주요 언론사 서울시 출입기자들이 서울시 예산 지원을 받아 이명박 시장의 미국 출장에 동행하면서도 ‘황제(공짜)테니스’ 의혹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행사가 임기 말을 앞둔 시장의 차기 대권행보를 위한 홍보성 행사에 동행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정과 동행기자=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난 11일부터 워싱턴-뉴욕-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해 서울시와 자매결연 등을 하는 출장을 다녀왔다. 원래 출장 일정은 20일까지였으나 이 시장은 일정을 앞당겨 18일 귀국했다. 서울시는 이 시장을 포함해 수행원 13명과 함께 출입기자 8명 카메라기자 1명을 동행했다. 이번 출장은 △시의 초청으로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CBS가 △순번에 따른 기자단 추천 몫으로 동아일보, 서울경제, SBS, MBN 기자가 다녀왔다. 서울시는 이들의 취재경비를 공무원여비규정(4∼5급 대우)에 따라 한 사람 당 400만원을 지원했다. ▷취재 내용…테니스 얘기는 한줄도 안 써= 이들이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인 13일(한국시각)부터 국내에서는 ‘시장의 잠원동 테니스장 공짜사용’ ‘독점사용’ ‘사용료 대납’ 등 갖가지 의혹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과 가장 가까이 있던 동행취재진 중 한 사람도 의혹의 당사자인 시장의 입장이나 해명을 통해 기사화하지 않았다. 시장의 목소리를 처음 보도한 것은 이 시장이 직접 해명하러 일정을 앞당겨 18일 귀국한 공항에서 국내에 있던 서울시 출입기자들이었다. 동행취재한 동아 연합 중앙 기자는 “현지서 의혹의 내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고, 시장의 일정이 빡빡해 깊이 있는 의견을 듣지 못했다”고 했고, CBS 기자는 “기사를 쓰진 않았지만 알아보고 본사에 정보보고는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김병일 대변인도 “기자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행하지 않은 한 서울시 출입기자는 “의혹의 당사자인 이 시장 근거리에 있다면 최소한 본인의 해명은 기사화했어야 했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자들이 출고한 기사량은 CBS 연합을 제외하고 1∼2건에 불과했다. CBS의 경우 모두 9건을 송고했지만 초기 <워싱턴에도 청계천 사랑모임 떴다>(13일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18일자엔 “방미는 괜찮았지만 테니스 논란은 옥에 티였다”고 보도하는 등 이 시장의 홍보에 초점을 뒀다. CBS 기자는 “시장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한 보도의 하나”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 홍보…이미지 극대화 위한 외교, 정치 일정도 포함= 동행취재한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행사가 대선주자로서의 홍보목적이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A언론사 기자는 “이번 행사가 대선 주자의 홍보성 행사라고 생각해 가급적 조심하자고 기자들끼리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며 “공식 일정 이외의 외교, 정치 일정이 포함되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행사가 이미지 극대화를 위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B언론사 기자도 “대권주자의 행보라고 판단해 동행하게 됐다”면서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자비부담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의회 승인을 받은 예산이라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취재동행 경위= 그러나 시와 기자단은 지난해 초 ‘지원자가 있을 경우 절반씩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신청자가 없을 경우 기자단 추천 기자 절반, 시 초청 기자 절반을 시의 예산으로 간다’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불교방송을 제외하고 한차례도 언론사가 경비를 부담한 적은 없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말 실시한 기획취재 지원사업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기자등 7명을 선정한 바 있다. 당초 이번 출장은  6명의 기자가 동행할 예정이었지만 대변인실과 기자단이 협의해 8명으로 늘어났다.   입력 : 2006년 03월 22일 01:15:27 / 수정 : 2006년 03월 22일 09: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