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클래식(WBC) 열풍이 방송 3사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을 점령했다. 멕시코의 미국전 승리로 일본이 준결승 상대로 결정된 17일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쏟아낸 WBC 관련 뉴스는 총 50꼭지에 달했다. 양으로 경쟁사를 압도한 곳은 MBC.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미국 탈락… 일본과 또 격돌"을 비롯해 WBC관련 보도 20꼭지(단신 포함)를 쏟아냈다. 저녁 9시부터 무려 37분간 야구뉴스로 도배를 한 것이다. 앞서 SBS <8시뉴스>도 "'질긴 일본' WBC 준결승서 또 격돌" 등 MBC보다 조금 적은 총 18꼭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KBS <뉴스9>는 "한-일, 준결승서 3차 격돌" 등 12꼭지를 보도했다. 방송사들이 야구 뉴스를 앞다퉈 전진 배치한 것은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8강리그 마지막 경기 시청률은 무려 20.3%에 달했다. 평일 대낮에 이같은 시청률이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국내 시청자들의 관심은 한국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WBC에 쏠려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간판 뉴스 프로그램을 '야구데스크'로 만든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회의 다양한 사안들을 다뤄야 할 언론이 본분을 잃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온통 월드컵 보도에 힘을 쏟느라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여중생의 비극을 외면했던 것처럼 과도한 뉴스 쏠림 현상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글을 올린 'jssbul'이라는 네티즌은 "MBC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들도 죄다 야구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아이디 'topchoi01'은 "대한민국에는 야구팬들만 사느냐"며 "야구 모르는 나는 뉴스 보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MBC 내부에서도 같은 문제제기가 나왔다. 스포츠 취재부의 임명현 기자는 '취재현장' 코너에 올린 글을 통해 “9시 정각에 시작해 9시 37분까지 일관되게 진행되는 '야구 뉴스데스크'가 나는 불편하다"며 "시청자들이 관심 가진 사안을 알려줘야 한다는 편집 담당자들의 고민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시청자들이 그런 뉴스의 홍수를 강요당하는 사이 현실 사회를 냉혹하게 만드는 요건은 계속해서 성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은 "모쪼록 '야구데스크'를 다시 보지 않길 빈다"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오마이뉴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