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회 축사' 조선일보 사장의 뻔뻔함   [자유발언대] 조은성 시민의신문 기자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일제강점기 비타협적 민족주의진영과 사회주의진영이 좌우합작으로 결성한 신간회. 그러나 지난 15일 서울YMCA 강당에서 열린 신간회 창립 79주년 기념식의 '메인' 주인공은 이들 독립운동가가 아닌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었다. 방상훈 사장은 이날 신간회에 조선일보 출신 인사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축사'를 하러 나왔다. 신간회에는 이상재, 신석우, 안재홍, 조만식 등 조선일보 사장을 지냈던 이들이 대거 참여했다. 방 사장은 이를 들어 "신간회와 조선일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역설했다. 분명 조선일보가 항일민족지인 시절도 있었다. 조선일보 창간 초기에는 민족주의자들이 참여하면서 신간회의 사명을 알리는 등 민족언론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광산재벌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인수해 사장에 취임한 1933년부터 조선일보는 달라졌다. 일제 천황폐하를 받드는 적극적 친일언론으로 변신한 것이다. 방응모에서부터 방일영, 방상훈 3대에 걸쳐 내려온 조선일보의 족적은 친일반민족, 군사독재찬양, 숭미반북 색깔론으로 점철된다. '방씨조선'에는 신간회(1927∼1931)의 정체성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방 사장은 뻔뻔하게도 자신의 할아버지 대부터 저질러온 반민족행위를 반성하는 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쭉 항일민족지였던 것처럼 강변했을 뿐이다. 방 사장은 축사에서 "지금이야말로 신간회가 이뤄내고자 했던 좌우합작의 기저에 깔린 통합과 포용의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통합과 포용으로 가기 위해서는 역사적 진실이 사회적 진실로 자리매김되고 반성과 화해가 우선돼야 한다. 진실규명 없이, 가해자의 반성 없이 어떻게 화해가 되고 통합이 될 수 있는가. 방상훈 사장의 말에는 이 중요한 키워드들이 빠져 있었다. 진실과 반성 없는 통합·포용은 모든 잘못을 덮고 가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조국독립을 위해 좌우민족운동가들이 뜻을 모아 창립했던 신간회. 그 뜻깊은 자리에서 '친일신문' 사장이 축사를 하고 친일노래 '선구자'가 불러지는 모습은 우리 현대사의 슬픈 코미디를 보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