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오늘의 고발뉴스는 KBS 이소정 기자의 특종기로 대신합니다. KBS가 점차 국가 기간방송으로서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기자의 초심을 지키기 위해 세계적인 뉴스소스인 반군 사령관 마르코스를 인터뷰한 이소정 기자의 취재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빈틈없이 고착화되어가는 현 시기,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발군의 작품이었습니다. 같은 국제부에 근무하며 월급을 축내고 있는 경쟁사의 선배기자를 부끄럽게 만드는 후배로군요. 축하합니다.) "'스타 혁명가'보다 원주민 삶에 더 관심을"   멕시코 반군 마르코스 인터뷰로 '여기자상' 받은 이소정 KBS 기자   이선민 기자 jasmin@mediatoday.co.kr "국제뉴스가 미국과 일본에 치우치다보니 사파티스타는 잘 보도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미국의 시각에서 소개됐다. 사파티스타의 추적 과정과 94년 봉기 흔적만 전달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밀림에 들어가니 욕심이 생겼다. 그래도 운이 좋아 마르코스를 인터뷰한 건데 상을 받게 되니 부끄럽다." ▲ KBS 이소정 기자는 지난 9월 멕시코 반군의 본거지인 치아파스에서 마르코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부사령관을 만나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9월 멕시코 반군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지도자 마르코스를 단독 인터뷰해 한국여기자협회 선정 '2006년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한 이소정 KBS 국제팀 기자는 조금은 민망하다는 듯 수상 소감을 밝혔다. 마르코스는 당시 인터뷰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해 짧고 원론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사파티스타와 마르코스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 기자의 인터뷰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스페인어를 전공해 중남미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이 기자는 지난 99년 멕시코를 여행하면서 사파티스타를 알게 됐다고 한다. 사파티스타의 본거지인 치아파스를 코앞에 두고 돌아서야 했던 이 기자는 그때 이후 막연하게 "죽기 전에 언젠가는 꼭 만나보리라"고 생각했고, 지난해 국제팀에 배속되면서 이 바람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아이템을 냈더니 '마르코스가 누구냐' '필리핀 마르코스냐'라고 하더라. 갖고 있는 정보도 거의 없어 콘티도 없이 사파티스타 지원 단체 연락처만 갖고 무작정 치아파스로 떠났다." "반군은 물론 마르코스를 만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는 이 기자는 운 좋게 원주민지원단체의 일을 거드는 한 여성을 통해 치아파스 모처에서 사파티스타의 공개회합이 열린다는 '고급정보'를 얻었다. "7시간 동안 밀림을 헤치고 회합이 열린다는 치아파스의 우림지대 마을을 찾아갔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 이틀 간 차안에서 먹고 자긴 했지만 반군들의 기본적인 소재조차 몰라 취재를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일이 잘 풀린 셈이다. 게다가 운 좋게 반군 쪽에서 취재를 거부하지 않았다." ▲ 한국 언론의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낸 마르코스 부사령관. 제2의 체게바라, 포스트모던 게릴라로 불리는 그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해 무장투쟁을 벌이지만 남미 특유의 열정과 낭만이 어린 시적 언어로 사이버세상에서 또다른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틀 동안 끊임없이 마르코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답은 없었다. 그러던 중 호위병들이 느슨해진 틈을 타 마르코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멕시코 대선 등 준비한 질문을 무작정 던졌다. 하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을에서 만났던 반군이 2004년 칸쿤에서 농산물 개방에 반대해 자살한 이경해씨를 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 '우리도 한국에서 왔다. 이경해씨를 아냐'고 물었더니 그제야 쳐다보며 이야기하더라." 이 기자는 쉽지 않은 인터뷰를 성사시켰지만 '제2의 체 게바라' '포스트모던 게릴라'라며 마르코스와 사파티스타를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경계했다. "실상을 보고 많이 실망했다. 인민해방군이 봉기한 지 10년이 넘었고, 전 세계에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만 몇 백 개이지만 원주민들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 마르코스는 대단한 사람이고, 그 덕분에 원주민 인권문제가 알려졌지만 마르코스 개인에 대한 환상이 너무도 크다. 마야제국 시절 스페인의 침략부터 현재 백인 지주의 착취까지 원주민의 삶은 수백년간 짓밟혔다. 문제는 그들의 그런 삶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마르코스보다는 원주민의 삶에 관심 갖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