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는 돈 맡겨놨을 뿐 그렇게 쓸 줄 몰랐다고 했다" [일문일답] 검찰이 말하는 '삼성 측 기소하지 못한 이유'   오마이뉴스, 최경준(235jun) 기자        검찰은 14일 143일간에 걸쳐 진행된 'X 파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해 "소환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야 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있는 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자금 전달책'으로 지목된 홍석현 전 주미대사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전원 무혐의 처리했다. 85개 항목 서면조사에 그쳐 검찰 "이 회장 진술 신빙성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김인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으로부터 이학수 부회장의 지시를 받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동생 회성씨에게 40~50억원의 대선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은 이 회장과 삼성 구조조정본부 간부, 계열사 재무ㆍ회계 담당 직원 등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자금의 출처가 '이건희 회장의 개인돈'이라는 주장을 깰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해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미국에 장기 체류중인 이건희 회장에 대해 지난 9일 85개 항목에 이르는 서면조사를 실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의혹의 실체 확인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은 서면조사만하고 홍석현 전 대사는 소환조사를 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련자를 모두 동일하게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며 "홍 전 대사는 X파일에서 직접 등장해 얘기하지만, 이 회장은 이름만 언급됐을 뿐인대, 그런 사람을 어떻게 불러서 조사하겠느냐"고 답했다. 검찰은 이어 "이 회장을 소환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고발된 분들 중에서도 (삼성으로부터) 촌지를 받았다고 거론된 검사들, 국정원 직원들도 서면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검찰의 서면조사에서 "(정치권에 건넨 돈은) 내 개인 돈이고, (사용처도) 사후에 보고 받았다"고 답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2002년 대선 때도 정치권에 건넨 자금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사법처리를 못한 것"이라며 "이 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과 삼성간 금품이 오갔다는 X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 등은 불구속 기소하고, 금품을 전달한 당사자는 처벌이 안된 수사 결과에 대해 부담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통신비밀보호법은 그런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을 상정한 것"이라며 "이런 것을 법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법대로 처벌할 것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안기부 도청 실태와 관련 전직 안기부 차장 중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만 소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수사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림팀의 보고 라인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정형근 의원은 3개월 정도 밖에 근무하지 않아 소환조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검찰측과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떡값 검사? 준 사람도 안 줬다고 하고, 받은 사람도 안 받았다고..." ▲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 황교안 2차장검사가 14일 오후 지검청사 브리핑룸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은 서면조사하고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소환조사를 했는데,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이 회장 서면조사는) 12월 9일에 했다. 관련자를 모두 동일하게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는 불구속하고 누구는 구속하는 것처럼 수사는 다르게 진행된다. 홍 전 대사는 X파일에서 직접 등장해 얘기하지만, 이 회장은 이름만 언급됐을 뿐이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불러서 조사하겠나." - 이 회장만 서면조사로 끝났는데? "소환 할 필요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고발된 분들 중에 (삼성으로부터) 촌지 받았다고 거론된 검사들은 서면조사했고, 국정원 직원들도 서면조사했다. 획일적으로 수사하는 게 아니라, 상응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 이 회장은 소환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인가? "우리로서는 소환까지 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애초에 피고발인에 대한 1차 분류를 할 때 소환이 필요한 사람은 출국금지를 했다. 이 회장은 출국금지를 안했다. 소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 밑에 분들은 대화 당사자들로 나온 분들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부인하더라도 이야기를 들어봐야 했다. 그래서 이학수 부회장은 수사 초기부터 출국금지가 돼 있었다." - 이 회장은 서면조사에 대한 답변서에서 뭐라고 했나? "(정치권에 건넨 돈은) 개인 돈이라고 했다. 사후에 보고 받았다고 했다. 삼성그룹을 운영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가 보더라. 회사 돈으로 하면 문제가 있으니까, 본인의 돈을 구조조정본부에 맡겨놓고 쓰라고 했다는 것이다. 일일이 결재 못하니까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구조조정본부를 맡겼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번 문제가 드러난 뒤에 알았다는 것이다. 돈을 맡겨놨을 뿐 그렇게 쓴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우리가 2002년 대선 때도 정치권에 건넨 자금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법처리를 못한 것이다." - 이 회장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나. "우리는 그렇게 본다. 우리가 대단히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 김인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어떻게 말했나. "세풍 사건 수사 때는 10억원을 계열사 기밀비로 모아서 줬다는 진술을 했다. 이번 수사에서 진술한 것은 40~50억원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 삼성그룹의 자료를 받아 수사를 했는데, 압수수색은 검토하지 않았나. "수사는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검찰권을 과시하면 안된다.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계열사 60여개를 어떻게 압수수색하나. 투망식 수사는 적절한 수사가 아니다. 특정한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검토하겠지만, 그런 상황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은 적절하지 않다. 압수수색을 하려면 법원에 영장 청구를 해야 하는데 도청테이프 외에는 소명자료가 없다. 그러면 압수수색은 안된다." - 전체적인 수사 결과를 보면 정치권과 삼성 사이에 금품이 오간 것을 보도한 기자는 처벌되고, 금품을 전달한 당사자는 처벌이 안됐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검사는 그렇게 해야 하고, 당사자(기자)는 그 도청테이프를 고발하던지 절차에 따라서 했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그런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을 상정한 것이다. 이런 것을 법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법대로 처벌할 것이 뭐가 있나?" -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이 제기된 검사에 대한 조사는? "홍석조 고검장에 대해 대검에서 강도 높게 조사했다. 과연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확인했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준 사람도 안 줬다고 하고 받은 사람도 없다는데, 소환조사 필요성이 있을까 했다. 감찰 조사 받은 고검장 등도 조사했다. 진술한 사람은 두 명이다." - 감찰 결과로 징계도 없었나. "대검에서 순조롭게 조사했고, 현직 검사 중에는 없었다." - 삼성 '촌지' 부분은 처벌 규정이 없다고 했는데, 검사 실명을 공개했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명예훼손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되나.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사가 확인이 안됐기 때문에 계속 수사해서 결정할 것이다." - 일부 언론에서 홍석현 전 대사가 30억원을 착복했다고 보도 했는데. "홍 전 대사는 30억원에 대해서 전혀 모르겠고, 지난번 수사에서도 그런 것에 대해 수사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것이 이번 사건의 수사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확인을 더 안했다." - 'X파일'을 보도한 기자들은 처벌했다. 도청 문건을 폭로한 김영일·이부영 전 의원은 향후 어떻게 처리되나? "두 전 의원은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 두 분만 처리할 게 아니고 한나라당에서 누가 국정원에서 자료를 받았는지도 조사를 해야 한다. 국정원에서 누가 유출하고, 누가 한나라당에서 받았는지 등을 조사해 결정할 것이다." - 전직 안기부 차장 중에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만 소환하지 않았는데. "정형근 의원도 조사를 했으면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만,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림팀의 보고가 어떤 식이었느냐 확인하는 것이었다. 미림팀 활동 당시는 오정소 전 차장 시절이었고, 보고 라인은 다 확인했다. 정형근 의원은 3개월 정도 밖에 근무하지 않아 크게 보지 않았다. 그것을 가지고 소환조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 해서 안했다. 지금은 이렇게 넘어가지만 나중에 조사할 수도 있다." - 검사에 대한 도청도 있었나? "공운영의 도청자료에 나오는 554건의 도청에서 검찰에 대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