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사가 잘못하면 어떻게 되나요”…초등생 질문에 현직 판사 자성의 글 [쿠키뉴스 2005-10-30 20:35]   [쿠키사회] ○…“병원에서 환자로서 기다리다 새치기를 당해보니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의사가 잘못하면 책임을 지는데 판사는 잘못하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한 초등학생이 물었을 때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현직 고위 법관이 환자로서 병원을 찾은 경험을 통해 ‘민원인’의 눈높이로 본 법원에 대해 글을 써 화제다. 유해용(39?사시29회) 청주지법 제천지원장은 <법원사람들> 10월호에 쓴 ‘병원에 가는 판사’라는 글에서 어느날 병원 대기실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던 중 병원과 법원을 비교해 보고 느낀 점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유지원장은 의사와 판사는 모두 곤궁하고 절박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전제했다. 그는 “의사의 치료가 육체적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면 재판은 사회적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며 “그 때문에 언제나 고도의 공익성,청렴성,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병원과 법원 모두 미리 예약하고 방문해도 오래 기다려야 하고,새치기하는 사람이 꼭 있다는 점도 같았다. 유 지원장은 “의사가 놀고있어 늦어지는게 아닌줄 알면서도 지키지 못할 시간을 정해준 것을 원망하게 된다”며 “법원에서도 시차제 기일지정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지루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당사자는 같은 불만을 가지게 될 것임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부터 진행하는 관행에 대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사람마다 자기 병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약식명령이나 소액사건이라고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 지원장은 “환자로서 의사 앞에 서면 괜히 주눅이 든다”며 “내 돈 내고 진료를 받는데 왜 이렇게 위축될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자기 세금으로 법원 공무원에게 봉급도 주는 국민은 어떤 눈으로 법원을 바라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의사나 간호사의 친절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듯 초조한 심정으로 법정에 온 당사자에게 포근함을 주는 판사가 고마울 것”이라고 답변을 제시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놓고 보면 법원은 병원보다 더 심하다. 의료사고에서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의사는 배상하지만 법관의 잘못된 재판에 대한 배상책임은 아직도 법조계에서 논의중인 상태. 유 지원장은 “의사가 잘못하면 책임을 지는데 판사는 잘못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사법권의 독립보장 등 수많은 논리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라며 고민을 내비쳤다. 유 지원장은 “병원문을 나설 때마다 다시는 병원신세 지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나처럼 법정 밖을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굳은 마음으로 아름답고 값진 인생을 살기를 기도한다”며 글을 마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