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없었다면 유신 길어졌을것” [문화일보 2005-10-26 15:26]   (::‘10·26’ 26주기…‘김재규 재평가’ 시끌::) 지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 “김재규가 없었다면 유신체제가 상당히 존속했을 것”이라며 ‘김재규 역할론’을 공 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서자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재규가 없었다면 유신체제는 상당기간 존속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균관대 서중석(역사학) 교수는 26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이른바 ‘10·26사태’ 26년을 맞아 ‘10·26 재평가와 김재규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김재규 명 예회복추진위)’가 주최한 기념강연 발제문을 통해 “극좌세력은 극우세력 못지 않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역사에서는 때로 극우적인 수구정권의 온건파가 중대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김재규의 ‘거사’가 없었다면 유신체제는 일정기간 연장될 수 있었고, 엄청난 희생을 수반한 피해가 뒤따랐을 가능성이 크다 ”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달리 군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었고 경호실, 보안사, 하나회가 있었다”며 “박정희는 결코 이승만처럼 4·19에 놀랄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운동권 주장처럼 김재규 없이 민주화운동으 로 유신정권이 붕괴될 수 있었을까”라고 자문하고, “학생들의 반 유신운동은 79년에도 강력하지 못했고 10·26 이후에도 민주 화운동은 강력히 전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특히 “유신체제는 박정희와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체제였고, 따라서 박정희는 목숨을 걸고 유신체제를 수호할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민주화운 동이 벌어졌더라면 신군부의 광주진압보다 더 참혹한 사태가 벌 어졌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신체제 붕괴는 ‘서울의 봄’을 가져왔고, 광범위한 민 주화운동을 활성화시켰다는 점에서 10·26의 의의가 있다”며 “ 또 박정권이 극단적으로 반공이데올로기를 선전했기 때문에 이후 전두환 신군부 정권은 새로운 대북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었다 는 점에서 10·26은 남북관계를 변화시킨 의의가 있다”고 평가 했다. 이에 대해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유양수 전 교통장관은 “박 대통령은 이미 돌아가시기 전부터 유신을 끝낼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경제발전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본 격적으로 민주화를 추진해 나가려는 구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무 슨 억지 주장을 펴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 전 부장에 대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 위원회(위원장 하경철)의 민주화유공자 인정 여부는 한동안 ‘보 류’상태가 유지될 전망이다. 민주화보상심의위는 지난해 8월 분 과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뤘으나 ‘인정’이나 ‘기각’으로 결 론내리지 못하고 ‘보류 및 계속 수사’ 판정을 내렸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김 전 부장이 민주화운동에 기여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어서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 다. 김재규 명예회복추진위는 지난 2001년 김 전 부장의 오촌 조카를 통해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신청을 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