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에게 '영웅'을 기대하지 않는다 [손석춘 칼럼] 임기 반환점에서 초심을 거론하는 까닭 오마이뉴스, 손석춘(ssch) 기자     "영웅의 시대가 아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과녁이다. 한 사람이 국가를 끌고 갈 수 있고 국가를 좌지우지 하는 시대가 아니란다. 그래서다. 노 정권에 인색한 평가가 부당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30대 사이에 부정적 평가가 급속도로 퍼져간다. 문제는 왜 추락하고 있는지 정확한 분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노 정권의 실정을 비판해온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명토박아둔다. 노 대통령을 영웅으로 기대해서 비판한 칼럼은 한 편도 없었다. 오늘을 '영웅시대'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곤도박질치는 가장 큰 까닭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영웅을 기대한 국민 탓이 아니다. 정치인 노무현이 후보시절 내놓은 공약을 지키지 않아서다. 영웅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선거공약을 위반해 비판한다 보라. 2002년 노무현 바람이 불었을 때 '노무현'과 오늘 청와대의 대통령 노무현을. 얼마나 차이가 큰가. 집권 뒤 그는 시나브로 변해갔다. 그 변절을 비판할 때마다 열성 지지자들은 발끈했다. 하지만 찬찬히 톺아볼 일이다. 과연 그게 정치인 노무현을 위한 길이었던가. '바보'라는 애칭을 받아온 노무현은 지금 한나라당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나섰다. 그 이상의 변절이 있을까.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지역구도 타파가 본질이란다. 그는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앞으로도 국정 제1 과제로 추진할 태세다. 도대체 그는 무엇을 위해 지역구도 타파를 주장하는 걸까. 지금 그가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는 대한민국은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자가 잇따른다. 부자 신문들이 경제위기를 거론할 때, 그것을 과장이라고 비판했던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부자들의 삶은 결코 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민중의 삶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노 정권은 그 위기를 모르쇠해왔다. 노 대통령은 정치부장 간담회에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상황"을 거론했다.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다. 무릇 모든 권력자는 비판자를 싫어한다. 대안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그것은 핑계다. 비판을 수용하기 싫기에 내세우는 '거짓 명분'이다. 정략적 비난과 건강한 비판을 싸잡아 '공격'이라고 반응하는 것이야말로 정략적 접근이다. 스스로 성찰하기 바란다. 부익부 빈익빈을 줄이려고 어떤 복지정책, 어떤 분배정책을 펴려다가 지역구도로 차질을 빚었는가. 참으로 궁금하다.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도 정리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체 얼마나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하는가. 대기업 노조 때문에 비정규직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름을 이미 수차례나 지적한 바 있다. 설령 그 억지가 맞다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대통령 자신만이라도 비정규직 늘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옳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제출한 정부법안대로 하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그럼에도 계속 김대환 장관을 두남두고 있지 않은가. 부익부 빈익빈 해소 위해 어떤 정책을 펴다 지역구도로 차질 빚었나 집권 반환점을 앞두고 비서실장을 바꾼다고 했다. 이번에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기준 전 부총리 파동 때 그를 옹호했던 측근을 비서실장에 내정했단다. 어쩌겠는가. 다만 묻고 싶다. 대한민국 안에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사 찾기가 그렇게 힘든가. 못 찾는 게 아니라 배제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청와대 스스로 자화자찬 하듯이 지난 2년반 동안 '정공법'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는데도 '지역구도'나 '언론' 때문에 지지율이 낮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2002년 노무현 바람이 불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길 반환점에서 촉구하는 까닭이다. 아니, 그 초심을 아직도 거론하는 필자가 순진한 걸까.   2005-08-21 22:48 ⓒ 2005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