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이철호 기자]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노동부 삼성SDI 특별조사 백서’를 7일 발간했다. 백서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노동부의 ‘삼성SDI 특별조사’ 과정에서의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삼성SDI 공식 문서와 국회 속기록 등이 담겨 있다. 월 평균 103시간의 불법 초과근로 등으로 사망한 삼성SDI 노동자의 산업재해 인정 서류에 대한 상반된 해석이 백서 쟁점 부분이다. 노동부는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회사가) 임의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실제 그 시간만큼 근무한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 주장대로라면 삼성SDI는 ‘사문서 위조’를 한 셈이며, 근로복지공단 주장대로라 해도 삼성측의 불법 노동 착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진실 게임=지난해 6월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일하던 정규직 노동자 박모씨가 사망했다. 삼성SDI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박씨의 ‘최근 3개월 잔업실적’을 보면 2004년 3∼5월의 잔업시간만 각각 94시간, 96시간, 118시간으로 월 평균 103시간을 일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 한계가 초과근로까지 포함, 56시간(주 40시간 근무 기준)이라는 점에서 불법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삼성SDI 특별조사 결과보고’를 통해 “박씨의 과다한 잔류시간은 산재 인정을 받도록 하기 위해 임의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SDI가 산재 인정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과 삼성측의 ‘사문서 위조 사실 및 동 행사’,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업무 방해’를 노동부가 확인한 것이다. 반면 산재 처리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앞서 7월 박씨의 사망 원인과 관련, 사망자 부인과 동료 직원 진술을 통해 삼성측이 제시한 초과 근로시간이 실제와 일치한다고 ‘조사 복명서’를 제출했다. 공단 조사대로라면 삼성은 법정 근로시간을 두배 가까이 어겨가며 노동을 착취한 것이다. 노동부도 특별조사를 통해 삼성SDI 수원·부산·천안 공장 등에서 238명의 연장 근로시간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노동부와 삼성SDI의 모호한 관계=노동부 산하 천안지방노동사무소는 지난해 11월 각각 삼성SDI 천안공장에 대해 “2000년 12월 20일까지 시정 결과를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천안공장은 기한을 넘긴 12월 22일에 1차 결과를 보고하고 “2003년 1월 17일까지 시정 조치 기한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삼성SDI는 자신들이 제시한 기한조차 지키지 않고 1월 25일에 시정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기한을 어긴 것은 수원공장도 마찬가지였다. 노동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기한 내에 시정하지 아니하면 범죄 인지 보고 후 수사에 착수하게 되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월 임시국회 당시 우 의원의 이같은 지적에 노동부는 “집무규정에 어긋났다. 경위를 조사토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SDI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노동부가 삼성SDI를 감싸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철호 기자 bookm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