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직계가족 포함 3% 지분으로 그룹 지배 국내 재벌 총수들은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가족 보유분까지 합쳐 3% 정도의 지분만 갖고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은 총수의 지분보다 배우자·자녀의 지분이 많은 반면, 현대자동차는 총수 지분이 압도적으로 많은 등 지분상속 정도가 그룹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유지분 구조’를 보면, 자산 2조원 이상이면서 총수가 있는 국내 36개 재벌의 총수 개인지분은 평균 1.95%였다. 또 배우자와 직계가족(부모·자녀)은 1.26%, 기타 친인척(혈족은 8촌, 인척은 배우자의 4촌까지)은 2.51%로, 이들을 합친 총수 일가 전체 지분은 4.61%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그동안 자산 2조원 이상 재벌에 대해 총수와 특수관계인(친인척·임원·비영리법인), 계열사의 지분은 구분해 발표해왔으나, 친인척을 ‘배우자와 혈족 1촌’, ‘혈족 2~4촌’, ‘혈족 5~8촌’, ‘인척 4촌 이내’ 등으로 세분해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이 자료를 보면, 총수와 직계가족들은 지분이 3%에 불과하지만 평균 44.47%에 이르는 계열사 보유지분을 바탕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6개 재벌그룹 소속 계열사 781개 중에서 총수와 친인척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회사도 469개(60.06%)나 됐다. 이 때문에 총수가 있는 자산 5조원 이상 14개 재벌 중 11개에서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이루어지는 등 복잡한 출자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 29개 재벌이 금융사를 가지고 있으며, 삼성과 동부처럼 소속 금융사가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도 18개였다. 이들 18개 재벌 소속 67개 금융사는 109개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으며, 그 지분은 평균 9.94%(취득가 기준 2조3천억원)에 이르러, 총수의 지배력 유지에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장항석 공정위 독점국장은 “규모가 큰 재벌일수록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복잡하고, 금융사의 계열사 출자도 많다”며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제도와 금융사 의결권 제한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 지분(0.44%)보다 배우자와 자녀 지분(0.79%)이 두배 정도로 많아 지분 상속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회장 자녀 지분이 있는 계열사는 에버랜드(50.19%), 네트웍스(19.07%), 에스디에스(22.83%), 삼성전자(1.36%), 서울통신기술(46.06%), 투자신탁운용(17.95%) 등 6개였다. 반면 현대차를 보면, 정몽구 회장의 지분(2.85%)이 배우자 및 외아들 의선씨 지분(0.23%)보다 10배 이상 많아 아직 지분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의선씨 지분이 있는 계열사는 본텍(30%), 글로비스(59.85%), 오토에버시스템즈(20.1%), 위스코(47.87%), 현대차(0.01%) 등 7개다. 한편 전경련은 이날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 “사생활 비밀과 자유, 기업의 영업상 비밀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