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쉬워진다      [서울신문]대통령 소속 민관합동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정리해고 요건을 대폭 완화할 것을 주문,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정리해고 때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협의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파견근로자법 등 각종 노동관계법 개정을 둘러싸고 노정(勞政)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부를 전망이다. 6일 규제개혁위원회(공동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 박종규 민간위원장) 등에 따르면 규개위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어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 가운데 하나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상의 필요’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결했다. 규개위는 ‘정리해고 요건 개선’ 안건에 대한 심사를 통해 “현행 법상 ‘긴박한’의 의미가 모호한 데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을 100%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노동부는 “고용안정과 정리해고 남용 방지를 위해서는 ‘긴박한’ 요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규개위의 이같은 의결내용은 이달 중 주무부처인 노동부에 공식 통보될 예정이다. 규개위 관계자는 “(규개위 의결이)비록 법률적으로 강제성은 없지만 해당 부처의 정책추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그러나 업계가 내놓은 또 다른 건의사항 가운데 하나인 ‘정리해고시 노조와의 협의기간 단축’ 안건과 관련해선 ▲해고규모가 10% 미만일 경우에는 30일로 단축 ▲10% 이상일 때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기로 해 사실상 수용방침을 규개위에 통보했다. “정리해고시 ‘합의’를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을 수용해선 안 된다.”는 업계 요구에 대해서는 “‘협의’만 하면 되는 것으로 법을 운용하겠다.”고 회신하고,“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시 구제명령 이행강제 제도를 최종 판정시까지 유보해 달라.”는 업계건의는 ‘화해전치주의’나 ‘금전보상제’ 도입 등 부당해고의 구제방식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또 ▲연장·휴일·야간근로 인건비 할증률을 현행 50%에서 25%로 축소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선(2년) 폐지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 금지규정 삭제 등에 대해서는 “외국입법례 등을 참조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중립적 입장을 규개위에 통보했다. 그러나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와 관련,“10∼14등급의 경증 산재 장해자도 의무고용대상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사항은 수용을 거부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저작권자 (c) 서울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