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평화활동 못하고 주둔만” 5개월간 취재…다큐 PD 김영미씨   [국민일보]   "자이툰 부대를 철수시키든지,아니면 전투병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6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5개월간 이라크 바그다드와 한국 파병군 자이툰 부대를 취재하고 돌아온 다큐멘터리 PD 김영미(34)씨의 주장이다. 그는 "자이툰 부대는 영지에 갇혀있을 뿐더러 최소한의 방어능력도 갖추지 못해 생명마저 위태로운 상태"라고 전했다. 김 PD는 김선일씨 참수 사건 이후 현지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한국 취재진으로 자이툰 부대 도착 후에는 부대 안에서 취재 활동을 펼쳐왔다. -자이툰 부대는 안전한가.△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이라크내 파병부대 중 공격을 받지 않은 곳이 없고,한국은 3대 파병국이 아닌가. 저항세력은 공격시 명분을 따지는데,한국군 파병이 완료됐다는 사실은 이제부터 공격이 시작될 수 있음을 뜻한다.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 지역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올 초 아르빌 정부 청사가 폭탄 공격을 받아 주지사,부총리 등 314명이 죽었다. -부대원 중 다친 장병들은 없나.△주둔지 공사과정에서 다친 병사의 수가 10명에 달한다. 감전 사고로 3명이 다쳤는데,그 중 한 명은 기억상실증에 걸릴 만큼 중상을 입었다. 그 병사는 최근 국내로 후송된 것으로 알고 있다. 주둔지 건설 공사가 지체되고 작업량이 많아지면서 이같은 안전사고가 몇 차례 있었는데 손이나 발이 잘린 병사들도 있다. -자이툰부대에 대한 현지의 시선은.△우리는 평화유지군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점령군으로 본다. 특히 아르빌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부대 인근 마을을 강제로 철거하려고 해서 반발이 심하다. 게다가 부대 주둔지가 국유지인 줄 알았는데 개인 사유지라는 사실이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라크 전역에서 외국인 납치 및 참수가 줄을 잇고 있는데.△저항단체들은 외국인을 잡아오는 사람에게 돈을 준다. 그들을 '헌터'라고 부르는데 외국인들이 밖에 나오지 않으니까 집까지 들어가 납치한다. 한국인 한 명을 잡아오면 1억원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고,한 탕 하면 3대가 먹고 산다는 얘기도 돈다. -미군의 팔루자 점령 이후 모술 지역이 저항세력의 새로운 거점이 되고 있다는데.△모술은 자이툰 부대가 있는 아르빌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데 두 달 전부터 저항세력이 접수했다. 8월 초 모술 주지사가 저항세력에게 피살됐다. 한국군 파병 이전에 모술 저항세력이 칼랍 강 너머로 아르빌을 공격한 적도 있다. 한국군의 파병을 끌어내기 위해 아르빌 정부와 미군이 이런 사실을 숨겼던 것 같다. -파병 초기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는 말인가.△그렇다. 모술이 '제2의 팔루자'가 되고 있고 키르쿠크,하위자 등 저항세력의 거점들이 많다. 이들이 자이툰 부대를 공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미군이 이들 거점을 공격하기 위해 한국군의 작전 참여를 요청할지도 모른다. -자이툰 부대가 공격 받는 상황을 가정한다면.△속수무책이다. 자이툰 부대는 최소한의 방어능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력으로는 부대 밖으로 나가는 것도 어렵다. 저항세력은 보통 로켓포를 사용하는데 20㎞ 밖에서 쏜다. 피할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다. 내 생각으로는 전투병으로 전환하거나 철군,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자이툰 부대원은 고작 소총과 장갑차가 전부인데,헬기와 탱크 없이는 최소한의 방어도 할 수 없다. -현재의 평화유지군을 전투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인가.△나는 파병 반대론자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이번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걸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그래서 파병을 고수하겠다면 차라리 전투병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파병 반대론자들에게 욕을 먹을지 모르지만 자이툰 부대원 3000명의 생명을 위해서 하는 얘기다. 지금 자이툰 부대는 바람 앞의 촛불이다. 만약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전투병 전환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하루빨리 철수해야 한다. 지금 이라크는 전쟁 중이고 평화재건 활동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김남중기자 njkim@kmib.co.kr